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극(劇)적 탐구-2인극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극(劇)적 탐구-2인극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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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지난 11월 한 달 간에 걸쳐 서울 대학로에서는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있었다. 올해로 23회를 맞는 이 행사에는 공식 참가작과 해외 참가작을 비롯하여 총 100여 개의 작품이 공연되었다.

관(官)이 아닌 순수 민간단체가 이 행사를 23년째 이어간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동안 공연된 작품 수가 730편이 넘는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그만큼 2인극 페스티벌은 전국의 많은 연극인들에게 관심과 주목를 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필자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제주팀도 응원할 겸 지인과 함께 대학로에서 몇 개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 그 중 한 작품은 ‘무간도(無間道)’라는 제목이었는데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사랑이 어느 순간 집착으로 변하고 그 집착이 결국은 파멸로 치닫고 만다’는 내용이었다. 긴장과 몰입을 고조시키며 주고받는 두 배우의 연기는 2인극이 주는 극적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연극의 매력이 배우들 간의 호흡에서 나오는 내적 경험을 관객과 공유하는 것이라면 2인극은 이러한 경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극형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인극 페스티벌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주도해온 연극인 김진만은 2인극의 개념과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2인극은 의사소통의 최소 단위로 극을 이끌어가며 갈등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극형식이다. 따라서 인물의 관계나 특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야 하므로 배우들에게는 두렵지만 한편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을 지닌다. 사실 등장인물을 두 명으로 제한했을 때 작가나 연출가에게는 창작과정에서 답답함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적 상황이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켜 작품의 창조성을 높이는 적극적인 계기로 작용하여 다양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효과를 낳게 한다. 결국 이를 통해 탄생된 공연은 관객들에게 새롭고 참신한 극적 재미를 안겨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에서 김진만은 자신이 제작, 연출한 2인극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페스티벌에 참여한 총 635편의 2인극 작품들을 분석, 정리하였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2인극에 대한 국제용어로 ‘듀오드라마 씨어터(Duodrama Theater)’라는 공식용어를 사용해 줄 것을 국제연극학계에 제안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1인극(모노드라마)이 배우 한 개인의 연기에 의존하여 공연이 주도된다면 2인극은 두 인물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의해 진행된다. 그런 면에서 극양식의 최소요건은 1인이 아닌 2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인극의 경우 인물 묘사가 분산되고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2인극은 인물의 집중도가 한층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2인극은 최소한의 인간관계라 할 수 있는 두 명 만의 배우가 진행하는 매력적인 극양식인 것이다.

2인극 극형식의 탐구는 도내 극작가나 연출가에게도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배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극의 중심이 배우임을 상기할 때 2인극에서 배우의 역할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의력과 연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2인극 워크숍이나 공연 제작의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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