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촌에 청년 유입하려면 진입 장벽 낮춰야"
"제주 농촌에 청년 유입하려면 진입 장벽 낮춰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11.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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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업, 청년이 미래다] 3, 30대 청년농 오봉훈씨

제주의 1차산업이 위태롭다. 2021년 기준 제주 농가인구는 7만5548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33.8% 줄면서 ‘농촌’이 사라지는 처지에 놓였다. 같은 기간 경지 면적 또한 5.5% 감소했다.

젊은 층 인구가 1차산업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농촌이 빠르게 고령화했고, 이에 따라 기후 변화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속도 또한 둔화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동시에 고령 농가 비중은 크게 늘면서 생산성 저하를 넘어 농촌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10회에 걸쳐 제주 농업 현장의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을 보도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주 농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청년 농업인을 발굴·소개한다. [편집자 주]

▲ 잡지 만들던 청년. ‘키위 농부’로 변신

지난 15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만난 청년농 오봉훈씨(30)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 대학을 나온 후 한 잡지사에서 근무했다.

물가는 치솟았지만 3년간의 직장 생활의 연봉에 만족하지 못하던 그는 지난해 9월 ‘귀농’을 결정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농사일을 도왔던 그이기에 곧잘 농사일에 녹아들었다.

오씨는 “부모님이 30년 넘게 농사를 하셨다. 저도 어릴 적부터 농사일을 많이 도왔고, 대학생 때도 방학이 되면 내려와서 일을 돕곤 했다”며 “서울에 있으면서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고향에 왔다”고 말했다.

▲ ’홀로서기‘ 시도하는 청년농 

부모님의 뒤를 이은 ’2세대‘ 농부인 그는 ’홀로서기‘에도 도전하는 중이다.

2000평 규모의 키위 농장에서 부모님의 일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800평 규모의 한라봉을 재배하면서 농사일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오씨는 “농사를 시작하면 배워야 할 게 산더미다. 경영, 전기, 전자, 화학까지 이걸 모르면 농사를 못 짓더라”며 “저도 칠판에 화학식을 써 놓고 공부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부모님의 키위 농장은 ’제스프리‘를 통해 납품하면서 판로가 안정돼 있는데, 제가 재배하는 한라봉은 아무래도 시작 단계이다보니 판로를 새로 개척하는 게 어렵다”며 “인력난 속에서 일손을 구하는 일도 만만찮다”고 토로했다.

▲청년 유입 위해 농업 교육 확대해야

오씨는 농촌 사회에 청년들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지원책을 강화하고 농업 관련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씨는 “후계농업경영인 신청을 하면 5억원을 융자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5억으로도 농사를 짓기가 쉽지 않다”며 “땅을 사고 시설을 올리려면 5억원에서 10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청년들이 무슨 돈이 있어 농사를 짓겠나”라고 말했다. 

오씨는 “저는 아버지에게라도 배웠지만, 처음 농사를 지으면 이게 잘 되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고, 어디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며 “처음 농사를 지을 때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실패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앞서도 말했듯 농사를 지으려면 배워야 할 게 많다. 저도 청년 귀농·귀촌 아카데미를 들었지만, 청년 농부나 농사를 처음 짓는 분들을 위한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이론적으로나마 농사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는 교육이 더 많아지면 청년들이 농촌에 적응하는 게 수월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야근‘없고 ‘워라밸’ 챙기고…농부는 매력적인 직업

오씨는 반면 이 같은 진입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면 ’농부‘가 어떤 직업보다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희망을 전했다.

오씨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의사, 변호사 등 어떤 직업보다 농부가 매력적이고 좋은 직업”이라며 “바쁠 때는 바쁘지만 자신만의 시간도 많이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부는 해가 떨어지면 일을 못 하기 때문에 야근도 없다”며 “자신이 크게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잘 챙기면서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직종”이라며 웃어보였다.


※ 이 기사는 뉴제주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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