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쑥내음 가득한 애도와 잔잔한 호수같은 사양도
꽃·쑥내음 가득한 애도와 잔잔한 호수같은 사양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1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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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야생화정원, 힐링 섬 애도(艾島) - 바다 도깨비불 전설이 전해오는 사양도(泗洋島)
하늘에서 내려다 본 애도 전경.
하늘에서 내려다 본 애도 전경.

#쑥섬으로 널리 알려진 애도

한반도 남쪽 고흥반도는 140여 개의 유·무인도를 거느린 고장으로 해안선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부른다. 봉래면에 속하는 애도는 외나로도 항에서 2㎞ 떨어진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 면적은 0.326㎢, 해안선 길이는 3.2㎞로 마치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고 18가구에 3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원래 섬에 자라는 쑥이 질이 좋아 쑥 애(艾)자를 써 애도(艾島)라 했으나 지금은 쑥섬으로 널리 알려졌다.

쑥섬을 가기 위해 나로도 연안여객터미널을 찾았으나 지역 주민이 아니면 갈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봄철 야생화 단장을 위한 환경 정비를 하고 있어 탐방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쑥섬 탐방기를 쓰기 위해 왔다”고 사정하자 정원탐방을 하지 않고 섬 주위만 돌아볼 조건으로 섬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찾는지 배 내부에 야생화 조화가 장식될 정도다. 요란한 배 시동 소리가 그치기도 전에 쑥섬에 도착했다. 관광객이 없는 섬은 조용하다.

섬 위쪽에는 비밀정원(코티지 정원), 달정원, 태양정원, 치유정원, 수국정원으로 이루어져 전남 1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됐다. 이 정원은 김상현·고채운 부부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2000년부터 쑥 섬에 야생화정원을 만들기 시작, 2016년에 개방해 지금에 이르렀다. 쑥 섬에는 난대원시림과 수백 년 된 돌담길 등이 있고 “관광객이 몰려오면 야생화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자랑이다.

섬에서 떠나는 막 배가 오기까지 시간이 남아 골목길을 돌아 섬 남쪽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돌 담집들이다. 모두가 차를 팔거나 아니면 특산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다. 몇몇 집들은 주인이 섬을 떠났는지 폐가가 되어 허물어지고 있지만 돌담 많은 아름답게 남아있어 눈길을 끈다.

쑥 섬은 작지만 일제 강점기 때부터 안강망 어업으로 삼치, 민어 등 각종 고기들을 사시사철 잡았던 섬이었고, 한창 날릴 때는 뭍에서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딸 혼사 얘기가 어려웠을 정도로 부를 누린 섬이었다. 당시 64가구에 397명이 살 정도였지만, 어느 해부터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흥청거리던 섬 사정도 사양길로 들어섰다. 그렇지만 2016년부터 시작된 꽃 정원, 힐링 쑥 섬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봉화산이 우뚝 솟은 사양도.
봉화산이 우뚝 솟은 사양도.

#봉화산으로 이뤄진 작지만 큰 바다를 이룬 사양도

고흥군 봉래면 바다에 우뚝 선 봉화산 자락에 그림 같은 두 개 마을이 있는 사양도(泗洋島)는 섬 주위가 큰 바다를 이루어 네 곳으로 물이 드나들어 사양이라 부른다. 주변 해역은 바람의 영향을 잘 받지 않아 호수같이 잔잔하다. 쑥섬, 외나로도, 내로도, 사양도 4개 섬이 정립해 동서 1.5㎞, 남북 약 2.5㎞의 내해를 감싸고 있어 이 내해를 ‘나로도만’이라고 부른다.

2018년 5월 사양교가 개통되기 전에는 외나로도 축정항에서 작은 차도선을 타고 섬을 찾았지만 사양교가 개통되면서 이젠 섬 아닌 섬이 됐다. 사양교 입구에서 본 사양도는 우뚝 솟은 봉화산(200m) 남·북 끝자락에 선창 마을과 사양마을의 선착장이 눈에 확 들어온다. 길이 420m의 다리를 건너가며 바라본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지역인 사양도, 면적 0.915㎢, 해안선 길이 4㎞에 99세대 181명이 거주한다. 다리를 건너 사양마을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니 넓은 농경지가 나온다. 멀리서 본 섬은 경사도가 심할 것 같았지만 섬 북·동쪽 지역이 완만해 생각보다 넓은 농경지가 있어 놀랐다.

사양도에는 후박나무 군락지와 동백나무가 우거졌고, 산 위에는 각종 약초도 많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 섬에는 ‘바다 도깨비불 보기’가 전해온다. 정월 보름날 남자들은 몸을 깨끗이 하여 섬에서 가장 높은 봉화산에 올라 바다 어딘가에 도깨비불이 떼 지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내려오는 놀이다. 고기잡이 나갈 때 도깨비불이 나타난 곳으로 가면 틀림없이 삼치와 병어, 갈치가 많이 잡힌다고 전해오고 있다. 사양도 주민들은 도깨비가 재물을 가졌다고 믿고, 도깨비는 부와 풍어를 가져다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선창 마을에서 사양마을까지 길지 않은 해안도를 따라 돌아본 사양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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