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詩의 날’ 날아라 詩야, 하늘 높이 날아라!
‘2023 詩의 날’ 날아라 詩야, 하늘 높이 날아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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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훈 시인·계간문예 ‘다층’ 편집인

11월 초하루, 이날은 ‘시의 날’이다. 1908년 六堂(육당) 최남선, 그의 ‘海(해)에게서 少年(소년)에게’가 ‘소년’지에 발표된 날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인과 시낭송가는 물론 성악가, 배우 등 각 장르의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토탈 시향이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서울처럼 소문난 행사는 아니지만 제주에서도 서귀포 시인. 시낭송가, 음악인 등이 모여 ‘고찌고찌 詩心(시심)’으로 만추의 서귀포 문을 개방한 데 이어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는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이 ‘색(色)다른 제주의 카름’이라는 주제로 연주회가 있었다. 혹자는 ‘이 행사는  음악이 주체이므로 시의 날 행사일 수는 없다’라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시를 읊을 때 ‘시를 노래하다’라고 하는 것을 떠올리면 그 의미를 알 것이다.

이들 여성합창단이 합창곡 속에는 분명 시가 있다. 양전형 시인을 비롯한 임준택, 이청리 시인 등 많은 시인들의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들려주는 한 곡 한 곡은 詩의 날 제주의 가을 하늘을 푸르게 수놓았기에 그렇다.

또 다른 이름의 행사도 있었다. 11월 4일에 있었던 행사다. ‘詩의 날 2023, 제주 詩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행사다. 계간문예 ‘다층’ 지령 100호를 출간하면서 이뤄졌다. 그렇다면 ‘다층’은 어떤 성격의 문예지일까.

돌이켜 보면 스물다섯 해 전 일이다. 공직자의 때 절은 말년 무렵인 내 나이 쉰을 갓 넘길 때다. 절름발이 시인의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이념과 철학을 지닌 이 지역 20~30대 젊은 문학도들이 찾아왔다. ‘다층’이라는 이름의 문학동인이었다. 소위 지역문학의 활성화 없이 한국문학의 발전은 없다는 슬로건으로 뭉쳐진 그룹이다. 

한국 최초로 ‘총체시학(總體詩學)’이라는 한문적 영역을 개척하고 중앙문단과 지방문단이라는 이원화의 행태를 깨부수는 신개념의 문학동인 활동에 나도 감히 끼어든 것이다. 급기야 우리는 전국의 젊은 시인들에게도 그들이 창작영역을 열어놓는 문예지 ‘다층’을 창간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맞이한 지령 100호의 계간문예 ‘다층’인 것이다.

이제 우리 계간문예 ‘다층’은 전국의 ‘계간문예지편집인협의회’를 주도하고 총체적 한국시학을 이끌 만큼 한국문단에 당당히 우뚝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이제 팔십을 넘은 나이가 들었다. 그러므로 몇 번씩 이들 젊은 그룹에서 2선 후퇴를 결심했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나를 놓지 않는다. 나의 희미한 그림자일지라도 그것이 계간문예 ‘다층’의 역사라는 점을 인식시켜두고자 함이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것이다. 이제 총체시학, 계간문예 ‘다층’은 젊은 문학인들의 전유물인 문예지가 아니다. 30년 가까이 지켜봐 주시고 이끌어주신 제주도민 모두의 문예지이며 역사다. 따라서 앞으로도 우리 ‘다층’은 제주도민이 힘찬 격려와 응원 속에 한국문단을 이끌 것이며 ‘섬의 문화’, ‘섬의 문학’에서 ‘한국의 문학’, ‘세계 속의 문학’으로 당당할 것이다. 그것이 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제주, 2023년 詩의 날을 맞는 제주도민의 참모습이다.

이는 ‘詩의 날 선언문’에 담긴 ‘詩는 삶과 꿈을 가꾸는 言語(언어)의 집’이라는 시의 정신과도 일치하며 바로 ‘다층’의 정신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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