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자태 간직한 해안선에 형성된 기암절벽 장관
신비로운 자태 간직한 해안선에 형성된 기암절벽 장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1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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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람 길’과 막걸리로 유명한 개도(蓋島)
해상에서 바라본 개도 전경,
해상에서 바라본 개도 전경,

# 개의 두 귀가 쫑긋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섬

돌산 신기항 여객터미널에서 한 직원에게 “혹시 금오도에서 개도로 가는 배는 어느 선착장에서 탈 수 있냐”고 물었더니 “금오도에서 개도로 가는 배는 없고 개도 갈려면 여수로 나와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타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여행자들이 백야도에서 가는 배가 있다”고 말했으나 “잘 못 알고 있다”고 한다. 금오도와 안도를 돌아 함구미 마을 취재를 마치고 선착장 매표소에 갔더니 개도에 가는 배가 하루에 6번 왕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괜히 고생할 뻔했다. 개도는 함구미 마을 바로 앞에 있는 섬인데 배가 안 다닌다는 것은 그 직원이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다. 남해안 섬 지역 다닐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섬 연결 배편이다. 선박회사가 달라 연안여객터미널에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애먹기 일쑤다.

함구미 선착장을 출발, 중간 대봉도를 거쳐 30분 만에 개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에 속한 개도, 면적은 8.76㎢, 해안선 길이 25.5㎞로 섬 서남쪽에 천제산(320m)과 봉화산(338m)이 개의 두 귀가 쫑긋 서 있는 것이 개처럼 보여 ‘개섬’이라 부르기도 했다. 개도에도 금오도 비렁길 같은 ‘사람 길’이 있다. 3개 코스로 된 개도 ‘사람 길’도 금오도 비렁길 못지 않은 기암절벽 코스를 개척, 관광객들이 찾고 있어 개도 막걸리와 함께 새로운 관광 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안선은 동쪽과 서쪽이 돌출되었고, 곳곳에 만입(灣入)되어 드나듦이 심하다. 북쪽 일부 간석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암석해안이고 남쪽이 높은 절벽으로 이루어졌다. 이 해안선에 형성된 기암절벽은 신비로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함구미에서 바라본 해안 절벽이다. 천제산과 봉화산 골짜기에 화산, 여석, 월항, 모전, 호령, 신흥 등 여섯 개의 크고 작은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배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포구를 따라 걷다 보면 넓은 간척지와 저수지가 나온다. 화산마을 입구, 개도 초등학교와 출장소, 우체국 등이 있는 개도의 중심지다. 좁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오래된 기와집과 중심지에 큰 당산나무가 마을 쉼터가 되고 있다. 보호수인 400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화산마을과 신흥마을 사이가 꽤 넓은 벌판이다. 작은 섬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있어 놀랐지만 알고 보니 이곳은 오래 전에는 갯벌이었다고 한다. 이 갯벌은 개도리 ‘큰개’다. 여기 갯벌을 막기 전에는 신흥과 화산마을에는 300여 가구가 살았다. 농지가 귀하던 시절 마을 사람들이 의지하고 살았던 곳이 바로 큰개 갯벌이었다. 그런데 1990년 농지조성을 위해 갯벌 막이 공사가 시작됐고, 2년 만에 4만여 평의 농지가 조성되어 등기마저 마쳤다. 이렇게 농지조성은 됐으나 가장 시급한 농업용수확보가 어려워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농업용수 계획없이 시작된 농지조성은 실패였고, 간척해서 안 될 갯벌에 무리한 공사였던 것,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물길 막고 40여 년을 기다리는 동안 농지 조성한 땅은 갈대밭으로 변해 귀중한 갯벌만 사라진 꼴이 됐다. - 이재언 ‘한국의 섬’

개도 해안 절벽에 개설된 ‘사람 길’.
개도 해안 절벽에 개설된 ‘사람 길’.
개도 막걸리
개도 막걸리

# 해안도로 따라 걷는 개도 사람 길

해안도로를 따라 ‘개도 사람 길’ 1코스를 걸었다. 이 작은 섬에도 해안가에는 숙박업소들이 들어서 있다. 모전 마을 앞을 지나는데 해안에 마치 반도처럼 길게 섬 같은 암반지대가 뻗어 있어 장관이다. 긴 섬은 모전과 호령 마을 포구의 거대한 자연 방파제가 되어주고 있는 것 같다. 한 주민은 “우리 마을 포구는 아무리 큰 태풍이 몰아쳐도 피해가 전혀 없소. 저 섬이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높은 곳에 올라 전경을 촬영하려고 길을 찾고 있을 때, 어디서 온 들고양이 한 마리가 내 옆으로 오더니 몸을 땅바닥에 비비며 야옹거린다. 우리 집 들고양이들은 내 발소리만 듣고도 멀리 도망가는데, 이 고양이는 겁도 없이 발등에 비비며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먹을 걸 달라는 행위인 것 같은데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미안한 마음에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개도 막걸리가 유명하다니 맛보고 싶어 마을을 돌아다녔으나 문을 연 상점은커녕 식당도 없다. 개도 막걸리를 예찬한 여행자 글에 보면 화산마을 입구 삼거리에 특이한 건물이 ‘개도 주조장’이라 적고 있어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없고 지나는 사람조차 만날 수 없다. 조선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개도 막걸리는 수백년간 명맥을 유지하며 이 막걸리가 여수까지 진출하여 명성을 날리고 있다. 개도 막걸리뿐이 아니라 낭도 막걸리도 유명하다 했지만 맛볼 수가 없어 아쉽다.

개도는 막걸리와 함께 참전복도 유명한 특산품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구경도 못하고 백야도 가는 배를 타야 했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금오도 함구미에서 본 개도 해안절벽.
금오도 함구미에서 본 개도 해안절벽.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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