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부터 눈이 휘둥그레…계곡 따라 펼쳐지는 단풍 장관
출발점부터 눈이 휘둥그레…계곡 따라 펼쳐지는 단풍 장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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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한라산둘레길 1구간 천아숲길(1)
천아계곡~보림농장 8.7㎞ 길이, 4시간 소요
출발점에 서면 정비되지 않는 바위길에 쩔쩔
1995년 완공된 후 결국 폐쇄 천아수원지
냇새오름 인근 가파른 계단에 탐방객들 아우성
천아수원지 단풍.
천아수원지 단풍.

■ 국민건강을 다지는 공간

지금의 한라산은 네 가지 역할을 겸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그리고 지질공원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정해진 곳 말고는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마음껏 돌아다닐 때가 좋았다는 말들을 하지만 그 때는 방문객 수가 적었고, 세계적으로 중요한 직분의 이름을 얻기 전이었다.

그런 가운데 그나마 한라산의 일부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름 하여 ‘한라산둘레길’. 사단법인 한라산둘레길은 2019년 1월 28일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에 의거 산림청으로부터 제주지역숲길센터로 지정되었다. 하긴 2013년부터 한국등산트레킹센터 제주지부라는 이름으로 나름 역할을 해오긴 했다. 이를 발전적으로 독립, 새로운 법인체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한라산둘레길을 ‘최고의 명품 숲길로, 최적의 힐링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요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강만생 사단법인 한라산둘레길 이사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몸의 건강과 마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숲길 운영․관리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 숲길이 ‘스트레스 백신’과 ‘항 우울제’ 기능을 하면서 나아가 병마를 이겨내고 일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여주는데 일조하는 국민건강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라산둘레길은 2022년 11월 8일에 ‘국가숲길’로 승격되었다.

제일 고왔던 단풍.
제일 고왔던 단풍.

■ 1구간 천아숲길로 가는 길

한라산둘레길은 현재 아홉 개 구간을 개설 운영 중이다. 그중 1구간이 ‘천아숲길’로 천아계곡에서 출발, 임도 삼거리와 노로오름 삼거리를 지나 보림농장에 이르는 8.7㎞의 코스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변에는 천아오름을 비롯해서 노로오름, 한대오름, 붉은오름이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노로오름 남쪽 한라산 해발 1000고지 일대에 람사르습지 ‘숨은물벵디’가 있다.

그런데 천아숲길 출발점과 도착점에 이르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는 1100도로 천아숲길 입구 정류소에서 내려 천아수원지까지 2.2㎞를 걸어야 하며, 보림농장 삼거리에 도착하면 18임반 입구까지 1.6㎞를 걸어 나와 정류소가 있는 영실입구 정류소까지 500여m를 더 가야 한다. 출발점이 전국에 단풍명소로 알려지면서부터 휴일은 차량을 이용하드라도 세워둘 곳이 녹록치 않다. 설령 차를 갖고 가더라도 구간이 끝나는 보림농장까지 왕복해야만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돌무더기로 변한 광령천.
돌무더기로 변한 광령천.

■ 출발점 천아계곡 건너기

단풍 시기에 맞춰 가면 벌써 출발점에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진다. 올해는 태풍과 가뭄으로 그리 시원치 않았지만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단풍의 장관은 상상 그 이상이다. 거기서 인생사진을 찍고 출발점에 서면, 정비되지 않은 바위길이 걱정이다. 물론 건장한 사람들이야 천천히 넘어가면 되지만 쩔쩔매는 사람들이 많다. 돌길을 만들어놓아도 내가 터졌을 때는 물이 커서 남아나질 않는다. 요즘 전국적으로 경관이 좋은 곳에 줄다리 놓기가 유행인데, 지형상 줄다리 설치에 적합한 곳이다.

여기는 광령천의 커다란 두 지류가 합치는 곳이다. 한라산 서북벽과 장구목 일대에서 발원하여 Y계곡을 거치는 원줄기와 사제비동산과 쳇망오름 일대에서 발원하여 이곳까지 흘러온 물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이곳을 지난 광령천은 무수천을 거쳐 외도동에서 월대천이라 이름으로 바꿔 바다에 이른다.

그런데 이곳 천아수원지는 사연이 있는 곳이다. 건설교통부 제주개발건설사무소는 제주지역의 물 부족에 대비하여 1992년 10월, 이곳에 수원지 개발공사를 시작하여 국비 73억여 원을 들여 1995년 9월에 완공했다. 땅속 32~38m 깊이에 지름 7m의 집수터널 426m를 시설해 상위지하수를 끌어 모아 지하터널에다 하루 5000 t의 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설계되었으나, 물이 귀한 가뭄에는 200여 t에 지나지 않아 결국 폐쇄되었다.

오르기 힘든 비탈길.
오르기 힘든 비탈길.

■ 오름도 아닌 절벽 통과하기

냇물이 흐를 때는 위험해서 길을 닫는다. 내를 건너 언덕으로 오르는 길목에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안내’라고 하여 숨은물벵디에 대한 안내판을 세웠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계단을 몇 곳에 만들었으나 너무 가팔라 허물어지기 일쑤다. 오르는 사람들은 ‘오름도 아닌데, 벌써 이렇게 힘을 뺀다.’고 아우성이다.

사실 지도에는 이곳이 ‘냇새오름’이라고 나와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냇가 사이에 있는 오름’이란 뜻이 된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간한 ‘제주의 오름(1997)’에 소개된 368개의 오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아무리 작은 오름일지라도 오름의 구성요소인 화구(火口), 형태, 내용물을 갖추고 있는 것’만 오름으로 간주하고, 한라산 사면 상에서 흔히 보이는 용암류의 선단부분에 해당되는 곳은 제외시켰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삼나무 숲길.
삼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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