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희생으로 다수 혜택...정당한 보상 뒤받침돼야"
"소수 희생으로 다수 혜택...정당한 보상 뒤받침돼야"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3.11.28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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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푸.제’ 2. 제주동부하수처리장 갈등 사례.
송창권 위원장 "퍼주기, 떼쓰기 등 시각 경계해야...월정 양보에 도민들 고마워해야"
김창현 이장 "설명도 없이 사업 추진, 행정 불신 키워...협의 사항 이행 첫발 중요해"
김성철 부장, 마을문제.주민아픔 파악 위해 '월정살이', "소통.대화하자 역할 고마움"
지난 24일 오전 제주팟캐스트 스튜디오에서 공공갈등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철 제주도상하수도본부 하수도부장, 김창현 월정리장, 고재일 칼럼니스트, 송창권 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하수처리장 마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중요합니다.”

송창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은 혐오기피시설인 하수처리장은 사실 제일 약한 동네에 조성된다속된 말이지만 누구나 똥오줌 배출하지 않나. 누군가의 희생으로 다수가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그만큼 해당 마을에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그걸 퍼주기나 떼쓰기, 님비현상, 욕심쟁이라거나 얻어먹으려고만 한다고 해선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종합비즈니스센터 2층 제주팟캐스트 스튜디오.

제주동부(월정)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둘러싼 갈등을 주제로 토론 녹화가 진행됐다.

송 위원장은 옛 북제주군 당시 동쪽 월정과 서쪽 판포(서부하수처리장)에 하수처리장이 지어졌다. 제일 약한 동네들 아니냐. 동지역은 도두에 만들어졌다. 동병상련이라며 하수처리장이 들어오는 자체가 마을로선 오명이다. 그래서 하수처리장에는 지역 이름도 넣지 않는다. 한시적으로 조성된 게 아니라 평생 가는 시설이다. 주민들이 무슨 죄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송창권 위원장.

송 위원장의 지역구는 제주하수처리장이 있는 도두동을 비롯해 이호동과 외도동이다.

김창현 월정리장은 동부하수처리장은 원래 6000t 용량으로 시설된 후 벌써 한 차례 12000t으로 증설됐고, 다시 두 배 증설이 추진되는 것이라며 첫 증설 당시 리민들은 몰랐다. 그래서 왜 당신들 맘대로 하나, 행정을 못 믿겠다는 불신이 싹튼 것이다. 이 상황에서 또 24000t 증설이 말이 되나라며 갈등의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이장은 몇 년 전 삼화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동부하수처리장으로 유입시킨다는 계획을 알고는 있었지만 행정은 안 한다고만 했다. (이장을 맡지 않을 당시) 어느 날 진드르를 지나는데 하수 연결관 공사를 하고 있었다. 마을에는 아무 얘기도 없었다. 그래서 행정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김 이장은 월정은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등 검은오름 용암동굴계가 연결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돼 있다. 그것도 월정 땅의 노른자위 4분의 1이 유산지구로 지정돼 농사로는 먹고살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바다도 다 죽어가고 있다고 지역 특수성을 밝혔다.

김 이장은 해녀들은 생존권이 달린 사안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도 그랬지만 바다를 끼고 사는 분들에겐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월정 작은 바다에 담수인 하수처리 방류수가 섞이면서 염분이 약화해 바다생물이 죽어간다. 연안에 가보면 물건(수산물)이 없다. 해녀들이 벌이가 안 되니까 갈등이 악화했다. 싸우느라 도청 가서 맨땅에도 잤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시공사의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김창현 이장.

김 이장은 “58개월간 행정과 싸웠는데 사법까지 끼어들면서 리민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다. 하수처리장 물량이 95%로 적정용량 85%를 크게 초과하면서 오염도 가중됐다고 덧붙였다.

