[신년특집]“인도네시아에 K-문화 수요 5배 증가…좋은 제주 스토리 발굴 우선”
[신년특집]“인도네시아에 K-문화 수요 5배 증가…좋은 제주 스토리 발굴 우선”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1.0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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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오승현 쇼 엔터프라이즈 대표 인터뷰

“인도네시아 케이(K)-문화 수요는 2023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5배 가량 증가했어요. 물이 들어왔으니 제주도도 노를 저어야 합니다. 아세안 국가로의 진출을 본격화를 위해서는 제주의 특색을 입힌 콘텐츠에 앞서 좋은 스토리 발굴이 우선이예요.”

제주 출신으로 애니메이션 창작의 꿈을 안고 지구 반대편 인도네시아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인 오승현 쇼 엔터프라이즈 대표(50)다.

새해를 맞아 본지는 최근 그를 만나 민선 8기 주요 문화 공약인 제주-아세안 플러스알파(+α)’ 정책 전망을 짚었다.

“어릴 적 신제주는 온통 밭이었었죠. 1992년 제주를 떠나 2020년 30년만에 코로나19로 잠시 제주에 돌아와 산 적이 있어요. 노형에 가니 옛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해안동에 가자 철마다 바뀌는 꽃과 나무, 구름을 보자 매일 설렜죠. 지금 와 생각해보니 ‘사실 좋은 데서 자랐구나’하고 느꼈어요. 제주에 살며 자연스레 접한 자연이 온전히 경험으로 녹아들었겠다 싶었죠.”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오 대표는 고3 당시 뒤늦게 입시 미술을 준비했다가 대입에 실패하고 낙담했다.

그러다 1992년 집안에서 운영하던 갈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서울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던 신혼부부를 만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들로부터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듣게된 오 대표는 전율을 느꼈고, “잠깐만요”하며 집으로 달려가 그간 그린 연습장을 꺼내와 보여줬다.

부부는 그림을 보며 “바로 일할 수 있겠는데”라며 애니메이터로 진로를 제안했다. 당해 7월 상경한 오 대표는 애니메이터의 첫발인 ‘동화작가’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림 그리는 직업을 바로 가질 수 있는데 대학을 갈 이유가 없었죠. 그림 그리는 새벽이 하나도 졸리지 않았어요. 어느 직업이나 십년에서 십오년 정도 일하면 타성에 젖거나 더 배울게 없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한번쯤 오기 마련인데, 19세 이 직업을 만난 뒤 해당 직업에 대해 단 한 번의 후회를 해본 적이 없어요.”

보통 성인 남성이 애니메이션 동화작가에서 원화작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동화, 작감, 원화 경력에 군대까지 고려해 8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오 대표는 1년만에 원화작가로 승진했다.

1999년 오 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말할 때 줄곧 빠지지 않는 작품으로 꼽히는 장편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의 메인 스태프인 스토리보드 담당 및 슈퍼바이징 키 애니메이터로 4년 간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인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오 대표는 국경을 넘는다.

2003년 일본으로 건너가 1년 간 애니메이션 거장 카와모리 쇼지의 ‘마크로스제로’ 조감독으로 일하며 다섯개 에피소드의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어 카와모리 쇼지의 차기작 ‘아쿠에리온’에서 에피소드 감독으로 입봉했다. 이어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이후 2006년 ‘아바타 더 라스트 에어벤더’의 총감독을 맡았다.

이어 약 10년 간 미국 카툰네트워크와 드림웍스, 픽사, 디즈니 등에서 주요 작품 연출에 참여했다. 대표작으로 ‘트론 업라이징’ 감독을, 디즈니 팅커벨 시리즈 3종의 스토리 아티스트(감독과 함께 연출하는 아티스트)를 맡았다. 그러다 작품 전반을 프로듀싱하는 임원직에 대한 꿈을 갖게 됐다.

“할리우드에서 감독으로 일하면서 감독 위에는 채널 방송 전체를 총괄하는 프로듀서가 있다는 걸 봤고, 이들과 일하면서 보다 무거운 자리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싱에 욕심이 생겼죠.”

마침 2014년 인도네시아 MNC그룹에서 연락 와 CCO(Chief Creative Officer) 역할을 제안했다. 애니메이션 전반뿐 아니라 비즈니스까지 한 회사에서 배울 수 있다는 매력에 이듬해 인도네시아로 이사해 3년 반 가량 애니메이션 프로덕션 및 지식재산권(IP) 총괄을 맡았다.

그가 총괄 프로듀싱한 주요 작품은 끼꼬, 젝 스톰, 띠뚜스 등이었다.

이후 그는 미래 비전을 고민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자신만의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심했고, 쇼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현재 150여 명의 현지 애니메이터와 함께 일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그를 거쳐간 인도네시아인 애니메이터는 인턴을 포함, 500∼600명 가량에 달한다.

여기서 그의 대표작은 우리나라와 중국 회사와 공동 제작한 상상꾸러기 꾸다로, 제주가 배경인 것이 특징이다.

동남아와 중동 11개국에서 아이피 소유권, 방영권을 갖고 있다. 현재 처음으로 공동제작이 아닌 자체제작으로 파일럿 작품 두 개가 완성돼 다음 달 키즈 스크린 애니메이션 아이피 글로벌 마켓에서 최초 선보이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매우 예의주시해야 하는 시장이예요. 전체 인구 중 20세 이하가 약 1억명으로 젊은 층이 많죠. 앞으로 이들이 경제활동을 하면 훨씬 커질 국가예요. 최근 이곳에 한국의 케이팝, 드라마, 영화, 음식, 화장품 등 모든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10건 정도의 팬사인회, 전시회, 공연, 쇼케이스 등 한국 행사가 이뤄졌다면 2023년에는 50건 가량 행사가 주단위로 이뤄졌어요. 케이팝이 성장한 이유도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제와 중산층의 성장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케이 문화 확장과 함께 더불어 지방과 캐릭터를 연계해 지방에 관한 정보를 자연스레 홍보할 수 있어요.”

그는 제주 콘텐츠 산업 발전 제언으로 “지식재산권 핵심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아하냐다. 콘텐츠에 제주 특색을 살리기에 앞서 좋은 스토리를 쓰는 게 맞다”며 “제주는 스토리로 풀기에 좋은 소스가 많이 존재하고 있다. 후지산은 상대적으로 세계적으로 홍보가 돼 있는데 한라산은 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적극적인 홍보 의지가 우선적인 이유로 본다.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해 이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주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지식재산권(IP)를 노출시켜 계속 쓰고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중소기업만의 힘으로는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때 지자체가 도와줘야 한다. 이번 기회에 공격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제주 기업 관계자들과 방문하는 등 자주 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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