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가운데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산 눈길
섬 가운데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산 눈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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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날같이 생겼다는 소거문도(小巨文島)
손죽도 마재봉에서 바라본 소거문도.
손죽도 마재봉에서 바라본 소거문도.

# 어렵게 돌고돌아 알아낸 배편 

섬 가운데 거대한 바위산 성산이 있는 소거문도(小巨文島)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 손죽리에 딸린 섬으로 면적 0.144㎢, 해안선 길이 7.5㎞, 산 높이 328m로 손죽도 동쪽 해상 1.4㎞ 떨어져 있는 섬이다. 지난번 거문도에서 초도를 거쳐 나로도항으로 갈 때 배에서 본 소거문도는 안개 속에 성산이 우뚝 솟아 신비스런 모습이었다.

소거문도 가는 배편을 여수터미널과 고흥터미널에 문의를 했으나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한 기행문에 손죽도항에서 가는 배가 있으나 손님이 없으면 안 가기 때문에 사전에 알아보아야 한단다. 사전에 어디다 전화를 해야 할지 몰라 손죽도 가는 길에 손죽열도까지 돌아볼 생각으로 출발했다.

손죽도에 도착해 주민에게 소거문도 가는 배는 어디서 타느냐고 했더니 “저기 섬사랑호에 가서 시간 알아보라”고 알려준다. 배 손질을 하던 선원이 “오후 4시에 출발하니 이곳으로 오면 승선할 수 있는데 오늘 갔다 오늘 나올 거요. 거기는 숙박시설이 없어 나와야 할거요. 그런데 우리 배는 평도 갔다가 바로 나오기 때문에 섬에 40분 정도 머물 수 있겠네요. 그래도 갈라요”, “빨리 서둘러 마을만 둘러보고 나올 생각”이라고 하자 오후 4시에 오란다. 손죽도를 바쁘게 돌아보고 조금 일찍 배에 갔다. 선장이 “더운데 배 안에 들어가 있으시오. 여수서 오는 배가 도착하면 곧 출발하요” 조금 있으니 여수에서 거문도가는 쾌속선이 손죽항에 도착, 손님들이 짐을 잔뜩 들고 섬사랑호로 온다. 선실 안에는 소거문도, 평도, 광도 가는 화물칸이 마련돼 들고 온 물건과 승객을 싣고 출발한다.

섬사랑호는 손죽도 항에 정박하면서 소거문도-평도-광도 주민들과 섬을 찾는 사람들 싣고가는데 손님이 없으면 출항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 연락을 해야 한다. 배 요금은 편도 2300원, 출발해 20여 분만에 소거문도 선착장에 도착, 배에서 내릴 때 선원이 “평도 다녀오는 시간에 선착장에 없으면 그냥 출발합니다. 꼭 시간 지키라”며 평도를 향해 뱃머리를 돌린다.

소거문도에서 가장 높은 성산.
소거문도에서 가장 높은 성산.

# 해안에 길게 늘어선 주상절리 장관

선착장에서 마을까지는 상당히 가파른 시멘트 길이다. 길 한 쪽으로 작은 배들이 세워졌다. 아침에 4시간 동안 걸어서 그런가 헉헉거린다.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경운기가 조용한 섬을 시끄럽게 하는 것 같다. 길 오른 쪽에 철망 너머에 ‘충혼탑’이 세워졌다. 6·25전쟁 때 희생한 이 섬 출신들의 영혼이 잠든 곳이다.

섬에 머물 시간이 짧아 서둘렀다. 우뚝 선 성산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마을회관, 가파른 경사지에 밭을 일궈 농사를 짓고 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손죽도가 실루엣으로 보인다. 소거문도에서 가장 큰길 따라 걸어가자 멀리 마치 주상절리 같은 바위산이 장관이다. 손죽도 비렁길에서 본 소거문도는 작은 섬인 것 같지만 막상 섬 안에 들어와 보니 상당히 넓은 섬이다. 온통 숲으로 우거져 우뚝우뚝한 바위산을 가리긴 하지만 아름다운 산세를 이루고 있다. 우뚝 선 성산의 위용도 그렇고.

성산은 섬에 있는 산 치곤 높기도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 정찰기가 안개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충돌하여 사상자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성산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험해서 등산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한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오늘 배로 들어온 손님이요. 오늘 주무시고 가나요”, “이 섬에 숙박할 곳이 없다고 하던데요”, “사람 사는 디 잠잘디 없을라고요. 민박하는 집도 있지요”, “배가 온다고 해서 나가야 합니다. 저 성산에 옛날 일본 비행기가 충돌했다는데 그 이야기나 들려주세요”, “나도 들은 얘기라 자세히 모르는디 저 큰 산에 일본 비행기가 충돌해서 승무원 4명인가 사망했답디다. 옛날에 땔감으로 쓰기 위해 나무를 하러 올라가면 부서진 비행기 쇳조각도 보기도 했는디 지금은 너무 우거져 갈 수가 없을거요”, ”저기 하얀 건물이 혹시 학교터입니까”, “그렇지. 지금 덤불이 너무 우거져 갈 수가 없어 그냥 놔두고 있지요. 한 때 학생수가 70명까지 다녔던 학교요, 젊은이들이 섬을 떠나면서 폐교된지 오래됐지요” 어디 텃밭이라도 가는지 호미를 들고 계단을 내려간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간간이 파도 소리만 들리는, 아직은 외지인에 때 묻지 않은 섬, 너무 조용하다. 어디 그늘 있으면 푹 드러눕고 싶다.

바다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자 시누대가 우거졌다. 더 가기 힘들어 돌아서 선착장으로 걸어가다 밭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는 아주머니가 “오늘 배 온답디요”, “예, 조금 있으면 온다고 했어요. 밭에 갔다오세요”, “고구마랑 수박을 조금 심었는디 멧돼지가 다 파부러 올 농사 망쳐 부렀어. 망할 놈의 멧돼지”, ”“여기도 멧돼지가 있습니까”, “섬에 멧돼지 없는 곳이 있간디요. 농사 못 해 먹것소“ 쉼터에 걸터앉자 아주머니가 회관으로가 시원한 물을 들고 와 마시란다. 멀리 평도갔던 섬사람호가 오고 있어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선착장으로 간다. 1시간도 안 되는 섬 기행, 시간 나면 다시 와 섬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싶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해안에는 기묘한 절벽과 길게 늘어선 기암.
해안에는 기묘한 절벽과 길게 늘어선 기암.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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