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공동체 신뢰 회복 중요...공론화 과정 성숙해져야"
"갈등, 공동체 신뢰 회복 중요...공론화 과정 성숙해져야"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3.11.12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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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푸.제’ 1. 공공갈등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제2공항 주민투표, 녹지병원-들불축제 숙의형 정책 개발 등 놓고 갈등 본질-실마리 등 의견
강권오 "가치 갈등 가장 관리 어려워...정책시행 후 모니터링, 환류 필요, 전담 상설조직 필요"
고명희 "주민 간 이익 다툼으로 봐선 어떤 사안도 후유증...갈등 후 회복과 치유도 매우 중요"
송창윤 "쇠소깍 갈등 해결 갈등조정협의회 가동 성과...정체성 반영 의사결정구조 확립 기대"
고재일 "갈등, 마주보고 있다는 뜻...집단 지성으로 경험으로 갈등 해결 믿음 가져도 좋을 듯"

제주가 갈등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각종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충돌과 대립이 일상적으로 발생하지만 하나같이 해결 기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갈등 고착화로 제주 미래를 향한 모멘텀 약화가 우려된다.

본지는 제주팟닷컴과 공동 기획으로 공공갈등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3차례 마련한다.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컬래버레이션 보도로, 갈등 해결을 위한 거창한 시도가 아니라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 탐색을 추구한다. 타이틀은 (구성 김은정 작가)다제주방언으로 몽케지 마랑 푸는 것도 제주라의 줄임말이다. [편집자 주]

 

 

지난 3일 오후 제주팟캐스트 스튜디오에서 공공갈등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강권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송창윤 제주도 소통청렴담당관, 고재일 칼럼니스트,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회장, 강나래 프리랜서 MC.

지난 3일 오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종합비즈니스센터 2층 제주팟캐스트 스튜디오.

강권오 박사(행정학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사실 갈등이란 게 우리가 흔히 아는 견해나 이해의 차이로 생기는 충돌이다. 우리 주변에 계속 있어 왔음에도 최근 정보통신 발달로 많은 정보를 손쉽게 접하다 보니 공공갈등이 굉장히 많구나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권오 박사.

강 박사는 갈등은 유형이 다양하다일반적으로 오해에서 비롯되는 갈등, 이게 사실관계 갈등이고 관계에서 나타나거나 이익 또는 자원 배분에서 생기는 이해관계 갈등도 있다. 제도나 풍습이 달라 생기는 건 구조적 갈등이다. 환경 문제나 문화적 차이, 이런 건 가치적 충돌에 해당한다. 특히 가치 갈등은 관리하기가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수많은 갈등 관리 방법도 존재한다분쟁하면 당연히 소송 아닌가.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 이전에 대안을 뽑아내자, 이런 차원에서 대안적 분쟁 해결 방법들이 파생했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있고, 미국 같으면 ADR(대체적 분쟁 해결수단)도 있지만 제도들이 완벽하지 않고 강제성이 없다. 최종 해결이 안 되면 법정으로 가게 된다고 제시했다.

송창윤 제주특별자치도 소통청렴담당관은 갈등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등이 있다는 건 서로 욕구가 있다는 것이라며 갈등 양상이 점점 복잡해지는 게 문제다. 과거 어떤 주체의 이익 부분이 갈등이었다면 이젠 가치나 이념이 가세하고 있고 정치 이슈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 담당관은 도정에서 갈등 양쪽 중간자가 참여하는 제도로 갈등조정협의회를 두고 있다. 갈등조정협의회가 실제 가동된 첫 사례가 쇠소깍 갈등이었다법적 소송으로 가지 않고 마을 간 해결된 사례다. 다만 갈등이라는 건 해결이 끝났다고 말하긴 어렵다. 갈등 해소는 갈등 관련 1개 문제가 해결된 것일 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거나 남아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창윤 담당관.

송 담당관은 갈등은 조정을 위한 중간자들의 역할에 따라 해결이 판가름 난다고 생각한다. 월정하수처리장이나 북부소각장 관련 갈등에서도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여성농민회 등이 다양한 욕구를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소화했다. 마을에서 리더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제주 제2공항 갈등과 관련 주민투표 필요성이 거론된 후 효용성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회장은 반대 도민이 10%라고 해도 그들을 설득하고 갈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국토부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도민 주권, 자기 결정권 확보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2공항 시작부터 갈등이 예상됐음에도 뒷북 치는 양상이다. 갈등 관리가 미리 시작됐어야 한다. 주민 간 이익 다툼으로 보는 시각으로 접근해선 제2공항은 물론 어떤 사안도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창윤 담당관은 국가권력에 의해 인 지방이 희생되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국책사업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 사례다. 주민투표 부분은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했지만 국토부가 계속 패싱하고 있다. 원희룡 장관도 안 된다고 하고 있다전문가 10명을 만났는데 3명은 주민투표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늦었다고 했다. 한 전문가는 찬반을 묻는 자체가 이미 갈등이라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도 문의했지만 추진 근거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고명희 회장.

