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0’과 ‘1’, 그리고 주역의 ‘63’, 64’괘
숫자 ‘0’과 ‘1’, 그리고 주역의 ‘63’, 64’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28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의경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숫자 ‘0’과 ‘1’은 모든 수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기본적인 숫자이다. ‘0’은 “없음”이요, ‘1’은 “있음”을 의미한다. 연말은 한 해의 끝을 의미함으로써 한 해 동안의 모든 것이 ‘0’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되돌아보며 무엇을 이루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연말은 또 다시 곧 신년으로 이어진다. 신년은 한 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새해 1월 1일을 맞이하며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연말과 신년은 ‘0’과 ‘1’처럼 서로 대조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의미도 존재한다. 연말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신년은 새로운 시작을 통해 새로운 것을 이루고자 하는 시간이다.

주역의 ‘63’괘와 ‘64’괘의 의미 역시 이러하다. 주역은 64개의 괘로 되어 있는데 “다 이루었다”라는 것이 바로 ‘63’번째 괘이다. 이 기제괘(旣濟卦)는 6개의 효가 모두 정(正)을 얻어 물과 불이 만나 음식을 완성한 모습과 같다. 기제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모든 것이 완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다 이루어 안심하려고 하는데 그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는 미제괘(未濟卦)가 나온다. 그것이 바로 마지막 ‘64’번째 괘이다. 괘상은 위에 불, 아래에 물이 있는 모습으로 물과 불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것은 “미완성으로 다시 시작함”을 의미한다.

결국 인생이라는 것은 이루어짐과 새로움이 반복이다. 예를 들어 한 어머니가 10달 동안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을 했다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기를 낳았으니 기제이지만 또 다시 이 아이를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작이자 미제인 것이다. 그 아이를 잘 길러 초등학교에 보내고 졸업을 시키니 기제인 듯하지만 또 중학교를 보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또한 미제인 것이다. 우리의 삶과 인생의 여정이 모두 이러하다. 결국 우리의 삶은 결국 미완성이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노자의 철학에서도 숫자 ‘1’은 흐릿한 상태에서 기(氣)가 상호 작용하여 두 개로 나뉘는 과정이고 ‘2’는 음양의 기를 말하며 이 둘을 합쳐서 ‘3’을 탄생시켰다라고 말한다. ‘3(三)’은 중국 고대 발음의 ‘參’과 같은데 ‘3’에서 만물이 창조되었다고 한다. 이는 삶의 큰 순환이 음과 양의 조화에 달려 있음을 더욱 분명히 한다.

필자는 요즘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문득 중국 고대 경전인 주역의 ‘63’괘와 ‘64’괘,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언어로 대표되는 이진법의 숫자 ‘0’과 ‘1’을 통해 우리의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한 해가 저물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결국 미완성이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리고 노자의 주장처럼 삶의 큰 순환이 음과 양의 조화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