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교향곡
서귀포시 교향곡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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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서귀포시 남원읍

문화도시 서귀포시에는 타 지역으로 가지 않아도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예술의 전당이 있다. 라인업도 훌륭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긴다. 

음악은 신기하다. 무대 앞 관객석에 앉아 있는 동안 나를 다른 세상에 데려다 준다. 악기가 내는 소리들, 연주자의 찡그리는 이마, 흔들리는 머리카락, 지휘자의 눈빛과 손끝, 연주자들이 서로 주고받는 미소 하나까지도 다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세계가 만들어진다. 그 덕에 속세를 잠깐 잊는다. 

어느 날 한 공연에서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는 소리를 들었다. 트라이앵글 소리였다. 청아한 소리가 귀를 통해 들어와 내 온몸을 잡고 놓지 않는 듯하였다. 그날 이후 며칠을 그 소리가 계속 떠올랐다. 왜 그 트라이앵글 소리에 사로잡혔는지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날 내가 만난 트라이앵글은 어릴 적 리듬악기 세트 안에 들어있던, 음악 시간에 ‘칭칭칭’ 쳐대던 트라이앵글이 아닌 정장을 차려입은 듯한 트라이앵글이었다. 웅장한 교향곡 안에서 유일한 몫을 하며 다른 악기들과 함께 황홀한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너무나도 조화로웠다. 

얕보일 수 있는 타악기 중 하나인 트라이앵글 소리가 너무 미미하고 볼품없는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나 하고 고민을 하고 있던 나에게 다가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작아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일까, 누가 알아주기는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작아지던 나를 맑은 소리로 안아주었다. 

오케스트라에서 그 무엇하나 필요하지 않은 소리가 없는 것처럼 나도 이 조직이나 사회에서 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위로해 주는 듯하였다. 나의 작은 해냄이 누군가에게 청아한 소리로 닿기를 바라며 서귀포시 시정이라는 교향곡 안에서 묵묵히 나의 몫을 해내려 한다. 

다음 공연에서는 어떤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될지 설렌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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