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단 이사장 권한대행 “이사회 압박” 사퇴…내부 갈등 확산
4·3재단 이사장 권한대행 “이사회 압박” 사퇴…내부 갈등 확산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3.11.21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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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임종 전 제주4.3유족회장은 21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이사장 권한대행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사진=고경호 기자
오임종 전 제주4.3유족회장은 21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이사장 권한대행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사진=고경호 기자

제주4·3평화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을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도록 변경하기 위한 조례 개정 논란이 ‘내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고희범 전 재단 이사장 사퇴 후 직무대행에 나섰던 오임종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이하 유족회) 회장마저 ‘이사회의 압박’을 이유로 사직했으며, 유족회 역시 ‘이사회 전원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등 조례 개정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오임종 전 유족회장은 21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이사장 권한대행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오 전 회장은 전임 고희범 전 이사장이 사퇴한 직후인 지난 3일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권한대행을 맡아왔다.

이날 오 전 회장은 이사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오 전 회장은 “이사장 권한대행 직무를 얼굴마담이나 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일부 몇 분이 작당하고 무력화시키는 걸 봤다”며 “재단이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해보고자 했지만,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의회도 재단 당사자라고 자부하는 일부 사람들과만 소통하지 말고, 진정으로 제주도민과 국민, 4·3 유족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 전 회장이 언급한 ‘일부 몇 분’과 ‘재단 당사자라고 자부하는 일부 사람’은 이사회의 일부 이사들이다.

오 전 회장은 “이사 몇 분이 작성해 놓은 이사회 회의 결과를 담은 기자회견문을 도민사회에 발표하라는 압박을 줬다. 갈등 대신 평화롭게 해결하겠다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발표하지 않았다”며 “이후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이사회를 소집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일부 이사들이 막아 직권으로 소집하기도 했다. 특히 이사장 권한대행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사회의 입장을 대변할 이사를 정하는 등 대변인 제도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재단 이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 전 회장의 사퇴와 함께 지난 20일 개최한 제131차 긴급 이사회의 의결 사항 등을 발표했다.

재단 이사회는 “앞서 130차 이사회에서 의결한 재단 조례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이의 철회 등을 요구한 의결 사항을 재확인했다”며 “또 전임 이사회에서 의결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조례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이사회 입장을 대변할 이사를 통해 언론 대응 등을 일원화하기로 의결했다”고 공표했다.

130차 긴급 이사회 당시 의결 사항은 ▲조례개정안 입법예고 철회 ▲철회 후 재단 운영의 발전적 방안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제주도, 도민사회 등과 적극적으로 논의 ▲입법예고 시 이사회 차원의 중대한 결심 등이다.

131차 긴급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재승 4·3중앙위원회 위원,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 등 이사 3인으로 구성됐고, 임시 대변인은 김동현 이사가 맡았다.

오 전 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발언대에 선 박영수 유족회 감사 역시 재단 이사회를 향해 “오만의 극치”라며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제주도는 재단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제주도지사가 직접 이사장을 임명하고, 기존의 이사회를 개편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일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해 22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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