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조선문학’ 392호를 끝으로
월간 ‘조선문학’ 392호를 끝으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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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조선시문학회 전 회장·시인·논설위원

社告
존경하는 ‘조선문학’ 가족 여러분! 조선문학은 35여 년을 한 호의 결호도 없이 꾸준히 발간해 왔습니다만 부득이 한 사정으로 392호를 마지막으로 종간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선문학 창간 당시 문학에의 열정을 광기로 표현하면서 에너지로 분출했던 열정도 바닥이고 건강도 의욕도 욕구도 함께 바닥나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입니다. 젊은 시절의 내가 이제는 늙었다. 어찌 미련이 없겠으며 회한이 없겠는가. -2023년 12월 1일 조선문학 발행인 박진환 드림.

박진환 교수가 창간했거나 발행했던 문학잡지만도 ‘동양문학’, ‘문화에술’, ‘시와 비평’, 그리고 ‘조선문학’ 등 네 개나 된다. 이는 평생을 문학에 투자했다는 증거가 된다.

월간 조선문학은 수난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국문학 발전에 참여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간 배출된 문인(시인·수필가)만 해도 700여 명이 넘는다. 필자는 조선문학 평생독자다. 12월호를 받고 첫 면에 게재된 박 교수의 글(사고)을 보면서 착잡했다. 

박진환 시인은 
박진환(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은 전남 해남 출신(1936)이다. 목포사범을 나온 후 동국대 국문학과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을 수료(문학박사)했다.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시), 1963년 자유문학(문학평론)으로 문단에 나섰다. 1973년부터 10여 년 기자생활을 했다. 수년 간 여러 대학에 출강했다. 한서대 교수 및 예술대학원장을 지냈다. 432권의 시집, 박진환 시선 64권을 펴냈다. 저서에 ‘한국현대시인론’, ‘현대시론’, ‘21C 시학과 시법’, ‘시 창작론’, ‘풍시조 시학’ 등 다수의 역저가 있다. ‘당신도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시인 등용문의 필독서다. 

조선문학사(집필실)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 인근에 있다. 정기 간행물 ‘조선문단’, ‘풍시조’를 겸하여 발간한다. 그 이외 제자들이 활동 공간 문학단체엔 조선시문학회, 형상, 풍시조문학회, 조선문학문인회가 있다. 그는 지도교수로 회원들의 작품을 받아 시집 등 문학지를 발간한다. 편집실 한편에 21C 아카데미를 개설하여 연 2회 강의(시창작)를 한다. 

주변의 중진 문인들은 박 교수를 두고 이렇게 평한다. 

“그는 문학을 위해 문학과 함께 일궈내는 장인의 모습 그대로다.”(희곡작가 이강렬) “박진환 시인은 하루 25시간을 뛰는 열정의 사나이를 지켜본다.”(시인 장윤우) “박 시인은 원고 청탁에서부터 편집, 인쇄 의뢰, 교정, 발송까지 모두 혼자서 하고 있으니 감탄할 뿐이다.”(시인 박혜숙) 

풍시조 수업
필자는 박 교수가 한때 재직한 대학원 교육원에서 ‘현대시창작’을 수강했다. 2006년 10월에 박진환·성찬경(시인·예술원 회원) 교수의 추천으로 시인에 등단했다. 주 작품은 ‘알뜨르’.

박 교수는 ‘풍시조’(諷詩調)의 창시자다. 풍시조는 시조의 3행을 유지하되 간결하고 위트와 풍자, 순수성, 깔끔한 표현의 한국 고유의 시 문학 장르다. 필자는 수년 간 풍시조를 수강하면서 잡지에 작품을 발표했다. 2012년에는 ‘풍시조문학상’을 받았다. 쓴 풍시조 작품이 무려 800여 편에 이른다. 

2022년 11월에  칼럼집 ‘알뜨르의 평화’를 발간했다. 나의 청탁에 박 교수는 축간사에서 “고향 제주가 안고 있는 여러 측면의 관심사들을 심도 있게 제시함으로써 제주 사랑의 깊이를 느끼게도 해 준다”고 평해 주셨다. 

세월은, 50대 박진환 주간의 그 열정은, 이제 88세 노구를 이끌고 2층 편집실에서 원고를 편집하고 교정 보는 고된 작업은 한계에 이르렀다. “먹먹할 때 접고 싶고 접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면서 “조선문학 가족 여러분! 부디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십시오. 문운을 빕니다”라는 박 교수의 결어(結語)를 읽으니 그와 가족처럼 지낸 오랜 세월이 따사롭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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