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로 성장해 온 대한민국이 위태롭다
과학기술로 성장해 온 대한민국이 위태롭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1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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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진 제주대학교 수산생명의학전공 교수·논설위원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선진 국가의 일원이다. 이른 바 선진국 클럽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는 벌써 27년이나 지났고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는 비약적인 도약을 이루어 현재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진국 반열이 올랐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위상은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오로지 인재 육성과 과학기술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하고 곧바로 6·25전쟁을 겪으면서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로서 대한민국은 동남아의 필리핀이 부유한 국가로 느껴질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였다. 이런 대한민국이 불과 1세기도 지나가기 전에 지금은 당당히 선진국이 되어 전 세계가 놀라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어 이제는 많은 개발도상국이 대한민국을 배우려고 한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재 육성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 교육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삶의 최우선 순위로 여기고 아이들을 잘 키우려고 온갖 노력과 고통을 감내하여 왔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도 인재 양성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와 함께 인재들을 과학기술 영재로 만들기 위한 정부와 부모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서 보면 그 없던 시절에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1966년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를 설립하고 정부조직에서 과학기술부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또 한국과학원(현 KAIST)을 세워 연구 중심의 대학원 대학을 설립하여 많은 과학 인재를 발굴하고 여기에 등록금 면제, 장학금과 기숙사 제공, 심지어는 병역 특혜까지 혜택을 주어 많은 인재들이 몰리게 되었다. 이러한 것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괄목한 성장을 이루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과학기술을 하는 인재는 과거처럼 좋은 인재가 몰리지도 않고, 또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하는 태도도 사뭇 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부모나 고등학생들이 과학기술 관련 전공을 택하는 것보다는 법대를 가는 것을 선호하게 되어 많은 인재들이 과학기술에서 빠져나가게 되어 실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찬물을 껴 얻은 일이 터져버렸다. 연구자들을 무슨 카르텔이나 해서 연구비를 그저 나눠 먹는 쌈짓돈으로 생각해서 예산 낭비를 부추긴다고 하면서 2024년도 연구비를 갑자기 대거 삭감시켜버렸다. 물론 아직 국회의 예산 심의가 남아있고 정부에서도 이러한 과학기술연구비 삭감이 가져오는 반발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어느 정도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정부의 내년도 예산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지켜온 5% 수준에서 4% 이하로 줄어든 규모이고 그 삭감 규모가 4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실제 피부로 느끼는 부처별 R&D 삭감 규모는 더욱 심각한데 연구사업별로 적게는 20~30%, 많게는 50~70% 수준이며 심지어 90% 이상 줄인 사업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참담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계속과제로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비 규모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내년에 이렇게 몇십 %로 줄이게 되면 과연 그 연구사업을 어떻게 지속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출연연구기관뿐만 아니라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대학교에선 신진연구 인력과 대학원생의 급여와 학비를 정부 R&D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내년에 각 대학에서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 한 연구비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젊은 과학자들과 대학원생들에게 좌절감을 줌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할 수 있는 상황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현장에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과거 아무 자본이나 기술력도 없이, 그리고 경험도 전무한 상태에서 오로지 인력 양성과 과학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현재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이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리고 ‘보수다 진보다’라는 이념을 막론하고 모두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다. 

지금이라도 내년 R&D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복구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미래는 없다고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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