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6차 산업' 도전하는 요가 강사…"청년농 기준 연령 늘려야"
'힐링 6차 산업' 도전하는 요가 강사…"청년농 기준 연령 늘려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11.26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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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업, 청년이 미래다] 8. 밀과보리 요가원 강민성 원장

제주의 1차산업이 위태롭다. 2021년 기준 제주 농가인구는 7만5548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33.8% 줄면서 ‘농촌’이 사라지는 처지에 놓였다. 같은 기간 경지 면적 또한 5.5% 감소했다.

젊은 층 인구가 1차산업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농촌이 빠르게 고령화했고, 이에 따라 기후 변화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속도 또한 둔화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동시에 고령 농가 비중은 크게 늘면서 생산성 저하를 넘어 농촌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제주농협의 '2023 귀농귀촌·청년농업인 아카데미'에서 두각을 나타낸 청년 농업인을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제주 농업 현장의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을 보도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주 농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청년 농업인을 발굴·소개한다. [편집자 주]

▲ 제주 농부 꿈꾸는 요가 강사

지난 23일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에서 만난 강민성 밀과보리 요가원 원장(41)은 ‘제주 농부’를 꿈꾸는 요가 강사다.

부산항 항만 운영사에서 일하던 그는 비 오는 날 계단에서 넘어져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다쳤고, 치료 목적으로 접한 요가를 통해 새 삶을 찾았다. 

강씨는 “대학병원부터 전문병원까지 다 다녀도 몇 년간 차도가 없었는데, 지푸라기처럼 접한 요가를 수련하다 보니 몸이 조금은 좋아졌다”며 “이제 요가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아닌 제 삶의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10년간 부산에서 요가 강사로 일하던 그는 여행 도중 제주의 매력에 빠졌고 한 달살이, 일 년 살이 등 제주 체류 기간을 점차 늘리다 제주에 정착했다. 요가원 이름인 ‘밀과 보리’는 쌍둥이 자녀의 태명에서 따왔다.

강씨는 “귀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행 도중 제주가 너무 좋았고, 요가 수련을 하러 제주에 오는 일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제주 이주를 선택하게 됐다”며 “제가 먼저 제주로 내려왔고, 가족들도 지난 7월부터 내려와 함께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감귤원과 요가 결합한 ‘힐링 6차산업’ 도전

강씨는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임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농부’의 길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강씨의 목표는 감귤원에서 감귤 따기 체험을 하는 동시에 농장에서 요가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힐링 6차산업’이다.

강씨는 “제 농장에서 힐링하고 치유하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그런 농장을 만드는 게 제일 큰 목표”라며 “몸이 불편한 분도 있지만, 요즘에는 마음도 불편한 분이 많지 않나. 자연도 살릴 수 있고, 사람도 무엇인가 회복해서 가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 이주한 강씨가 이처럼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이유는 제주농협이 지난 5월부터 진행한 ‘귀농귀촌 및 청년농업인 아카데미’의 영향이 컸다. 

강씨는 “제주에 오니 감귤밭도 많고, 막연하게 ‘농사를 한번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농사를 지을 만한 자금의 여유는 없었는데 임대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하더라”며 “농업인 교육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귀농귀촌 및 청년 농업인 아카데미’를 들었는데 초보 농사꾼으로서 정말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이어 “교육 내용도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교육생들과 교류가 생기고, 인간적인 관계가 깊어지는 것도 좋았다”며 “제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저에게 ‘괸당’이 생겨 가슴이 너무 따뜻하다”고 웃었다.

▲ ‘청년농’ 기준 연령 확대해야

강씨는 청년농업인 지원 기준 연령을 상향해 보다 많은 청년 농업인이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저는 이주를 결정할 때부터 지원 기준 연령을 넘겨 귀농귀촌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청년 농업인과 귀농귀촌 농업인의 지원 혜택 차이가 크다 보니 아쉬웠다”며 “40대 초반 나이에 새로 접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청년 농업인 기준 연령을 늘리거나 귀농귀촌인과 청년농업인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비슷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농지은행에서 마음에 드는 토지가 나와도 20대, 30대가 지원하면 40대인 저로서는 항상 후순위에 배정돼 마음에 드는 농지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며 “그런 점이 조금 힘들게 느껴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 이 기사는 뉴제주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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