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육각형 인간, 요즘남편 없던아빠
저출산과 육각형 인간, 요즘남편 없던아빠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3.12.27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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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최고의 자아를 선망한다고 한다.

외모와 학력, 자산, 운동신경, 인성 등 뭐 하나 빠지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이 같은 흐름을 육각형 인간으로 명명했다. 헥사곤 그래프에서 모든 기준 축이 꽉 차면 정육각형이 되면서 완벽이란 의미로 쓰이는 데서 착안한 작명이다.

책이 분석하길 육각형 인간들은 노력으론 이루기 힘든 육각형 기준을 내세우는 담쌓기와 육각형 인간임을 증명하고자 모든 가치를 돈과 숫자로 평가하는 수치화하기’, 육각형 인간이 되기 어렵다는 불편한 진실을 게임처럼 희화화해 웃어넘기는 육각형 놀이에 몰두한다.

이들에게 고진감래의 서사개천에서 용 나는 흙수저 신화콘텐츠는 인기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주인공, 데뷔 때부터 모든 걸 갖춘 완성형 아이돌을 좋아한다.

책은 육각형 인간 트렌드는 완벽을 지향하는 사회적 압박을 견뎌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활력이자 절망이면서 하나의 놀이라며 “‘갓생(god+)을 살 거야하는 놀이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한국 사회가 가진 계층 고착화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육각형 놀이를 하든, 담을 쌓든, 수치화를 하든 젊은이들은 사회에서 기회 구조적으로 차별을 겪고 있다. 대다수 젊은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는 게 분명하다.

젊은이들은 갓생과 함께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사이를 오가고 있다. 둘은 세상을 아등바등 살 것인가’, ‘삶의 주도권을 갖고 살 것인가의 차이일 뿐 혹독하기는 매한가지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젊은이와 관련해 요즘남편 없던아빠도 제시했다.

혼인 연령이 높아지고 미혼율이 치솟는 가운데 결혼이란 길에 들어서길 선택한 젊은 남성이 바로 요즘남편으로, 기성세대에겐 낯설기 그지없는 육아 마인드를 갖춘 없던아빠다.

요즘남편, 없던아빠 트렌드에는 역설이 있다. ‘결혼할 결심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책은 아내와 남편 모두 일과 가정을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결혼과 출산, 육아는 더욱 고난도 일이 되고 아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분석했다.

2030 세대들로선 결혼이나 출산은 지극히 비효율인 만큼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의 선택지에서 자꾸만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우리 사회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된 결과가 전국 합계출산율 0.78(지난해 기준)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로, 제주지역도 0.92명으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개모차(반려동물용 유모차)가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리는 시대 아닌가.

육각형 인간과 요즘남편, 없던아빠 등 트렌드에 저출산 해법이 숨어있을지 모른다.

주거와 육아, 일과 가정 양립, 교육 등에 대한 기성세대의 단편적이고 고답적인 사고방식으론 저출산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 2030 세대를 이기적으로 보는 어른들의 시각으로는 저출산 해결은 더더욱 요원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정부는 2006년 이후 인구문제에 세금 280조원을 투입했지만 저출산은 점점 악화되고 있을 뿐이다.

결코 갓생을 살 수 없는 이 땅의 무수한 젊은이들이 왜 육각형 인간을 쫓고 있는지, 멀티 플레이어는커녕 가정을 꾸릴 결심조차 할 여유가 없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부터 세계관, 행복관, 사회 경쟁체제에 대한 인식을 들여다봐야 한다. 저출산에는 우리 사회의 교육과 경제, 노동, 문화 등 분야별 온갖 모순이 응축돼 있다.

저출산 정책 전반에 대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사회적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제주에서 오늘 하루(올해 1일 평균)에도 9명이 태어나는 동안 13명이 사망한다. 내일 눈을 뜨면 제주 인구는 4명이 또 줄어들게 된다. 제주가 소멸을 향해 점점 작아지고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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