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가면 발자국만 남기고 오자
한라산에 가면 발자국만 남기고 오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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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그러나 산에 가득한 것은 단풍만이 아니다. 산과 계곡에 쌓인 쓰레기에 숨이 턱 막힌다. 목불견은 이것만 아니다. 들어가지 말라는 제한지역을 마구 출입하는 사람들. 이곳 저곳에서 판을 벌여놓고 먹고마시는 사람들. 볼썽사나운 낙서들. 이를 보노라면 머리가 어지럽다. 지난 주말 본지가 찾아간 가을 명소들은 이런 사람들로 몸살을 앓았다.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은 탐방객들이 출입제한구역을 드나들면서 억새가 짓밟히고 땅이 파이는 등 주변 훼손이 심해졌다. 사람들은 출입제한구역에 들어가 억새를 꺾고 마시던 음료나 먹던 과일 껍질을 아무렇게나 버리고 있다. 용눈이오름은 2년 6개월의 자연휴식년제를 가진후 지난 7월에 개방됐는 데,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한라산 어리목의 상황도 비슷하다. 등산객들이 출입제한구역에 마구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음주금지 경고문 아래에 돗자리를 펴놓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대표 단풍 명소인 천아계곡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술과 음식을 먹고있고 바위 벽들은 온갖 색칠로 낙서해 볼썽사나웠다. 여기 뿐이겠는가. 도내 단풍명승지와 오름들이 모두 이 모양 이 꼴들이다. 쓰레기를 담아 가지고가는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현장에 버리고 있다. 이 때문에 산과 계곡은 쓰레기 천지다.

우리가 산에 오르고, 계곡을 찾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먹고 마시고 떠들며 놀기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몰상식한 행위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선진국의 산이나 국립공원들은 한결같이 일정한 피크닉 장소를 지정하여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해 놓는 대신 그밖의 장소에서는 음식물을 먹거나, 심지어는 노래를 부르는 것까지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방임하는 나라는 없다. 보이스카우트 세계연맹의 야외생활 지침 슬로건을 보자. “추억 이외에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며, 발자국 이외에는 아무 것도 남겨두지 말자.”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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