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진주처럼 뿌려진 섬들 사이 눈길 잡는 한일자(一) 모양의 섬
바다에 진주처럼 뿌려진 섬들 사이 눈길 잡는 한일자(一) 모양의 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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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생김이 나비처럼 생겼다는 라배도(羅拜島)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라배도.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라배도.

# 나비섬·나부도로 불리우던 섬

바다에 진주처럼 뿌려진 섬들의 천국 조도, 이 섬에 가면 꼭 찾는 곳이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다. 이곳에 올라 내려보는 순간 ‘와~’하고 탄성을 지르게 된다. 넓은 바다에 헤아릴 수 없이 떠 있는 섬들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여기 풍광이 얼마나 신비로웠으면 1816년 9월 7일 영국 해군 라이스호 함장 바실 홀은 조도에 10여 일 머물면서 주변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지구의 극치’라고 항해기에 적어 세상에 알렸다.

도리산 전망대서 내려다보면 처음 눈에 띄는 한일자(一)모양 섬이 보인다. 이 섬이 라배도다. 하늘에서 보면 마치 나비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나비섬’, ‘나부도’로 불리기도 했으나 1914년 행정지역 개편때 ‘라배도’가 됐다. 전망대서 보면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섬으로 면적은 1.441㎢, 해안선 길이 5.5㎞, 섬의 서쪽 끝 ‘물치끝’이라는 새 부리처럼 생긴 여가 있어 나비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1970년도까지만 해도 무척 가난했던 섬이었으나 지금은 톳등 각종 양식으로 생활환경이 많이 좋아졌고 2022년 하조도 세목리 마을로 잇는 라배도 대교가 개통되면서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이뤄졌다. 대교를 지나 라배도 마을로 가는 길목에 지금은 폐교된 옛 조도초등학교 라배도 분교가 있다. 나무 사이로 책 읽는 소녀상이 보인다. 이 분교는 1976년에 개교됐으나 주민들은 2~3명의 선생으로 복식수업이 시원치 않아 고생스럽더라도 큰 학교에 보내 제대로 교육시키겠다는 주민들 의지로 분교설치를 반대하며 나룻배로 학생들을 싣고 하조도 초등학교 다니는 불편도 겪기도 했다. 섬 주민들의 반대에도 분교가 세워졌고, 한때 122명의 학생들이 다녔으나 계속되는 인구감소로 1998년 폐교됐다.

라배도 선착장과 마을.
라배도 선착장과 마을.

# 마을 축제로 전승시켜오는 닻배놀이

라배도 마을로 걸어가는데 관매도에서 출발한 차도선 한 척이 물살을 가르며 지나고 있다. 닻배놀이로 유명한 라배도마을 표지석이 서 있고 넓은 물양장에는 톳 말리기가 한창이다. 지금 계절이 섬마다 채취한 톳 말리기와 미역채취가 한창때인지 가는 섬마다 길가며 공터에는 빈틈없이 톳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넓은 선착장을 반원형으로 돌며 뒷산 언덕으로 이어진 마을은 전형적인 어촌이다. 넓지 않은 밭에는 쑥을 재배하는 그물망이 쳐있고 사방에 돌덩이들이 놓여있다. 그물이 바람에 날리지 않게 눌러주는 돌이란다. 마을 돌담을 이리저리 돌아 나오자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다. 좁은 길 따라 높은 곳에 올라서자 멀리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가 보인다.

왼쪽으로 섬들이 보인다. 관사도는 지척이고, 너머에 눌옥도와 외병도가, 계도, 소마도 모도가 실루엣으로 나타나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어장을 다녀오는 주민이 타고가는 작은 보트가 긴 물살을 가르고 있다. 라배도 대교가 개통되기 전에 다녔던 ‘세목끝’이라는 라배도 나루터다. 천혜의 자연항인 라배도 선착장엔 작은 어선 몇 척이 한가롭게 떠 있다. 라배도는 오랫동안 전승되어온 ‘닻배놀이’로 유명하다. 닻배를 타고 어로작업을 할 때 부르던 노동요다. 진도군 일대는 닻배를 이용한 조기잡이는 1950년대 말까지 행해졌다 한다. 조기잡이 어로 방법은 ‘닻그물’, ‘유자망’, ‘주낙’ 등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닻배어로’는 약 100일 정도 배를 바다에 띄워두고 조기를 잡는 방법이다. 이때 고단한 잡업 과정에서 부르는 노래가 닻배노래다. 라배도에서는 정월 보름날 ‘닻배놀이’를 마을 축제로 전승시켜오고 있다.

섬에서 만난 사람 / 박길림 조도 문화해설사

우리나라에서 면 단위 행정구역 중 가장 많은 섬을 가진 조도면은 유인도만 35개, 무인도 119개로 총 154개의 섬 들로 구성돼 있다. 섬마다 독특한 문화와 자연경관을 지닌 보배로운 섬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곳 섬지역 문화를 해설해주는 박길림 문화해설사를 만났다.

■ 매일 섬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동행하는가요=우리 조도를 찾아온 사람이 해설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동행합니다. 특히 도리산 전망대에 올라 수 많은 섬들을 보며 섬 이름과 섬에는 무엇이 아름답고, 어떤 문화가 있는지를 말해주면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왔었지만 잘 몰랐다는 사람들도 있지요.

■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설명을 하고 있던데=예. 저기 하조도 산 위에 있는 바위에 얽힌 전설을 설명했지요. 보면서도 무슨 전설이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설뿐만이 아니라 그 섬의 역사도 함께 들려주면 섬을 찾는 사람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 상하 조도 말고도 다른 섬까지 동행하기도 하던데=작은 섬에 갈 때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배편도 그렇고, 그곳 주민들 만나기도 어렵거든요. 특히 섬 연구를 위해 찾아가는 사람들과 동행하며 도움을 주기도 하지요.

■ 문화해설사로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젠가요=손님들이 설명을 듣고 질문도 많이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그만큼 조도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맙지요.

조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때가 가장 즐겁다는 박길림 문화해설사. 인터뷰를 마치자 금방 배로 도착한 손님들이 찾아와 다시 길을 나선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양식장에서 채취한 톳을 말리고 있는 주민들.
양식장에서 채취한 톳을 말리고 있는 주민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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