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를 누비다
백제를 누비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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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해마다 떠나던 문학기행, 새암독서회 회원들과 3년 만에 1박 2일 여정으로 다녀왔다. 이번엔 나태주 풀꽃문학관, 정지용 문학관, 오장환 문학관 일정을 잡았다.

이른 새벽 우리는 제주공항을 떠나 청주공항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공주 무령왕릉을 찾았다. 무령왕릉과 왕릉원, 백제 고분을 돌아보며  그 아득한 백제의 함성을 들었다. 내 마음을 이끈 건 무덤의 주인을 지키는 사신도, 무덤 주인을 알려주는 묘지석이었다. 무령왕과 왕비의 것이라 한다.

그 다음 국립공주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이란 으레 그렇듯 웅진 백제 문화를 중심으로 충청도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 전하고 있어 가슴이 뛰었다. 교과서나 자료로만 보던 것을 실지로 보니 뿌듯했다.

어물전 밥상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나태주 풀꽃 문학관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풀꽃 카페’가 눈에 띄어 한잔의 차를 마신 후 문학관으로 향하는데 우리는 뜻밖의 광경에 눈이 커졌다. 문학관 방에서 오수를 즐길 것 같았던 나태주 시인님이 손수 빗자루와 쓰레기 받이를 들고 주변을 쓸고 있었다. 권위와 체면이 아닌 순수한 모습에 우리는 이내 긴장이 풀렸다.

문학관으로 들어가서도 동요 ‘과꽃’ 악보를 나눠주고는 풍금 치면서 따라 부르게 한다. 백제 옛 땅에서 동요 부르며 동심의 세계에 젖는 시간, 감사했다. 그 이후에 시인님은 싸인을 하며 다양한 책들을 나눠주셨다. 나는 딸에게 보내는 시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를 선택했다. 그리고 덤으로 두꺼운 시선집 세 권을 받았다.

아쉽지만 그곳을 나와 마곡사로 향했다. 문학 기행 때마다 절을 꼭 순례하는데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여정이다. 잠시나마 나를 비우고 나를 씻어가는 느낌이 좋다고나 할까. 마곡사는 백제 무왕 41년 때인 640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데 아주 많은 보물을 보유하고 있다.

그 다음 유명한 공주 국밥집 ‘새이학’에서 연밥 정식과 공주 알밤 막걸리를 마시고 숙소인 공주 호텔에서 묵었다.

다음 날, 조식 후 옥천군에 위치한 정지용 문학관을 탐방하고,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특별전으로 우아한 옛 가구들을 감상했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인 '오장환 문학관'으로 향했다. 문화해설사에게 오장환의 삶과 문학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문학의 향기를 만끽했다.

1박 2일의 여정을 마치며 그동안 목말랐던 문학, 역사, 문화체험을 향유하여 후련하다. 백제의 숨결이 내 안으로 차오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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