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 참전국 필리핀 참전용사와 그 유족 돕기 행사를 마치고…
6·25 한국전쟁 참전국 필리핀 참전용사와 그 유족 돕기 행사를 마치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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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응봉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특별자치도 지부장

나는 지난 11월 15일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특별자치도 지부장 자격으로 유족회원 14명을 인솔하고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6·25 한국전쟁 참전국 방문 교류사업’의 목적으로 필리핀 6·25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되새기고 참전용사와 가족,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비록 일부에 불과하지만 참전용사와 가족과의 만남 등 뜻깊은 방문으로 기억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새벽에 도착한 첫날 잠시 눈을 붙일 시간도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 반 긴장 반 탓일까, 자는 둥 마는 둥 아침 일찍 회원들과 함께 마닐라 시내 외곽에 있는 유엔묘지 및 전쟁기념관으로 향했다. 현장에는 묘지에서 의전을 담당하는 군 관계자와 의장대, 참전용사 가족, 그리고 마닐라 현지에 상주하면서 필리핀 재향군인회 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종섭 세계재향군인회장과 현지 관계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성껏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행사를 주선한 이종섭 회장의 안내로 현지 한국전쟁 필리핀 참전용사회(PEFPOK) 다마셈 회장을 비롯해 참전용사회 조직 간부와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방문단 회원들과도 서로 인사를 하며 교감을 같이하며 잠시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시간도 가졌다. 설명을 듣고 현장 분위기가 눈에 익어 가고 이어지는 참배는 기다리고 있던 유엔묘지 기념관 의장대의 의전에 따라 시종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되었다.

두 번째 행사는 ‘필리핀·한국 우호센터’(Philippine-Korea Friendship Center) 방문이었다. 6·25 한국전쟁의 상흔을 전시한 전시관이다. 이곳에는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질서정연한 전시물들을 보면서 이역만리 한국전쟁에 참전한 필리핀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자유는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생각하며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강응봉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특별자치도 지부장과 유족회원들이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유엔묘지 기념탑을 참배하고 있다.
강응봉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특별자치도 지부장과 유족회원들이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유엔묘지 기념탑을 참배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한국전쟁기념관을 둘러본 다음 기념관장과 직원들의 꽃다발과 기념품 증정, 기념사진 촬영 등 간단한 환송식을 뒤로하고 세 번째 행사장으로 향했다. 다음은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참전용사와 유가족들과 만남의 시간. 평범하지만 참전용사회 다마셈 회장의 “우리를 잊지 않고 대한민국 제주도 전몰군경유족회에서 이렇게 필리핀까지 방문하여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 줘 감사하다”라는 말이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현지 사정으로 나머지 유가족 방문을 못 만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종섭 회장과 다마셈 회장 등 관계자들이 대신했다.

강응봉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특별자치도 지부장(가운데)과 유족회원들이 지난달 필리핀을 방문해 한국전쟁 유엔참전국 참전용사 및 유가족 방문 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응봉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특별자치도 지부장(가운데)과 유족회원들이 지난달 필리핀을 방문해 한국전쟁 유엔참전국 참전용사 및 유가족 방문 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 날 우리 일행들이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못 만난 참전용사 댁을 방문하고 위문품(금) 전달과 생활환경의 모습을 담은 현장 사진을 보내왔다. 생각보다 더한 참전용사 가족들의 어려운 생활상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귀국길 내내 무거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나라 사랑 다짐에 주먹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현지 관계자에 의하면 현지의 미흡한 보훈 정책으로 고령화된 참전용사의 소외감은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몰·전상 유족이라는 동병상련이었을까, 참석한 참전용사회장, 참전용사 유가족들과 마음으로 서로를 반기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작은 보답은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온다”라는 말도 있다. 우리 유족회는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필리핀 호국영웅과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필리핀 방문은 ‘6·25 한국전쟁 유엔 참전국 방문 교류 사업’의 목적으로 참전용사와 전사자 유족을 위문하고 발전한 대한민국의 위상 등을 널리 알리고자 계획된 사업이다. 비록 짧은 일정에 따른 제한된 행사였지만 행사 인솔 책임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 위상을 실감하고 국위 선양에 따른 민간 외교의 가교 역할은 행사 크기와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이 단절이 아닌 연속이 되길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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