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는 누구인가
나와 우리는 누구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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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철 전 전교조전국초등위원장·초록교육연대 대표·시인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한다. 즉 나와 이웃이 속해 있는 공동체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가의 정체성을 찾고 살아가는 것은 한 인간의 퍼스낼리티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성씨들은 족보를 다 갖고 있다. 세계 어떤 민족도 우리와 같은 족보를 갖고 있는 데는 없다. 조상 대대로 묘를 조성하여 돌보고 기제사를 지내며 조상의 얼을 받드는 나라도 없다. 나의 관향은 어디이며 시조는 누구이고 그 시조의 몇 대 손이다. 조상들 중에 학문이 뛰어나거나 큰 벼슬을 했던 분을 알고 가계를 아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이 있다. 근래에 와서 이런 전통들이 무너지고 있지만 근본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나는 지난 10월 말 제주의 초·중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한 6명의 교육자들과 함께 가야 고분군 몇 곳을 찾고 수로왕 시제에도 참석했다. 그 중 문경의 고분군을 찾았더니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 없었다. 도굴을 하기 위해 파헤쳐진 것이다. 27일 오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하는 분들 60여 명이 모여 포럼을 열었다. 열띤 발제와 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서 몰랐던 우리 역사를 많이 알게 되었다. 

올해 9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Gaya Tumuli) 7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상주, 함창, 문경의 ‘고녕가야(古寧伽倻)’는 제외되었다. 일제의 ‘임나일본부’설에 의하면 ‘임나’는 3세기 말에 건국이 되었는데 ‘고녕가야(古寧伽倻)’는 그 이전에 신라에 합병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가야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재야사학회와 시민단체 등의 노력으로 친일사학의 입장에서 정리되는 것들 중 일부는 바로잡았다. 그렇지만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 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는 김수로왕과 허왕후 설화 등은 인정받지 못했다. 그리스, 로마사 등 서양 역사서에는 신화들이 당당하게 등장한다. 

일제는 메이지 유신 이후 조선을 침략하기 위하여 이토 히로부미 등은 정한론(征韓論)을 내세운다. 일본 학자들을 시켜 우리 역사를 크게 왜곡하여 조선사 35권을 썼다. 조선은 과거 일본이 지배했던 땅이니 되찾겠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다. 해방 후 이렇게 왜곡된 역사는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일제 때 일본에서 공부한 이병도, 신석호 등이 주도한 우리 역사학계가 친일사관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 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친일사학은 ‘대륙을 지배하여 훌륭한 문화를 이루었던 위대한 우리의 상고사는 왜소하게 조작하고 당파로 분열되어 소 중화주의에 빠져 내부 싸움이나 하는 중국의 속국이었다’라고 서술한다. 

이웃 나라들과 교류하며 평화롭게 사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사회 일각에서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에 눈을 감고 항일 독립투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는 등 우리의 권익과 정체성을 해치는 것은 중단되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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