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품격(品格)
정치인의 품격(品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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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칼럼니스트

‘요즘 정치인들의 말을 듣고 그 품격이 의심되지 않아?’

술자리에서 첫째 금기되는 것이 정치얘기. 술자리가 이쪽저쪽으로 쪼개어지기 쉽다. 그 다음은 자기자랑을 피해야 한다. 예부터 ‘온 바보는 아내자랑이요, 반 바보는 자식자랑’이라 했다(全癡誇妻, 半癡誇兒). 그런데, 편 가름의 차원 너머 요즘 ‘정치인의 말’은 내 귀를 의심케 한다. 오죽하면 그들의 녹음을 방송에 내보내지 못 할 정도이어서, ××로 자막(字幕)처리까지 되는가. 정치는 말(言)로 하며, 말이 품격을 보인다. 

‘정(政), 치(治), 품(品), 격(格)’은 어디에서 비롯된 말일까. 각 글자를 설문(說文)으로 풀이해 본다. 설문이란 ‘한자의 구조와 본디의 뜻을 설명함’이다. 

‘바르다·갖추어 있다(正)’는 발걸음(止)이 하늘·땅(一)의 뜻에 따름이다. 바르다(正)의 부수(部首)는 지(止). ‘바르게(正) 살고 있는가’는 ‘하늘·땅(一)에 부끄러움·두려움 없이 걸음(止)을 걷고 있는가’이다(就有道而正)〈논어 學而>. 정(政)·교(敎)에서, 복(攵)은 ‘환경을 마련함’이다. 따라서 ‘온 국민이 따르도록 앞장서서 길을 마련함’이 정(政)이다.

다스림(治)과 법(法)은 무엇이 같으며 다른가. 물(氵)이 흘러가도록(去) 물길을 내는 것이 법(氵+去=法)이며, 흐르는 물(氵)이 범람 않도록 둑(台=臺)을 쌓아놓음이 다스림(氵+台=治)이다. 다스림(治)과 법(法)은 물에서 배우고 물을 다루듯 해야 한다. 수원(水源)은 가정이며, 우물처럼 맑아야 할 것이다. 나라를 다스림도 이와 같아서, 자신과 집안을 우선 다스려야 한다(家齊而國治)<大學>.

품(品)은 사람들 입(口)이 몰려있음이다. 물건을 팔려는 사람은 질(品/quality)이 좋다고 당연히 말할 것이다. 좋고 나쁨은 다른 사람들의 입(口)에 의해서도 정하여진다. 따라서 품(品)은 주관적·객관적 견해들의 모음이다. 혼자만 옳다고 목소리 올려 봐도 주위에서 인정해줘야 한다. 경매장에서 값이 정하여지는 상황과 같다. 정치인들의 품평(品)은 표심(poll)에서 정해진다.

격(格)을 설문한다. 같은 수종(樹種)의 가로수라도(木) 모양이 같은 것은 없다. 제각각(各) 다르다. 나무는 각기 달라도 쓰임새를 나름대로 지닌다. 마룻대나 들보(棟樑)로 쓰이고, 서까래로 쓰이는 나무, 마루로 깔아 쓰이고, 가구가 되면 안방에서 주인과 함께 앉아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땔감으로 쓰인다. 이렇듯 나무는(木) 제각각(各) 격(格)이 달라도 쓰임새가 다 있다마는 사람은 어떤가? 격(格)은 위아래가 있다(格于上下)<書經>. 정치인 중 격(格)이 아래로 떨어지면 장작으로라도 쓸 수 있을까?

수컷·암컷은 동물에게만 쓰는 말이다. 사람에게는 비유적으로도 쓸 수 없다. 어느 정치인이 사람을 두고 쓴 말이다. 또한 야당 대표 했었던 어느 정치인은 대중 앞에서 마른 장작 불길처럼 자신의 분노를 누르지 못 했다. 자기 뜻만 앞세워 남의 말을 배척 말라(毋任己意而廢人言)<채근담>. 

내 발걸음(止) 곧음(一)이 정(政)의 바탕이다.
제 감정 따라 대응하면 품없는 하수(下手)다. 
나의 품을 알려면 여러 입에(品) 귀기우려라. 
제 평정심 못 다스리면(治) 물젖은 땔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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