송 담당관은 도정 자체적으로도 주민투표 실시 권한이 없다. 가능한 부분은 여론조사나 공론화 조사이지만 이 또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핵심 쟁점 5가지에 대한 의혹이 없어질 때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박사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지 않나. 모두의 의견을 다 녹여내서 최선의 의견을 도출하면 좋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탓에 대안적 선택으로 주민투표 등이 생겼다주민투표가 분명 다수 의견을 수렴하는 제도로써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목적지가 하나니까 어쩔 수 없이 승자 독식 체제를 취할 수밖에 없는 점은 한계라고 피력했다.

주민투표법에 의한 주민투표는 국가정책에 대한 주민투표와 지자체장에 대한 주민투표 등 2가지다. 지자체장에 대한 주민투표와 달리 국가정책에 대한 주민투표는 강제성이 없다.

주민투표에 이어 패널들은 녹지병원 공론조사와 들불축제 원탁회의 등이 추진된 과정과 최종 권고안 도출, 최종 결과와 과제를 짚어보고 숙의형 정책 개발에 대한 의견도 주고받았다.

강 박사는 잘못된 결정이 내려졌을 때 원 상태로 돌아가 다시 방향을 잡기보다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숙의형 정책개발 등 관련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공론조사나 원탁회의는 조례를 통해 만들어 낸 새로운 제도로 주민투표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숙의형 정책 개발을 요구할 수 있는 주민 정족수도 훨씬 적다. 다만 강제성이 없다고 밝혔다.

고재일 칼럼니스트.

갈등에 대한 뜨거운 토론 과정에서 패널 사이에 공감대가 교차하는 장면들도 연출됐다.

갈등 해결을 넘어 갈등 후 회복과 치유도 아주 중요하다. 치유와 회복을 위해 주민들을 계속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단계별로, 하나가 끝나면 어떻게 투입할까, 해선 너무 늦다. 갈등 조정 과정에서 상담도 같이 들어가야 한다. 43도 그랬지만 도민 다수가 선택하는 방식 중에 침묵도 있다. 좋은 게 좋다거나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다. 침묵은 결코 동의가 아니다.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침묵하는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명희)

갈등 사후 부분에 대한 제도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어떤 갈등이든 해결되더라도 조정과 중재에 참여한 사람은 분명 상처를 입는다. 트라우마가 남는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소수는 항상 소외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반대하는 5%가 맞을 수도, 95%가 틀릴 수도 있지 않나.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공론화를 거치고 성숙해지면서 그 나라에 맞는 의사 결정 구조가 생길 것이다. 제주도민 정서를 반영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공론화가 성숙해지면 해군기지, 2공항보다 더 큰 갈등 사안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송창윤)

정책을 시행하고 나서 모니터링을 통한 환류가 있어야 한다. 갈등은 예방이 최고지만 과제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며 나가야 한다. 특히 공동체 회복이 중요하다. 무너진 사회적 자본, 즉 신뢰 관계가 어느 순간 갑자기 회복되긴 어렵다. 반복적으로 긍정적인 상호작용들이 겹쳐야 형성된다. 필연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같은 과정을 제도적으로 컨트롤을 할 필요가 있다. 행정이 직접 컨트롤하긴 어렵다. 이런 업무를 전담하는 상설 조직을 구성하는 게 어떨까 싶다. 주민갈등조정관 양성도 중요하다. 경험치가 쌓인 숙련된 조정관이 필요하다.”(강권오)

토론회를 진행한 고재일 칼럼니스트(제주팟닷컴 대표)갈등이 오래가서 좋을 건 없지만 사실 갈등이 있다는 건 마주보고 있다는 뜻이다. 서로 마주보지 않으면 갈등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보다 조금 나은 단계에 있다우리의 집단지성으로, 지금까지 경험으로 언젠가 갈등을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믿음 또한 가져보면 어떨까라고 클로징 멘트를 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 토론 영상은 뉴제주일보 홈페이지(www.jejuilbo.net)와 유튜브 제주팟닷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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