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호텔산업이 지향해야 할 길
제주 호텔산업이 지향해야 할 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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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묵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2023년 6월 제주도의 숙박시설 현황은 7017곳으로 처음으로 7000곳을 넘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 말 기준 5632곳보다 24.6%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소규모 개별관광이 증가하면서 민박의 증가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방역에 철저한 고급 호텔에 머물 것이 아니라면 독립성이 확실히 보장된 독채 펜션이나 민박으로 선호도가 변한 것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민박 개수는 2019년 말 4273곳에서 2023년 6월 기준 5564곳으로 30.2% 증가했다. 참고로 제주의 농어촌 민박은 제주 전체 숙박업소의 80%에 육박한다. 

물론 민박만 증가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5성급 호텔이 잇달아 개장했고 앞으로 예정된 것들도 있다. 제주도의 5성급 호텔은 대표적으로 신라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 씨에스호텔앤리조트, 메종 글래드 제주, WE호텔 제주, 포도호텔, 제주신화월드 등이 있었는데 2020년 그랜드 하얏트 제주, 2021년 그랜드 조선 제주, 2022년 파르나스 호텔 제주가 잇달아 개장해 현재 19개에 이르고 있다.

호텔 업계에 따르면 반얀트리그룹의 리조트 브랜드 카시아가 한라산 중턱 서귀포시 색달동에 휴양콘도미니엄 ‘반얀트리 카시아 제주’ 개발을 위해 준비 중이고 고급 리조트 전문 기업인 아난티는 제주시 구좌읍에 대규모의 숙박·레저 시설을 2024년에 구축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현 제주의 관광 시장 동향도 늘어나는 5성급 호텔과 비례해서 장밋빛 길을 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제주 관광 시장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올해 1~6월 제주공항 국내선 공급 좌석은 1534만6789석으로 지난해 대비 119만4153석 줄었다. 위드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급증하자 항공사들이 일본 등 국제선 공급 좌석을 늘린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반면 국제선 공급 좌석은 2022년 4915석에서 올해 47만6281석으로 무려 9590% 증가했다. 이용객도 2022년 2066석에서 37만6972명으로 증가했다. 

제주 관광객의 감소는 비단 해외여행 급증만이 이유는 아니다. 2023년 7월 24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최근 제주 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최근 제주 경제는 관광 수요 감소와 주택 경기 부진이 지속되어 소비 심리 회복에도 불구하고 회복세가 제약됐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관광 부진을 꼽았다. 휴가철인 5~7월 지난해 대비 3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이는 내국인 관광객의 극심한 감소가 원인이다. 특히 사람들은 제주도의 ‘비싼 물가’ 때문에 제주 여행을 꺼린다고 말한다. 즉 제주도에서 바가지요금을 쓰느니 차라리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비스까지 좋은 동남아시아나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특히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으로의 여행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

결국 제주도 관광산업이 살아남는 길은 서비스의 차별화와 고급화다. 좋은 예가 서귀포시 표선면의 프라이빗 호텔 카세로지(Kase Lodge)다. 카세로지는 2023년 오트 그랑데르 어워드(Haute Grandeur Global Awards)에서 한국 유일의 호텔 부분 위너로 선정됐다. 오트 그랑데르 어워드는 매년 개최되는 세계적 권위의 시상식 이니셔티브로 7개 대륙, 172개국으로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수상 부문은 크게 호텔, 스파, 레스토랑인데 여기에 카세로지가 수상을 한 셈이다. 카세로지가 지향하는 소규모 럭셔리 관광이 잘 먹혀들어 간 셈이다. 카세로지는 대형 호텔과는 달리 단 23개의 독립된 객실을 보유한 것이 특징으로 전국 유일의 5성급 소형 호텔이라는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가지고 있다.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일본 유명 셰프 두 명을 스카우트해 섬세하고 감각적인 요리와 와인 페어링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3년 3월 개장한 카세로지는 방문 고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불과 수개월 만에 제주도를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로 입지를 다졌다. 

이 같은 호텔 고급화 전략은 코로나19 이후 제주 관광의 두드러지는 경향이다.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는 수요 감소로 인해 각종 할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정도로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외부와의 완벽한 차단, 사생활 보호, 동남아 못지않은 경치까지 제공하는 독채 풀빌라 펜션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고급 풀빌라 펜션은 1박에 20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연휴나 주말에는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다.

즉 관광객 감소로 제주도의 관광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지금, 제주도내 숙박시설 증가는 숙박업소의 과잉 공급에 따른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당분간 동남아나 일본으로의 국내 관광객 유출은 막기 어려워 보이지만 희소식은 있다. 바로 외국인 국내 관광이 코로나19가 있기 이전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제주항공이 진행한 항공권 할인행사 ‘찜(JJIM) 프로모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의 한국 여행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들의 제주 관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판단되는 이 시점에서 제주 호텔업계가 가져야 할 덕목은 관광객이 제주에 맞추는 관광이 아니라 제주가 관광객의 니즈에 맞춘다는 변화된 마음가짐이다. 외국인들은 제주도의 불편한 교통시설을 큰 단점으로 꼽는데 호텔에서는 호텔 고객을 위해서 무료 공항 픽업 및 샌딩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속해서 늘고 있는 무슬림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한 할랄 메뉴 개발도 호텔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글루텐 알러지 관광객이나 베지테리언 같은 스페셜 다이어터들을 위한 메뉴들을 상시 제공할 수 있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변화를 도모해야 할 시기다. 제주도는 세계가 인정하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관광 목적지다. 하지만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끌려오는 단체관광이 줄고 개별관광이 늘어나는 이 시점에서 변화한 관광객들은 불친절하고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곳으로는 두 번 다시 찾지는 않는다. 이에 호텔 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객 지향의 섬세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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