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촌·예촌·하례리에 속한 예촌망오롬
호촌·예촌·하례리에 속한 예촌망오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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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예촌망오롬
예촌망오롬 정상서 본 북서쪽 바다에는 지귀도가 보인다.
예촌망오롬 정상서 본 북서쪽 바다에는 지귀도가 보인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예리 95-11번지 일대에 자리한 예촌망오롬은 해발 67.5m, 산 높이(비고)는 63m이다. 이 오롬은 해발 4.5m에서 솟은 원추형 돔 화산체이다. 바다에 인접한 이 오롬의 특징은 바닷가에서 볼 때 정방폭포·소정방폭포에서 보는 해안 단애가 두드러진 아름다운 해변이다. 이 동네는 제주도 동남쪽, 일주도로 상에서 멀지 않은 가마귀르(까마귀 동산) 일대는 오지리(烏旨里)라고 하였는데 망오롬은 바로 이 고개 위에 있다.

예리의 제일 첫 이름은 ‘여을’이라 불려왔다. 그러나 이후 한자로 음차하여 호촌리(狐村里·여우호(狐)자를 써서)라 불렸다. 이후 포구는 호촌으로 표기하였으나 마을 이름은 ‘오지리(烏旨里 이후 梧脂里로 바뀜)’라 표기하기도 하고 ‘호촌리’라고도 불렸다. 마을 위로는 효례천(효돈-하례)이 흐르고 유명한 경승지 쇠소깍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아래는 ‘자리(돔)잡이’로 유명한 공천포 앞바다에는 지귀도(한국에서 가장 낮은 섬)가 떠돈다.

신예리는 700년 전, 성씨·문씨·조씨가 설촌 하였는데 고려 때는 여현 호아촌(狐兒村), ‘태종실록’은 호아현(狐兒縣)을 호아촌이라 하였다. 19세기 예촌리는 상예촌리, 오지리는 하예촌리가 되었다. 1905년에는 상예촌리·하예촌리로 불리다가 1914년 위미리 일부를 합쳐 신예리, 상효리 일부를 합쳐 하례리가 되었다가 1940년에는 신예1, 2리로 나뉘게 된다.

하예리의 오롬 둘레길을 돌아보니 밀감밭 경계에는 큰 곰솔(어쩌면 제주도 노송 중의 하나)이 보인다. 남동쪽 아래로는 서귀포 시내가 훤하고 남서쪽 위로는 백설을 품은 한라산이 또렷하다. 오롬 주위에는 농가·관리사·창고 등이 듬성듬성한 데, 울타리 밖으로는 가지를 내민 노란 밀감이 정겹다. 이 길은 망오롬에서 망장포로 나가는 제주올레 5코스이다.

밀감동산이 예촌망오롬인데, 이곳이 오롬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예촌오롬은 그저 언덕 위에 비탈진 곳을 계단식으로 돌을 쌓았다. 그런데 제주에 그 흔한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이 아니라 바닷가 먹돌같이 매끄럽고 구멍 없는 하얀 조면(현무)암이다.

예촌망오롬 정상서 본 남쪽은 서귀포시, 고군산오롬. 각시바위 한라산 자락도 보인다.
예촌망오롬 정상서 본 남쪽은 서귀포시, 고군산오롬. 각시바위 한라산 자락도 보인다.

동내 노부부를 만나서 길을 물었다. “망오롬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어디 있습니까?” 그 분은 “여기는 개인 과수원이라서 올라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올라 가보아도 밀감밭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또한, 길이 막혀서 갈 수도 없을 겁니다”고 하였다. 그러나 과수원 사이로 최고점(最高點)을 향한다. 모래참흙·마사토를 작은 조면암을 이용하여 계단식으로 비탈진 오롬 끝까지 밀감밭을 가꾸었다(아마도 돌들은 농부들이 갯가에서 가져 왔을 것이다).

최고점에는 노송 몇 그루와 키 큰 삼나무가 오롬을 분할 하는데, 거센 제주 바람도 침범치 못하니 봄날처럼 따스하다. 바람 부는 들판과 목초지, 과수원을 지나 바닷길을 따라왔는데 여기가 낙원인 듯싶다. 서북으로는 정오의 햇빛이 은빛 찬란한데 떠도는 절오롬·섭섬이 마치 쌍둥이 오롬 같다. ‘사르륵 사르륵 …’ 미끄러지며 언덕을 내려온다.

기록에는 예촌망오롬에 봉화대가 있었다(기록상) 하나 오래전에 그 기능을 잃은 것 같다. 봉화는 오롬 위의 흙을 쌓아 만든다. 연대는 해변에 돌을 쌓아서 만든다. 김승태는 그의 저서 ‘제주오름의 368’에서 이 오롬은 해안선과 최단거리에 인접해 있으며, 그 높이도 63m로 어쩌면 연대의 기능을 감당했을 것으로 보았다. 필자의 견해로 예촌망오롬도 봉화대가 존재했을 것이나 나중에는 연대의 기능으로 격하되거나 보목리의 절(제지기)오롬이 추가되거나, 봉화가 이동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정의현 소수산봉(小首山烽, 38m)의 봉화대가 대수산봉(大首山烽, 97m)으로 옮겨진 경우를 유추해 보면 알 것이다.

절오롬(85m)과 예촌망오롬(63m)도 보목리의 절오롬(제지기오롬 85m)으로 봉화대가 이동된 것으로 보인다. 그 증명은 보목(甫木)연대가 있는 절오롬에 올라보면 흙으로 둥그렇게 봉화대를 쌓아 올린 것을 확실히 볼 수 있다. 또한, 예촌망에서는 삼매봉이 잘 보이지 않으나 절오롬에서는 삼매봉이 확실히 보이는 것도 봉화대가 옮겼을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예촌망오롬은 온통 밀감밭인데 방풍림으로 쓰이는 나무를 보니 구럼비나무·사스레피·우묵사스레피·후박·참식·예덕나무 등의 제주산 푸른 나뭇가지들이 바람을 막아준다. 제주도라고 하지만 다른 동네는 바람 불고 추운데, 그러나 제주도 동남지역인 이곳 예촌망오롬 부근은 봄인 듯 따스하다. 길가의 작은 들꽃과 철모르게 피어난 인동꽃마저도 싱싱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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