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와 서빙 로봇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2.03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애 동화 작가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니 어제가 옛날이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서도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지 못 하는 나는 키오스크를 보면 머뭇거려진다. 낯선 세계에 들어선 이방인처럼 기계 앞에 선 나는 그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 된다. 사용법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말로 묻는 방식은 아니지만 직원이 주문받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음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건 아마도 심리적인 거리감 때문일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그럭저럭 사용법에 익숙할 즈음 나는 어느 음식점에 앉아 서빙 로봇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주방 쪽에서 사람이 세 개의 트레이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서빙 모드로 바꾸면 로봇은 손님들 사이로 요리조리 자율주행을 하며 부지런히 테이블 앞으로 음식을 나른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이 빈 그릇을 올리고 퇴식 모드로 바꾸면 로봇이 알아서 척척 퇴식구로 가져간다. 음식을 올리고 내리는 데는 사람 손이 필요하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로봇이라기보다 자율주행 운반기 정도지만 그래도 놀랍다.

요즘은 치킨을 튀겨내는 로봇도 있다고 한다. 삼복더위에 불 앞에서 구슬땀 흘리는 일을 로봇이 대신하니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로봇은 아니지만 기계가 알아서 몇 초 안에 김밥을 말고 썰어주는 김밥집도 있고 감자 깎는 일도 자동화된 기계가 척척 해내는 감자탕집도 있다. 

요즘 음식점 주방의 혁신이 가히 혁명적(?)이다. 업주로서는 로봇이 무단결근 할 리 없고 기계가 지각 조퇴할 일 없으니 골치 아픈 직원 관리를 덜 해도 된다. 구인난도 해결되고 인건비도 절약되니 얼마나 좋은가. 로봇 하나가 두 세 사람을 고용하는 효과가 있다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겠다. 렌트도 가능하고 한 번 투자로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니 이제 조리 로봇이나 서빙 로봇은 키오스크처럼 업계에 보편화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우물물을 길어다 땔감으로 밥해 먹고 등잔불 밑에서 공부하던 아이가 불과 60여 년 지난 지금 로봇이 가져다주는 밥을 먹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세상이 바뀌고 삶이 변화된 정도로 치자면 장구한 세월이 흘렀음 직한 데 불과 몇십 년 만에 이렇게 변했다.

판타지 소설에나 나옴 직한 일들이 현실이 되었으니 혹시 일손 구하기 힘든 농촌에도 김매는 로봇, 귤 따는 로봇이 등장할  날도 오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만약 로봇이 일자리를 다 차지해 버리면 사람들은 뭐하면서 살지? AI가 각 분야를 지배하고 로봇이 사람 대신 일을 한다고 무조건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기계화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자 공장으로 몰려가서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처럼 로봇과 사람이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사람이 기계에 저항을 하거나 말거나 디지털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로봇은 우리 생활에 두루 쓰이며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의식이 변화하는 속도가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니 키오스크 앞에서 허둥대던 내가 앞으로 또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얼마나 작아질까 두렵기도 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