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정전(停電)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갑작스런 정전(停電)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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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윤 제주도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소장

서귀포의 감귤은 자타공인 제1의 주산작물이다. 그 중에서 하우스 온주밀감을 비롯해 한라봉과 천혜향 등 대부분의 만감류는 하우스 재배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하우스 재배 농업인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낙뢰나 태풍, 차량 사고에 의한 전봇대 파손 등으로 갑작스레 발생하는 정전(停電)이다.

예기치 못 한 정전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한낮에 정전되었을 때 신속하게 조치하지 못 할 경우 하우스 내부 온도가 50도를 넘어가면 농작물이 죽을 수도 있고 죽지 않더라도 세력 회복에 수년이 경과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는 정전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 발전기를 설치하는데 1대를 설치하는데 1000만원 내외의 비용이 들고 비교적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농업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는 자동차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농업용 에너지 저장장치(ECO ESS) 개발을 제안했다. 지난 4월 제주특별자치도(혁신산업국), 제주테크노파크, 업체와의 개발 방향 협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협업을 이어오며 시제품을 개발하고 2차례에 걸친 시연회를 열었다.

이 저장장치는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 셀 10개를 하나로 조합해 만든 10.9㎾h 용량의 착탈식 배터리 6세트와 충·방전제어 컨버터, 3상 인버터 장치에 소형 소화기를 장착하고 2중 함에 조립했다.

최근 시연회에서는 환풍기 작동 중 전기 차단기를 내렸을 때 환풍기가 끊김 없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상 정전 상황에서도 무정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완충된 ESS 장치는 약 3~4시간 동안 환풍기 5대를 작동할 수 있는 용량인데 작동 도중에 추가 보유한 착탈식 배터리를 간단하게 교체한다면 작동 시간 연장도 가능하다. 또 충전된 전기에너지를 평상시에는 타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탄소제로와 분산에너지를 추구하는 도정 시책에도 부합한다.

이 장치는 사용 후 배터리를 농업에 적용하는 첫 사례로 내년 6월까지 관내 10개소에서 실증할 예정이다. 실증사업장에서 얻은 데이터는 관계기관과 면밀히 분석해 ESS 장치가 농업 현장에 확대 보급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정전에도 걱정 없이 안정적인 영농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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