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정직한 직업…청년 정착 위해 지원 요건 완화해야"
"농부는 정직한 직업…청년 정착 위해 지원 요건 완화해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11.22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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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업, 청년이 미래다] 6. 지은총 제라진팜 대표

제주의 1차산업이 위태롭다. 2021년 기준 제주 농가인구는 7만5548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33.8% 줄면서 ‘농촌’이 사라지는 처지에 놓였다. 같은 기간 경지 면적 또한 5.5% 감소했다.

젊은 층 인구가 1차산업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농촌이 빠르게 고령화했고, 이에 따라 기후 변화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속도 또한 둔화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동시에 고령 농가 비중은 크게 늘면서 생산성 저하를 넘어 농촌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제주농협의 '2023 귀농귀촌·청년농업인 아카데미'에서 두각을 나타낸 청년 농업인을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제주 농업 현장의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을 보도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주 농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청년 농업인을 발굴·소개한다. [편집자 주]

 

▲ 서울 생활 접고 귀농…“농부는 정직한 직업”

지난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서 만난 지은총 제라진팜 대표(28)는 건축·토목 관련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제주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일하던 그는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쳐 ‘귀농’을 선택했다.

지 대표는 “농사는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적고, 제가 일한 만큼 돌아오는 정직한 직업”이라며 “저는 몸 쓰는 일이 체질이기도 하고, 농사가 마음이 편하다”고 귀농 계기를 밝혔다.

지 대표는 현재 부모님의 마늘 농사를 도우며 브로콜리, 비트, 콜라비, 초당옥수수, 단호박 등 네 가지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지 대표는 “마늘 농사 같은 경우 인력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밭작물 재배를 고민하다가 네 가지 작물을 재배하게 됐다”며 “밭 하나에서 두 가지 작목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도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 대표는 ‘제라진팜’을 통해 손수 키운 채소를 ‘꾸러미’ 형태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마쳤다. 다음 달 브로콜리, 콜라비, 비트, 감귤 등 4가지 농산물을 담은 ‘농산물 4종 세트’를 온라인 스토어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판매해 보니까 시장의 반응이 좋아 올해에도 준비하고 있다”며 “꾸러미 형태로 작게 포장돼 있다 보니 가정용으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 드론 수확-케일 재배 새로운 도전

지 대표는 농촌 인력난 해결을 위해 ‘드론 수확’에도 도전하고 있다. 현재 브로콜리 수확에 드론 1대를 이용하며 ‘드론 수확’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중이다. 

지 대표는 “수확한 브로콜리가 담긴 마대를 드론이 밭 밖으로 옮겨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40~50kg까지는 드론이 운반할 수 있다”며 “해보지 않은 방법들이라 부모님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도 있지만 새로운 방법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지 대표는 내년 하우스 시설을 설립, 케일 같은 양채류와 만감류 재배를 시도하며 농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그는 지역 내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을 채용하는 ‘사회적 기업’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 청년농 정착 위해 지원 강화해야

지 대표는 농촌 사회에 청년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각종 지원 제도의 제한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청년농 지원 정책이 현실과 조금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농사를 처음 짓는 청년은 농협에서 비료 구매 비용을 지원받을 수 없다“며  비료 구매 실적이 있는 사람만 지원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 대표는 “직불금도, 농업수당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주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농업을 하기 위해 교육받은 실적이 있는 청년들에게는 그런 제한 조건들이 풀렸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이어 “제주에 정착하려면 기초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토지 구매 자금에 시설 비용 등 초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제주 땅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 대표는 또 “제주라는 프리미엄에 농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가 느끼기에 성공한 사례는 모두 제주에서 어느 정도 농사에 대한 기반이 있었던 사람”이라며 “기반 없이 제주에서 농사를 짓는 일은 쉽지 않다. 농촌에 정착하려는 청년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을 마쳤다.


※ 이 기사는 뉴제주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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