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문화’의 계승에 관한 관심 
‘이어도 문화’의 계승에 관한 관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09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금희 제주대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논설위원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 중의 하나로 이어도 문화가 있으나 점점 잊혀가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제주는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 만한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이어도 문화와 같은 고유의 문화도 있다. 

문화에 대하여 영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Sir Edward Burnett Tylor) 경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생활 속에서 획득한 지식이나 습관 등의 총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주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모든 삶의 형식을 제주 문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며 이어도에 관한 것도 당연히 제주 문화이다.

이어도는 고통과 아픔도 없는 이상향으로서 오랫동안 제주 사람들과 함께 전설과 민요 속에 전해져 왔는데 이와 관련된 생활양식 모두를 ‘이어도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바다로 나간 사람들이 풍랑을 만나 살아 돌아오지 못 하면 이어도로 갔을 것이라 여기며 위안으로 삼던 상상 속의 섬이었다. 상상과 이상향으로서 존재해 온 이어도는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Socotra)호에 의해 발견되면서 전설과 실존이 만나는 곳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제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맷돌을 사용하던 시기에는 맷돌을 돌릴 때 ‘이어도사나’ 노래를 부르면서 시름을 달래는 수단으로 이어도 문화가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점차 기계화에 밀려 맷돌 사용이 거의 없어지면서 ‘이어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억도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몇 년 전에 이어도와 관련된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70~9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어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들어본 적이 있다는 대답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어도 증언을 채록하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을 만났지만 그들 중 소수만이 이어도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만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이어도에 대한 기억도 사람마다 매우 살기 좋은 곳, 무서운 곳, 해산물이 풍부한 곳, 가면 돌아오지 못 하는 곳 등으로 차이를 보였다. 

자료를 수집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산간 지역으로 갈수록 이어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해안 지역에 가까울수록 이어도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게나마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해안 지역은 특성상 바다에 물질을 나가거나 배를 타고 어업활동을 할 기회가 많았고 바다에서 사고를 당해 불귀의 객이 되는 경우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도 배고픔도 없는 이어도라는 이상향에 갔으리라 생각하며 위안을 얻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젊은 세대들이 이어도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지식은 웃어른들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 아니라 언론매체 등을 통해서였고 대체로 실존하는 섬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어도 문화가 제주의 소중한 유·무형문화 유산임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제주인의 이상향으로 알려진 이어도가 문헌으로 기록된 내용보다 구전되는 내용이 많아서 더 빠른 속도로 사장될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이어도 문화가 잊혀가는 상황에서 이어도 문화의 계승 방안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문헌적 자료를 남기는 것의 필요성을 느껴, 이어도 문화에 관련된 전반적인 자료 수집과 정리를 하고 나름의 이어도 문화 보전과 전승 방안을 제시하고자 최근에 ‘이어도 문화의 계승’을 발간하게 되었다. 사람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문화는 사장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하여 제주에 뿌리를 둔 ‘이어도 문화’가 시름과 아픔을 달래주는 이상향으로서 한국의 문화를 넘어 세계의 문화로 활짝 꽃피우길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