김 이장은 결단을 내렸다. 그는 마을을 위해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다. 올해 1월 반대대책위를 해산하고 미래발전위원회로 전환했다. 하수처리장 증설이 안 되면 우리 마을 자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니까 사업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되 마을 발전을 담보하도록 행정과 협의하기로 했다. 해녀분들께도 이렇게는 안 된다, 실익을 찾아보자고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20일 김 이장과 해녀 대표 등은 오영훈 지사와 함께 제주도청에서 공동회견을 열고 2017년부터 중단된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을 정상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송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하수처리장을 없앨 수도 없고 가만두면 100% 용량을 넘어설 수밖에 없는, 극단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장님의 통 큰 양보와 희생정신, 이것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문제를 풀 수 있는, 난마 같은 상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성철 제주도상하수도본부 하수도부장은 이장님이 행정하고 같이 소통하자 대화하자, 이런 역할이 컸다. 행정에서도 부지사님을 필두로 TF팀을 구성했다. 각 실과에서 월정마을의 숙원사업 등을 파악해서 가능하면 되는 방향으로 하자, 이렇게 추진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직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갈등 당사자 간 소통을 이끌어내고 앞으로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갈등 재발을 막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신뢰 구축, 진정성, 약속 이행이 꼽혔다.

송 위원장은 사실상 협의일 뿐 합의가 아니다. 약속한 걸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월정마을의 대의를 위한 양보에 도민 전체가 고마워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갈등이 이어진 걸 미안해해야 한다. 환도위원장으로서도 주민들께 고마움을 느낀다. 뒷받침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성철 부장.

김 이장은 증설공사가 완료돼도 냄새가 나고 오염이 된다면 주민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협의만 했을 뿐 이행된 것은 얼마 없다. 올해 하반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진척도 안 되고 있다. 어촌계 사업을 중심으로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첫발이 중요하다. 해녀 편의시설부터 빨리 진행해 달라고 행정당국에 거듭 요청했다.

김 부장은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 허가 조건 중 동굴 이격 거리 및 진동 피해 등 측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던 점을 거론한 후 행정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길이라며 주민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하나씩 검증하며 안심시키고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장 등은 지난해 가을 마을 내 원룸을 빌려 2개월간 월정살이를 했다.

김 부장은 월정에 직접 살면서 갈등을 풀어보자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악취가 나는지 직접 마을을 걸으며 확인해 보자, 주민들의 아픔을 같이 느껴보자고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김 부장은 사실상 매일 주민을 만나 소통했고 최소 매주 1회 점심, 매월 2회 회식을 한다는 기준도 세워 실행에 옮겼다. 김 부장이 출장 등으로 마을에 못 가면 팀장이나 주무관이 출동했다.

당시 마을에서 악취가 난다고 하자 곧바로 사태를 파악한 상하수도본부는 탈취시설을 설치했다. 김 부장은 행정에서 신뢰를 드린다는 일념으로 약속 사항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장은 그때 상하수도본부 부장, 본부장을 날마다 만났다. 대화로 풀어보자고 많이 노력하더라. 저도 많이 감동했다. ‘진심이 있는 사람들이구나느꼈고, 사람이란 게 만나면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서로 동지로 간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회고했다.

송 위원장은 우리 인생사 갈등 없는 곳이 어디 있나. 갈등은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갈등이 무섭다고 내팽개치고 타협으로 끌어당기지도 않고 배제를 시켜버리면 이게 더 큰 문제다. 갈등은 함께 풀지 않으면 결코 풀 수 없다.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송 위원장은 하수도 사용 조례 개정안도 꺼냈다. 하수처리장 주변 지역 거주자에게 일정 요금을 감면해 주는 게 골자로, 송 위원장이 대표 발의했으나 지난 3월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가 지난 10월 같은 내용으로 도의회를 통과했다.

송 위원장은 하수를 내쳤으면 하수도 요금을 내야지 왜 욕심쟁이처럼 구느냐. 의원들조차 의견을 모아주지 않아 상처받았다. 진심을 몰라줘 속상했고 굉장히 실망했다. (3월 부결 후) 나흘간 8곳 하수처리장을 다 돌면서 비교 분석했다.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지역공동체가 살아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피력했다.

김 이장은 올해 말로 2년 임기가 끝난다. 그는 “(하수처리장 갈등으로) 리민들이 해 놓은 게 없다고들 한다. 실제 하수처리장 싸움만 했지 딱히 한 게 없다. (내년 착공 등과 관련해) 다른 이장이 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마무리 잘해 놓으라며 리민들이 연임을 요구하고 있다. 고뇌가 많다고 토로했다. 김 부장은 결자해지해야 한다.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며 김 이장에게 격려와 응원을 건넸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 토론 영상은 뉴제주일보 홈페이지(www.jejuilbo.net) 유튜브 제주팟닷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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