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 봉우리 중에 머리와 두 어깨가 대칭인 우보오롬
세 개 봉우리 중에 머리와 두 어깨가 대칭인 우보오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1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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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우보오롬

우보오롬은 해발 301.4m, 비고 96m로 서귀포시 색달동 산16번지에 있다. 색달마을에서 오롬을 바라보면 세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그러나 북서쪽으로 오롬을 오르면 봉우리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밋밋하다. 말굽형 굼부리를 가진 세 개 봉우리의 최고점은 중간의 봉우리고 ‘ㄷ자’처럼 구부러진 말굽형 굼부리의 남북 양쪽 끝의 봉우리를 합치면 세 개이다.

우보오롬을 탐방해보면 입구 쪽 남쪽은 화장실·주차장도 없다. 주차할 곳이 있는 북서쪽 승마체험장에서 동쪽으로 오롬을 바라보니 ‘북고남저(北高南底형)’이다. 위(北)에서는 가로 一자형이고 오롬 목초를 베고 난 누런 대머리인데 중간 반쪽 남측은 상록의 푸른 숲이다.

색달리는 베릿내 하류의 유물산지(고대인이 남긴 유물들이 출토되는 곳)는 탐라 때의 토기·석기류와 동굴 입구에는 집터 등과 ‘들은돌(고인돌)’ 있는 ‘개깍’이라는 동네로 보면 적어도 1500년 전에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측하는데 필자는 그보다 더 오래전으로 본다.

오롬 서쪽으로 조금 더 가니 색달천이고, 동남쪽은 천제연 상류인 베릿내을이다. 목초가 베인 북서쪽으로 오롬을 오르니 평평하다. 북쪽으로는 녹하지·거린사슴·한라산이 보이고 숲에 가려 포근한 언덕 서편은 굴오롬(산방산)과 굴메(군뫼/군산)가 보인다. 오롬 언덕길 동남쪽에서 바라보니 ‘ㄷ자’의 굼부리가 큰 보좌와 같은 데 서귀포 앞바다에는 범섬이 떠돈다.

700년 전 고려 때 몽골인들은 이 지역 초원에서 목마장(牧馬場)를 운영하며 이 오롬을 몽골어로 ‘산달(САНДАЛ)’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의자·걸상’이라는 말이다. 이들은 정말 오롬의 모양을 잘 본 것 같다. 그래서 제주인의 말을 음차하였다고 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후 조선조 때 색다리을은 17세기 ‘신증동국여지승람’·‘탐라지도’에서 색달촌(塞達村), 18세기의 ‘제주읍지’도 색달촌으로 쓰였는데, 한글음이 같으나 한자가 다른 것은 몽골어를 음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872년 ‘제주삼읍전도’·‘대정군지도’는 색달리(穡達里)로 표기되었다. 일제는 1/50,000 지형도에 색달리을·우보악(우보름) 마을이 등재되었다.

색다리는 색다릿내’에서 유래했다고 보는데 색다리(섹리)의 ‘색은 쇄골의 ‘쇄’로, 쇄골(빗장뼈)은 복장뼈(흉골)과 어깨뼈(견갑골)을 잇는 긴 뼈로 팔을 몸통에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몸통과 어깨뼈를 연결·지지하며 어깨관절 위팔뼈(상완골)의 자유로운 할동을 돕는 지렛대 역할과 위팔뼈에 전달된 충격을 흡수한다. 우보오롬을 바라보면 쇄골의 의미가 알 듯해 보인다.

우보오롬 위(北東)쪽은 녹하지오롬·거린사슴오롬·한라산, 아래쪽(南西)은 마을과 바다, 서쪽으로는 굴메(군산)·굴오롬(산방산)을 이어주는 쇄골과 같다. 빗장뼈 끝부분과 어깨뼈 봉우리(견봉)과 만나는 부분에서 관절을 형성하며 연결되는 빗장뼈는 머리(중심) 아래 끝부분 양쪽의 둥근 어깨뼈와 만나는 부분은 납작하고 길게 S자 모양을 이룬다. 우보오롬도 가운데는 높고 양쪽 어깨의 둥그런 모양은 완전히 대칭을 이루는 머리와 양쪽 어깨가 세 개 봉우리 형태다.

쇄골은 팔을 밖으로 뻗을 때 열쇠가 돌아가듯 움직이며, 앞부분에는 가슴근육, 뒷부분은 등근육이 연결되듯이 대머리 된 동북쪽 들판은 가슴근육 같고 서남쪽 등근육은 산림을 이룬다. 또한, 쇄골을 뜻하는 영어(clavicle)는 작은 열쇠(little key)를 의미하는 라틴어(clavicula)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듯이 우보오롬의 ㄷ자 굼부리는 열쇄모양과도 닮아 보인다.

색다리(섹리)의 달(리/)은 일반적으로 고구려어 ‘높다·산’이란 말로 해석하나 제주어에서는 ‘들판·언덕·산마루’의 뜻이다. 또한, 나주평야의 학다리(鶴橋)나 예산평야의 삽다리(揷橋)도 산이 아니고 들판인데 제주도 오롬의 ‘달()’을 고구려어로 해석하는 것은 오류이다.

몽골어 ‘우보/오보ОВОО’의 뜻은 ‘쌓아놓은 것(무더기)’란 의미이다. 그러므로 ‘우보오롬’은 ‘걸상처럼 쌓아놓은 (흙)무더기’란 뜻이된다. 그래서 단순한 오보(흙 무더기)보다는 ‘색달오롬’이라 하는 게 옳다고 본다. 왜냐하면 오롬의 뜻이 곧 색달마을을 뜻하기 때문이다.

낙엽이 눈처럼 푹푹 밝히는 숲길을 지나 마을로 내려오는 길, 리본을 달아놓지 않았다면 참나무 낙엽에 길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을 이름이 쓰여진 리본을 달아놓아 나그네(오롬꾼)를 배려한 것은 정말 귀한 일이다. 입구에는 오래된 물통이 있고, 옛날 논밭으로 쓰였다는 곳은 밀감밭이 되었다. 노란 밀감이 겨울을 부르는 제주도 만추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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