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지구 한 바퀴 여행한 30대…제주서 '와인' 도전
자전거로 지구 한 바퀴 여행한 30대…제주서 '와인' 도전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11.2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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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업, 청년이 미래다] 5. 예비 청년농 주기화씨

제주의 1차산업이 위태롭다. 2021년 기준 제주 농가인구는 7만5548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33.8% 줄면서 ‘농촌’이 사라지는 처지에 놓였다. 같은 기간 경지 면적 또한 5.5% 감소했다.

젊은 층 인구가 1차산업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농촌이 빠르게 고령화했고, 이에 따라 기후 변화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속도 또한 둔화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동시에 고령 농가 비중은 크게 늘면서 생산성 저하를 넘어 농촌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10회에 걸쳐 제주 농업 현장의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을 보도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주 농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청년 농업인을 발굴·소개한다. [편집자 주]

▲ 농부 꿈꾸는 이탈리아 자전거 교사

지난 20일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만난 청년농 주기화씨(31)는 이탈리아에서 초등학생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던 교사였다. 전 세계를 돌며 자전거로 지구 둘레인 4만km를 여행한 그는 이탈리아 피아몬테 주 노바다에 정착, 3년 반 동안 지역 초등학교에서 자전거를 가르치며 일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고향인 경상도 대신 제주 이주를 택했다. 동시에 제주가 정예 소득 작목으로 선택한 ‘블랙사파이어’ 포도를 이용해 와인 개발에 나섰다. 

이탈리아에 있을 때 지인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농업을 병행하고,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영향이다. 주씨는 세종사이버대학교 소믈리에학과 과정을 거치며 와인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았고, 제주대학교 링크사업단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 청년 농부라는 자신의 ‘꿈’을 펼쳐내고 있다.

주씨는 “아무것도 없는 제가 꿈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제주대 링크사업단의 도움 덕분”이었다“며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포도를 억데 됐고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사무실, 전문가 매칭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며 ”농업이 부담되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씨는 올해 제주대 링크사업단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 벚꽃을 활용한 ‘제주 사파이어’ 로제 와인, 수국을 활용한 ‘제주 사파이어’ 포트 와인, 동백을 활용한 ‘제주 사파이어’ 레드 와인 등 와인 3종을 개발했다. 창업 구상부터 실물 제작까지 진행한 그는 올해 제주대 링크사업단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우수 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씨는 ”제주의 매력을 담아서 승부해보자는 생각에 나온 것이 ‘제주 사파이어 와인’이라면서“ ”세 가지 와인을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창업 준비 나서는 청년농 적절한 지원책 필요

내년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주씨는 창업 준비에 나서는 청년농에게 적절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씨는 ”청년 농부를 준비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부담되는 것은 농사에 진입하기 위한 초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라며 ”현재 청년 농부를 위한 비용을 대출해 주고 있는데, 이게 과연 적절한 지원인지 의구심이 든다. 빚의 무게가 크지 않나“고 반문했다.

주씨는 이어 ”전문 농업인을 육성하려 한다면, 인구 소멸에 대응한 이탈리아 ‘1유로’ 주택 정책과 같이 현재 사용하지 않는 최소 300평 단위의 농지를 청년들에게 무상 제공하고, 해당 지역에서 3~5년간 농업을 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혼자’ 아닌 ‘함께’ 농업 일궈야

주씨는 귀농을 생각하는 청년농이 각종 지원 제도와 지원 기관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주씨는 "저는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고 싶어도 중간 다리가 없었다. 그런데 학교나 농협 같은 기관을 통해 내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중간에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제가 농협 귀농·귀촌 아카데미도 듣고 있는데 그 교육을 통해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주씨는 21일 2023년 제주 귀농·귀촌·청년아카데미를 수료했으며, 우수한 성적과 모범적인 태도로 제주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주씨는 아울러 “저도 혼자서 결과를 얻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인데, 경험하고 나니 기관을 한 번 방문하거나 문의하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제주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결과적으로 봤을 때 누군가와 함께할 때 의미가 있었고, 감사한 일이 많았다”고 피력했다.


※ 이 기사는 뉴제주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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