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비리' 공익제보, 4년 6개월 기나긴 싸움 끝 승소
'마사회 비리' 공익제보, 4년 6개월 기나긴 싸움 끝 승소
  • 이창준 기자
  • 승인 2023.11.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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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도 조작' 폭로 직원 신분보장조치 취하 소송
1심서 원고 마사회 승소했으나 최근 항소심서 뒤집혀
시민단체 "환영", 마사회 상고…"억울함 반복되지 않길"
한국마사회.<사진=연합뉴스>

한국마사회의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을 폭로한 직원 김정구씨(54)가 기나긴 법정 싸움 끝에 1심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8일 열린 김씨의 ‘신분보장조치 결정 취하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마사회의 손을 들어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고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즉 김씨에게 내려진 신분보장조치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2019년 4월 일요신문은 마사회가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는 당시 마사회 제주지부 고객안전부 부장의 직위에 있던 김씨의 공익제보를 통해 보도된 것이었다. 김씨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공익제보를 한 당시 김씨는 마사회 감사실 등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내부 문서 2건을 유출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달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2019년 12월 마사회는 김씨에게 내부 문서를 무단으로 유출했다는 등의 이유로 직위해제 등 중징계를 내렸다.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이 아닌 문서 유출에 초점을 둔 것이다.

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2020년 6월 김씨가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른 부패행위 신고를 한 것이라 판단하고 신분에 불이익이 가지 않아야 한다며 신분보장조치 결정을 했다. 

제주지방검찰청도 2020년 7월 마사회가 김씨를 상대로 고소한 내용(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에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결정했다.

이러한 가운데 2021년 3월 감사원이 마사회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한 결과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이 실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사회가 조작은 없었다고 지속 밝혀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2020년 5월 시민사회단체 등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마사회는 김씨에 대한 신분보장조치 결정이 부당하다며 취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열린 선고 공판에서 1심 재판부 서울행정법원은 마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구 부패방지권익위법상 김씨가 신고 대상 및 취지, 부패행위의 증거 등을 담은 규정된 형식을 통해 부패행위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신분보장조치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최근 항소심에선 이 판결이 뒤집혔다. 지난달 18일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부패행위 신고 방법을 엄격히 한다면 결과적으로 신고 제도를 위축시킬 것이고 김씨의 경우엔 관련 증거들을 나름 잘 제시했다며 기명의 문서가 아니라는 사유만으로 적법한 신고가 아니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 신분보장조치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에 판결 직후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법원의 부패신고 인정 범위 확대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마사회에 “4년 넘게 제보자를 괴롭히는 불복 소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마사회가 지난 8일 상고장을 제출함에 따라 조만간 최종 법정 다툼이 시작될 예정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3심 제도니까 법원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상고한 것“이라며 ”최종 결과를 보고 필요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본지와 만난 김씨는 “억울함이 풀려 기뻤지만 하루뿐이었다. 수년간 진실을 밝혀온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라며 “마지막까지 내가 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저 같은(공익제보자) 사람이 겪는 억울함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luckycj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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