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농사짓기 좋은 곳, 농지 지원 확대돼야”
“제주는 농사짓기 좋은 곳, 농지 지원 확대돼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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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업, 청년이 미래다] 2. 이종학 제주조아농장 대표

제주의 1차산업이 위태롭다. 2021년 기준 제주 농가인구는 7만5548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33.8% 줄면서 ‘농촌’이 사라지는 처지에 놓였다. 같은 기간 경지 면적 또한 5.5% 감소했다.

젊은 층 인구가 1차산업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농촌이 빠르게 고령화했고, 이에 따라 기후 변화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속도 또한 둔화하고 있다. 

이처럼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동시에 고령 농가 비중은 크게 늘면서 생산성 저하를 넘어 농촌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10회에 걸쳐 제주 농업 현장의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을 보도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주 농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청년 농업인을 발굴·소개한다. [편집자 주] 

 

▲ 농부로 변신한 언론학도

지난 14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만난 이종학 제주조아농장 대표(41)는 ‘농사짓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자랐다. 그 말의 영향 탓일까. 그는 언론학을 전공하고 도내 한 지하수 영향조사 업체에 근무하며 ‘농사’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농부’가 된 것은 3년 전 친구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도내 지하수 영향조사 업무를 하며 농촌의 고령화 현실을 목도한 그는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일의 가치를 느꼈고, 아버지로부터 밭 1500평을 임대해 ‘제주조아농장’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농업용수 관측 업무를 하며 도내 농촌 곳곳을 돌아봤는데,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농업을 지키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고, 오래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한평생을 감귤과 함께해 온 부모님에게 감귤 재배 비법을 배우고 있는 그는 “가끔 약을 이상하게 친다고 혼날 때도 있지만 부모님이 제 일을 많이 도와주신다”며 “키우는 감귤나무 하나하나의 특성을 다 아는 부모님을 보면 대단하다는 걸 느낀다”고 강조했다.

▲ 감귤 하나하나 직접 따고 포장…판로 확대 노력

부모님의 뒤를 이은 ‘2세대’ 농부인 그는 ‘젊음’을 무기로 온라인 시장에서의 판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부모님이 재배한 황금향·레드향·천혜향·한라봉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가 하면 유튜브 ‘제주원시인’ 채널을 통해 제주 감귤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라이브 커머스처럼 전문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유튜브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라며 “꼭 물건을 팔려고 하는 게 아니고 서로 공감하고 교감하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농협 아카데미에서 다른 감귤 농가를 만났는데, 그곳은 나무 하나하나의 특성을 다 바닥에 메모하면서 수확하고 있더라. 그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저희 농장의 귤도 저와 부모님이 하나씩 직접 따고 포장해 맛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만감류 신품종 ‘윈터프린스’ 재배도 시작하며 재배 품종 육성 확대도 꾀하고 있다.

▲ 청년농 확대 위해 농지 구매 비용 지원해야

이 대표는 농촌 사회에 청년들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농지 구매 비용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현재 청년농이 농촌에 진입하는 방법은 부모님에게 땅을 물려받는 것밖에 없다. 농사짓기 위해 제주의 땅을 사려면 땅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며 “제주의 경우 농사짓는 땅을 사려면 다른 지역의 5배 가까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행정에서 일정 규모의 농업단지 등을 조성해 청년농에게 임대·분양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며 “농사를 꿈꾸는 청년농이 그곳에서 농사를 시작하고, 성공 가능성을 엿본다면 농촌에 정착하는 방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 대표는 “제주는 농사짓기 좋은 환경이다. 행정당국의 지원 체계도 잘 돼 있고, 네트워크도 잘 형성돼 있어 주변에서 농사 관련 정보를 얻기도 편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최근 이상기후 피해로 감귤 낙과가 많았다. 이상기후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농사일이 물리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애써 키운 과일이 피해를 볼 때 정신적인 충격도 크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뉴제주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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