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막한 산지 끼고 만든 해안도로와 섬 인심에 반하다
야트막한 산지 끼고 만든 해안도로와 섬 인심에 반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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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별초 때 김시랑이 살았던 섬 금호도(金湖島)
하늘에서 내려다본 금호도 전경.
하늘에서 내려다본 금호도 전경.

# 섬 가운데 호수가 있어 금호도라 불리는 섬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시작되는 회동 앞바다에 떠 있는 두 개의 섬 중 오른쪽 금호도(金湖島)는 고려 삼별초때 정사품인 김시랑이 숨어 살았던 곳이라 하여 ‘김씨섬’이라 불렀고, 한때는 ‘금(金)섬’이었다가 섬 가운데 호수가 있어 ‘금호도’라 명명한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섬 면적은 0.582㎢, 해안선 길이 3.2㎞로 작은 섬, 그러나 이웃섬 모도보다 2.5배 크고 높다.

지난 번 모도갈 때 생각없이 택시를 탔다가 거금(?)을 낸 생각에 이번에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터미널에 도착, 2시40분 버스를 타고 금호도 배가 출발하는 회동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한 할머니가 “금호도 갈려거든 버스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배를 탄다”고 말해줬는데 그 말을 기억 못 해 마을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한참 걸어갔다.

주민이 앉아있어 “금호도가는 배 어디서 탑니까”하고 물었더니 “내가 선장이요, 30분 있으면 출발하는디 어디서 온 손님이요. 금호도는 뭐하러 간다요” 섬 구경간다고 하자 “지금 뭐 볼거나 있간디. 바다 갈라질 때 왔으면 사람 구경이라도 하지라” 이야기하는 사이 시간이 됐는지 주민들이 배를 탄다. 회동과 금호도를 다니는 ‘금다리호’는 하루 4번 왕복하는데 8분만에 금호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정경훈 선장은 “1시간 후에 배 출발하니 천천히 구경하소. 학교는 마을 안길로 올라가며 끝에 있고 크게 볼 것도 없어라”고 얘기한다. 선착장 앞에 쉼터와 경로당, 마을 표석이 서 있다. 주변에 400년 된 팽나무는 보호수고 그 옆에 이보다 작은 두 그루 팽나무가 마을에 상징인 듯 서 있다.

이 섬에 오면 세 가지를 반드시 보고 가라는 말이 있다. 하나는 태풍 부는 간조때면 동서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부딪쳐 물기둥이 생기는 자연현상이고, 두 번째는 간조 때 물의 흐름에 밀려 나가는 모래알이다. 세 번째는 갈라진 바다를 건너는 수많은 인파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는데 어느 하나 지금 계절이 아니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400년된 팽나무.
마을 입구에 서 있는 400년된 팽나무.

# 비교적 윤택하고 아늑한 섬마을

마을 안길은 붉은 색 보도블록으로 곱게 깔았고, 집 울타리 벽에는 마을 사람들 일상생활이 그림으로 그려져 보는 재미가 쏠쏠해 웃으며 걸어갔다.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찾아보니 길옆 배수구에서 나는 소리다. 섬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물 흐르는 소리를 따라가자 옛 학교 우물에서 흘러나온 물이다. 주변 여러 곳에서 물이 솟아나고 있다. 산 중턱에 호수가 있어 마을주민들 식수로 사용했었다는데 아마 그곳에서 흘러오는 물인가 싶다. 물이 나오는 부근은 꽤 넓은 밭을 일구고 있다.

오산초등학교 금호분교는 60년이 넘었으나 지금은 학생이 없어 폐교 직전에 놓여있다. 학생이 없어 정상적인 수업을 못해 문 닫은 지 오래됐고, 주민들과 협의 중이다. 한 번 폐교되면 다시 개교하기 어려워 주민들은 기다려 보자는 마음이지만 학생들이 없으니 걱정이란다. 현재 운동장은 마을주민 체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교문 옆에는 공덕비와 함께 사자상이 세워졌고 옆에 두 어린이가 나란히 책을 읽는 조형물이 학생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듯 쓸쓸하다. 학교 옆에 ‘관해사’라는 매년 마을 당신제를 지내는 사당건물이 서 있다.

골목을 걷고 있는데 한 주민이 밭에서 재배한 삶은 콩을 내밀면서 먹어 보란다. 괜찮다고 했으나 손에 꼭 쥐어주며 먹으란다. 섬 인심에 감동한다. 골목 보도블록이 깨끗해서 좋다고 했더니 “너무 오래되어 조만간 교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디 파손된 곳이 없어 쓸만한 것 같은데, 섬 지역도 쓸데없는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씁쓸한 생각하며 걷는데 벽면에 환하게 웃는 주민 표정이 ‘그럴 수도 있지않느냐’고 말하는 것 같다.

야트막한 산지를 끼고 만든 해안도로 따라 걷다 보니 길 끝자락이다. 양식장어구들이 가득 쌓여있다. 전복양식 채묘 사육장도 있다. 진도 일대 섬 지역은 전복 채묘 사육장이 많은데 우리나라 전복 채묘의 상당량이 진도에서 나올 정도로 진도 해안은 최적이라고 한다. 한 때 김 양식과 미역, 그리고 멸치잡이가 활황일 때는 ‘금호도가 돈 섬이었다’고 했었으나 김 양식이 사양길로 접어들며 주민들은 멸치잡이에 주력하고 있단다. 멸치어장은 15가구, 김 양식은 10가구로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분주한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은 그래도 금호도는 비교적 윤택한 편이란다. 짧은 시간 돌아본 금호도, 아늑한 섬마을이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마을 집 벽에 그려진 벽화.
마을 집 벽에 그려진 벽화.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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