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만 갖곤 갈등 풀지 못해...열쇠는 소통.신뢰"
"법과 원칙만 갖곤 갈등 풀지 못해...열쇠는 소통.신뢰"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3.12.06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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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푸‧제 3. 북부소각장 대량 실직 사태 ‘좋은 선례’로
안용남 전 위원장 "법과 원칙 테두리 안에서도 생각 바꾸면 보여...올해 모두 재취업 하길"
강명균 과장 "불행한 일 발생 죄송...쓰레기 대란 우려 속 민간위탁 종료 과정서 문제 발생"
양경호 의원 "중재자 역할 등 적극 개입해야...노정협의체 조례 등 검토, 보완에 앞장설 것"
좌광일 처장 "대량 실직 대처 제도 근거 마련 평가...대화 더 일찍 했으면 고통 덜 했을 것"

그날 오영훈 지사께서 (농성 천막에) 오셔서 노정협의체를 구성해 풀어가자고 제안했죠.”

안용남 전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북부소각장) 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14일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농성에 돌입한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이자 밸런타인데이였다고 떠올렸다.

지난달 30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종합비즈니스센터 2층 제주팟캐스트 스튜디오에서 북부소각장 직원 대량 실직 과정에서 불거졌던 갈등을 주제로 ’ 3편 녹화가 진행됐다.

오 지사와 노조 간 합의로 228일부터 노·정협의체가 가동됐다. 북부소각장은 폐쇄됐다.

안 전 위원장은 “2월 마지막 날 첫 본회의를 하면서 모두 발언 때 울먹울먹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실직) 직원이 52명이었습니다. 전원 계약 해지를 당한 상태였죠. 지금까지 제주도와 노정 협의를 이어오면서 오늘 검토해 보니 30명이 재취업했습니다. 나머지 22명 중 정년이 초과되신 분도 있고 해서 대략 17명 정도가 지금 재취업을 하려고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종합비즈니스센터 2층 제주팟캐스트 스튜디오에서 ‘몽‧푸‧제’ 3편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안용남 전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노조 위원장.

강명균 제주도 환경정책과장은 “(노조원들이) 추운 겨울 천막 농성하면서 지내실 때 오 지사께서 일단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천막을 쭉 방문해 대화를 하고 여러 가지 약속도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불행한 일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정이 민간 위탁했던 사업이 종료되면서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하게 된 과정도 문제였다.

강 과장은 쓰레기 대란이 급박한 시기였다. (새로운) 동복소각장을 GS건설이 시공한 후 의무 운영 기간 가동을 위한 인력을 채용해 나중에 정상 운영되고, 이쪽(북부소각장)3년 연장 운영되는 새 기관 간 틈이 생겼다. 북부에 있던 사람이 다 동복소각장으로 가야 하는데 4년쯤 지나버리니까 이미 인력이 모두 채용돼 고용승계가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도는 노정협의체 운영 및 고용안정 지원 조례 제정안을 발의해 지난 10월 제주도의회를 통과했다. 민간에 위탁한 사무가 종료돼 10명 이상 실직 노동자가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내용으로, 노정협의체 구성 조례가 제정된 건 전국에서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종합비즈니스센터 2층 제주팟캐스트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몽‧푸‧제’ 3편 녹화를 진행 중인 강명균 제주도 환경정책과장(왼쪽부터)과 양경호 제주도의원.

한국노총 제주본부 사무처장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 양경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노형동갑)대량 실직이 다신 발생해선 안 된다. 조례가 시행되지 않길 바란다. 민간 위탁 사업이 많은 점이 문제라며 조례를 검토해 미비하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앞장서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내 근로자가 10명 이상인 민간 위탁 사업장은 70여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농성 과정에서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대화 물꼬를 트고 나서 노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제도 개선까지 도출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대량 실직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제도적 근거도 만들어졌다. 치료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좌 처장은 쓰레기 대란을 어떻게 풀지 미리 치밀하게 준비했으면 고용농성 문제도 없었고 지금 사태에 이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대화도 좀 더 일찍 해 지혜를 모았으면 노동자들도 덜 고통받고 취업도 앞당길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덧붙였다.

갈등 해결에 앞서 초동 대응 과정에서 행정당국의 자세 등에 대한 비판과 조언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제주팟캐스트 스튜디오에서 ‘몽‧푸‧제’ 3편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제주팟닷컴 대표인 고재일 칼럼니스트.

양 의원은 행정에선 법적으로 검토하지 않나. 노동법에 의하면 고용승계 의무도 없고 민간 위탁을 준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갑갑할 수밖에 없다며 중간에서 양쪽을 상대하며 중재자 역할을 맡는 등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좌 처장은 행정은 툭하면 법과 원칙을 말한다. 물론 중요하지만, 법과 원칙만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사실 풀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럴 거면 차라리 법률가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라면서도 “(북부소각장은) 사태를 꼭 해결하겠다는 도정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아주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전 위원장은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그 테두리 안에서 조금 변형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무조건 법과 원칙만 내세울 게 아니라 조금 생각만 바꾸면 된다고 피력했다.

안 전 위원장은 소우회결성 소식을 전했다. “소각장에 근무했던 벗들의 모임이란 뜻입니다. 상조회 형식이죠. 7월 첫 모임을 가졌고 분기별로 한 번씩 만나기로 회칙을 정했습니다.”

안 전 위원장은 모든 직원들이 올해가 가기 전에 100% 재취업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며 자신은 맨 마지막에 취업하겠다고 했다. 강 과장은 진정성과 소통, 신뢰를 가슴속에 담고 공무원 생활을 해 나가겠다며 안 전 위원장에게 빨리 취직하길 바란다고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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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 토론 영상은 뉴제주일보 홈페이지(www.jejuilbo.net)와 유튜브 제주팟닷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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