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의 과거·현재·미래 두루 살핀 박물지
제주 감귤의 과거·현재·미래 두루 살핀 박물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1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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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귤기(博覽橘枳)(한그루 2023)
박람귤기(博覽橘枳)(한그루 2023) 표지.
박람귤기(博覽橘枳)(한그루 2023) 표지.

우리 같은 헌책방에 책이 입수되는 경로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은 매입하는 경우로 판매를 원하시는 분이 직접 가져오시기도 하고 권수가 많을 때는 출장을 가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장서를 정리하시면서 새로 좋은 주인을 찾아주라시며 그냥 주시는 분들도 있다.

대부분은 몇 십 권 정도지만 가끔은 몇 천권 단위의 ‘통큰 기증(?)’을 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런 경우 우리 입장에선 그 양이 많던 적던 간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서 나름 판매가를 낮춰 작으나마 주신 분들의 성의에 보답하고자 하고 있다.

이렇게 기증되는 책들은 주신 분이 명확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전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그저 책을 나누자는 좋은 마음으로 책방 앞에 놓고 가시면서 별도의 기별도 없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명확한 의사 표시가 없는 상황이라서 한동안 따로 보관하기도 했었지만 몇 년 전부터 그런 ‘우렁각시’ 같은 분들이 꾸준히 계셔서 코로나와 같은 경황 중에도 잠시나마 그 훈훈함에 감동받기도 했다.

오늘은 그런 훈훈함 속에서도 보다 특별한 한 ‘우렁각시’가 놓고 가신 책 가운데 한 권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 분의 특별함은 주신 책들이 대부분 헌책방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따끈따끈한 최신간이라는 점에 있다. 매번 주실 때 마다 나도 한 번 읽어봤으면 싶은 책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고 이놈도 마찬가지로 한동안 곁에 두고 보고 싶은 책이다.

바로 엊그제 출간된 한의학 박사 김태윤 원장의 ‘박람귤기(博覽橘枳)’(한그루 2023)이다. 

‘박람귤기’에 인용된 ‘훈몽자회’ 귤 관련 글자 부분.
‘박람귤기’에 인용된 ‘훈몽자회’ 귤 관련 글자 부분.

직접 감귤농사를 하다 자연스럽게 귤(橘)과 기(枳·탱자)를 연구하게 됐다는 저자가 중국과 우리나라의 옛 문헌은 물론 지금까지의 과학적 성과를 두루 섭렵하고 지은 감귤에 대한 박물지로 ‘박람강기(博覽强記)’라는 사자성어에서 따와 책의 이름을 지었다는 저자의 말 그대로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헌을 인용한 주석(註釋)이 1700여 개에 달하는 등 총 744쪽에 이르는 상당히 전문적인 연구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감귤의 유래부터 그 명칭과 분류를 거쳐 한약재로서의 감귤과 귤피의 가공, 감귤 속 열매를 이용한 가공품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제주 감귤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통해 제주 감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두루 살핀 저자는 부록으로 감귤과 비슷한 이름의 약재들과 감귤 관련 서적과 인명 연대표, 참고문헌까지 수록해서 제주의 감귤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읽으면서 참고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제주의 감귤산업이 지금까지 과육(果肉) 위주로 발전해 왔지만 한의약학적으로는 약효가 더 뛰어난 과피(果皮) 중심의 활용이 더 일반적인 것에 주목한 저자는 이제부터라도 ‘감귤의 껍질’에도 눈을 돌려 적극적으로 산업화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어 주목되는 바이다.

독자들이 ‘서재나 부엌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었으면’ 했다던 저자의 희망은 귤하면 과일로만 생각했던 나 같은 문외한도 곁에 두고 보고 싶게 만드셨으니 일단 성공하신 듯싶다.

부쩍 어릴 적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까먹을 때 나던 그 상큼한 귤 향기가 아련히 떠오르는 요즘이다. 다들 건강하시길.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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