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유족회장 4·3재단 이사 사퇴…갈등 넘어 분열 ‘우려’
전·현 유족회장 4·3재단 이사 사퇴…갈등 넘어 분열 ‘우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3.11.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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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임종 전 직대·김창범 유족회장, 이사회 동반 사퇴
“일부 이사 압박” 주장에 이사회, 반박 입장문 ‘맞불’

속보=제주4·3평화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을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도록 변경하기 위한 조례 개정 논란이 재단 이사회 내부 갈등을 넘어 제주4·3희생자유족회(이하 유족회)와의 분열로 이어지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유족회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직전회장인 오임종 전 재단 이사장 직무대행과 김창범 현직 회장이 재단 이사직에서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오 전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직무대행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지 이틀 만에 김창범 유족회장과 함께 재단 이사회 이사직까지 사퇴했다.

유족회가 재단 이사회에서 발을 빼는 것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앞서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을 사퇴한 이유를 밝힌 오 전 직무대행은 이사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본지 11월 22일자 1면 보도).

오 전 직무대행은 기자회견 당시 일부 재단 이사들이 이사회 회의 결과를 담은 기자회견문을 도민사회에 발표하라는 압박을 줬고, 이사회 소집도 막았으며, 직무대행의 권한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변인 제도를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영수 유족회 감사 역시 이사회를 향해 “오만이 극치”라며 이사 전원 사퇴를 요구했고, 22일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마치 4·3이 그들 특정 단체의 전유물 또는 개인 소유물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현 사태에 대한 모든 일 처리를 몇 명의 이사가 전권을 행사해 수행하겠다는 발상은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고 개인의 입지를 높이려는 작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오 전 직무대행의 기자회견과 유족회의 비판에 대해 재단 이사회도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재단 이사회는 오 전 직무대행의 주장에 대해 “이사들이 작성한 보도자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재단의 업무 관행상 회의 의결에 대한 보도자료가 배포돼야 했으나 오 전 직무대행의 지시로 제130차 이사회 의결 사항이 도민과 언론에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사회 소집 권한은 직무대행에게 있다. 이사들은 직무대행의 이사회 소집을 막을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변인 제도 도입에 대해 “대변인 제도는 재단 직제에 없는 규정”이라며 “이사회는 이번 사안이 매우 엄중한 만큼 이사회의 의견이 도민사회에 제대로 전달되고,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의결 사항 등을 전달할 언론 창구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논의했고, 이에 따라 언론 소통을 담당할 이사를 지정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재단 이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유족회를 배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사회 이사인 김창범 유족회장을 비상대책위원으로 선임했지만, 본인이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반박했다.

재단 조례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재단 이사회 내부 갈등이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유족회 전·현직 회장이 이사직을 내던지면서 분열 양상을 보이는 만큼 향후 이사회를 넘어 재단 자체와 유족회 간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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