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한림·한경 경계 안의 오롬인 도내미(道內烽)
애월·한림·한경 경계 안의 오롬인 도내미(道內烽)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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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어도오롬

도내미는 두 개 마을의 주소가 있는데 해변 쪽은 금성리 22번지, 중산간 쪽은 봉성리 3920-2번지로 돼 있다. 전신주에 붙어 있는 신주소 판을 보니 ‘곽봉로(곽지~봉성간) 285-1번지’라는 표지가 보인다. 봉성리는 애월읍의 가장 남서쪽이고 북쪽은 바다, 남쪽은 한라산, 서쪽은 한림읍 금악리·귀덕리·상대리, 안덕면 광평리와 경계를 이루는 중산간 마을이다.

도내미는 해발 143.2m, 비고 73m, 둘레 2.329m, 면적은 376.225㎡이다. 다른 오롬들과 비교해 보면 조천읍에 소재한 교래자연휴양림의 큰지그리오롬과 비슷해 보인다. 큰지그리오롬의 높이(비고 118m)보다 조금 낮으나 큰지그리의 둘레는 2.164m, 면적은 344.976m로 도내오롬과 비슷해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도내미는 중간 정도 크기의 오롬이다.

봉성리는 17세기 ‘제주속오군적부’에 도내산리(道內山里)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봉성리의 옛 이름은 ‘신동국여지승람’ 38권 제주목 봉수 편에 도내악(道內岳)으로 나온다. 18세기 중반 ‘제주삼읍도총지도’에서는 도내을(道內山里), 18세기 말, ‘제주읍지’에는 어도내미을로 나오는 것을 보면 봉성리 마을은 역사적으로 아주 오래된 마을임을 알 수 있다.

‘18세기 중반에는 어도산리라 하였는데 이는 어름비(어음리) 마을 가까이에 있는 도내미라는 뜻’이라고 오창명(제주도 마을 이름의 종합적 연구)은 말한다. 1899년 ‘제주지도’에서는 어도리라고 하였으며 1953년에 이르러서는 봉성리(鳳城里)라고 그 명칭을 변경하였는데 도내미(도뇌미, 도노미)라는 오롬의 이름은 ‘봉황이 성을 두른 것 같다’라고 하여서 고쳤다 한다.

제주시에서 중산간서로를 타고 곽봉로에 이르러 도내미를 찾았는데 네이비는 오롬을 중간에 놓고 돌고 돈다. 남쪽으로는 양배추밭이 끝없이 이어졌고 멀리 한라산은 흰 구름 아래 아련하다. 다시 동쪽으로는 누렇게 물든 콩밭을 두고 북쪽으로 향하니 포제단이 보인다. 쭉 돌다 보니 오롬은 더 멀어진다. 뒤돌아와서 오롬 입구에 옹색하게 주차하고 오롬을 오른다.

도내미는 경계도 아주 복잡한데, 조선 시대 제주는 10개 소목장으로 나누었는데 제주목 6개, 정의현 2개, 대정현 2개가 있었다. 제1 소목장은 구좌, 제2 소목장은 조천, 제3 소목장은 제주시 동부, 제4 소목장은 제주시 서부, 제5 소목장은 애월, 제6 소목장은 애월·한림·한경의 삼각지점, 제7 소목장은 안덕, 제8 소목장은 중문, 제9 소목장은 서귀포시, 제10 소목장은 표선·성산 지경이다. 이중 도내미는 제6 소목장인 애월·한림·한경 트라이앵글(삼각형) 지경이다.

도내미는 제6 소목장인 제주시·애월·한림·한경에 걸쳐 있는 삼각형 모습의 넓은 목장이다. 동쪽은 애월읍 어음리에서 새별오름·이다리오름, 북쪽은 한림읍 금오롬 남쪽까지로 현재는 애월읍 어음1·2리 포함 4개, 한림읍 3개, 한경면 3개 마을의 공동목장이 분포돼 있다. 또한 성이시돌목장과 한강목장 등 10개의 기업형 목장들도 모두 이곳에 소재하고 있다.

한국 나비학자로 유명한 석주명은 제주오롬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도내미(도로미)’가 몽골어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래서 필자는 몽골어를 조사한 결과 ‘도내’는 몽골어 ‘더터르(дотор:안·내부·속), 또는 애막=아이막(АЙМАГ)이라 했는데 몽골어에서는 지역이나 종족 등을 말할 때 쓰인다. 고려 시기 제주는 동아막·서아막으로 나눴는데 동아막 중심은 성산 수산의 왕메, 서아막 중심은 왕이메였고, “도내(봉성)는 서아막 지경에 있다.”는 말이다.

몽골어 ‘더터르(дотор)’를 제주 노인들은 ‘터르’라 하는데 지금도 별방진 여의도(현재 토끼섬)은 하도여의리(下道汝矣里)·상도여의리(上道汝矣里)로 나뉘고 정의현이던 종달리와 경계를 이루나 상도리 지경 안(in)의 밭들은 지금도 ‘트르’라 하며 이를 줄여서 한자로 ‘道(도)’라 음차한 것으로 보이며, 그 경계선은 제주어로는 ‘구린질’(구역의 경계를 그린 길)이라 한다.

도내오롬 봉화는 동쪽 고내(애월)봉화와 서쪽 만조(한림)봉화 간에 교신하던 곳이다. 도내오롬을 지역에서는 ‘도노미’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어도내미오롬→도내오롬=도내미라 부르던 것이 도로미→ 도노미라고 변음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도내(도로)미는 야자메트까지 깔렸으나 찾는 이가 없다. 왼쪽으로는 대나무가 오롬자락까지 퍼지고 오른쪽으로는 스크렁과 무성한 잡초들이 덮였다. 또한, 입구에는 쪼그만 풋감이 노랗게 익어가고 비탈에 가득 찬 곰솔은 푸르나, 200m 안 되어 길은 끊기고 잡목 우거진 숲을 아무리 헤쳐도 길은 없다. 도내미는 교신이 끊기고 잠든 지 오랜 오롬이요, 잊혀진 오롬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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