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쓸리는 작은 몽돌 소리 ‘힐링’
파도에 쓸리는 작은 몽돌 소리 ‘힐링’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2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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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가운데 백호산이 우뚝 솟은 백야도(白也島)
백야도 몽돌해변.
백야도 몽돌해변.

# 멀리서 보면 투구처럼 보인다는 섬

여수는 남해안 중심에 반도처럼 길게 뻗어내리며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은 돌산도, 왼쪽은 화양면, 아래로 백야도, 개도 등 길게 섬 들이 연결되어 가막만을 형성한다. 현재 돌산에서 화태도를 잇는 대교가 개통됐고, 힛도와 백야도을 연결하는 백야대교도 개통됐다. 화도-월호도-개도-제도를 잇는 대교 건설 계획이 세워졌으니 몇 년 안에 가막만은 거대한 자연 바다 호수가 될 듯 싶다. 섬이 많은 남해안은 이렇게 교량 건설로 이젠 섬은 섬이 아닌 육지가 되는 현상이 되는 것 같다.

백야도는 전남 여수시 화정면에 있으면 백야대교 개통으로 섬 아닌 섬이다. 면적은 4.04㎢, 해안선 길이 11.3㎞로 섬 중앙에 백호산(286m)이 우뚝 솟아 있다. 화양반도와 백도를 잇는 백야대교는 2005년에 건설됐다. 백호산 정상 바위가 모두 백석으로 둘러 있고 멀리서 보면 투구처럼 둥실둥실 한데다 산 정상에 석문이 있는 석보가 있어 ‘백야도’라는 지명이 붙여졌다. 조선 시대에는 백호산에 봉수대와 백야 산성이 있었고, 말을 사육하는 백야 목장이 있었다.

개도에서 출발한 차도선이 백야도에 다가갈 무렵 섬 끝자락 언덕 위에 하얀 등대가 보인다. 백야등대다. 바다에는 통발어선 두 척이 빠르게 달리면서 통발을 건져내며 날리는 물살에 선원들은 물세례를 받고 있다. 운 좋게 통발 어선의 보기 드문 어로작업을 가까이서 보고 있다. 백야선착장 너머에 백야도 중심마을이 보인다. 면 소재지여서 그런지 마을이 크다.

우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백야등대로 향했다. 백야등대는 옛날부터 백야도 주민들이 즐겨 찾아가는 소풍 길이었기 때문인지 잘 정돈되었다. 소나무숲이 우거진 가운데 있는 백야등대. 옛날 풍선이 다니던 시절 제도와 백야도 사이 수로가 협소하여 항로의 한계를 알려주고, 밤에는 불을 밝혀 어선들을 안전항해를 도왔던 등대다. 등대 주변으로 우리나라 주요 등대 모형을 만들어 세워 마치 제주도 우도 등대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멀리 우뚝 솟아있는 백호산.
멀리 우뚝 솟아있는 백호산.

# 백호산 등반객 몰려…찾아가고 싶은 섬 선정

“바람 구름 하늘 햇살/난 요술 방망이 되어/빛나는 남녘 밤하늘 별이 됩니다/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숙제/그리움은 살아 있다는 표현/그립고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누군가 그립고 보고싶은 날엔/나는 후라지아 향기되어 노래하리라/백야도 가는 길목에서” - 이미숙의 ‘백야도 가는 길목’

매미 소리가 요란스럽다. 매미 소리 요란스러운 것은 더위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뜻일까? 어릴 때 멀구슬나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매미를 잔뜩 잡아 가슴을 누르면 날개를 퍼덕일 때 부는 바람이 마치 선풍기 인양 얼굴에 대고 놀았던 때, 밤중에 오이밭 서리 갔던 기억, 바닷가에서 이가 시리도록 물놀이하던 기억, 여름이면 항상 추억처럼 떠오르곤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잊고 지내다 섬에 들어와 시 한 편 읽고 기억이 되살아난다. 아직도 이런 낭만이 남았었나.

백야도 몽돌해변이 아름답다는 안내문을 보고 찾아 나섰는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한참 찾아다녔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안내판이 이상한 곳에 세워져 잘 보이지 않아 고생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작은 몽돌이 파도에 쓸려 ‘자르르~’하고 흐르는 소리가 더위를 씻겨준다. 백호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 절경도 볼만하다는데 1시간을 가파른 산길 오르기는 너무 더워 아쉽지만 포기하자고 했더니 동행한 친구가 “형님이 왠일로 산에 오르는 것을 포기합니까. 금오도에선 죽으라코 오르더니. 많이 지친 모양입니다”라고 놀린다. “더워서 힘들다”고 말하고 싶지만 웃어 넘겼다.

백호산 정상 바위들이 하얀 색을 띠었는데 백야대교도, 교회도, 마을 건물 벽도 모두가 흰색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섬을 강조하기 위한 주민들의 마음이란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경치가 아름답다는 곳이면 여지없이 펜션들이 들어섰다. 백야대교가 개통되고 백호산을 찾은 등반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찾아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면서 바다 생태 체험 등의 사업에 25억원을 투자하면서 섬 곳곳에는 휴양시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제주도 해안을 돌면서 곳곳에 펜션 등 각종 시설이 즐비하게 세워진 것을 보면서 지나친 개발이라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섬 곳곳을 돌며 본 현실은 각종 휴양시설이 너무 많이 들어서 곳곳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섬이 섬다운 모습을 지켰을 때가 보석인데 여행자의 생각일 뿐, 현지 주민의 입장에선 개발이 우선이겠지.

섬이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상에 불과한 것일게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백야도 등대.
백야도 등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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