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정신 퍼뜨리는 15년차 ‘제주댁’…“편견 없는 세상 됐으면”
‘공생’ 정신 퍼뜨리는 15년차 ‘제주댁’…“편견 없는 세상 됐으면”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11.05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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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주&제주인] 10. 사회복지사 옥나리

제주인의 DNA는 특별하다. 육지와 고립된 섬이자 변방이라는 약점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극복하면서 그 삶의 궤적을 DNA에 새겼다. 그리고 DNA에서 발현된 제주인 특유의 정신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근본(根本)’이다. 공생을 위한 수눌음, 약점을 강점으로 뒤집는 지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등은 제주인의 결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 대전환의 시대에 제주인의 정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래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무한 동력’인 제주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본지는 올해에도 제주인 발굴 프로젝트 ‘2023 제주&제주인’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세계 속에 제주가 있는 것처럼, 제주 속에도 세계가 있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제주에 뿌리내린 이들은 제주인의 DNA를 학습하며 각자의 삶의 궤적 속에서 제주인의 정신을 발현하고 있다. 

15년 차 ‘제주댁’ 옥나리씨도 불굴의 도전정신, 공생을 위한 수눌음이라는 제주인 특유의 정신을 지역사회에 퍼뜨리고 있는 ‘제주인’ 중 한 명이다.

제주가정문화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그를 지난달 31일 국제가정문화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 제주에 뿌리내린 캄보디아 소녀

옥나리씨(37)는 22살이던 2008년 결혼이민을 결심했다. 어렸을 적 가정 형편이 어려웠고, 한국행을 택하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서 같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도착한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또다시 비행기를 탔다. 두 번의 비행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제주 섬의 찬란한 풍광은 그의 걱정을 한시름 놓게 했다.

옥씨는 “처음에는 한국에 와서 다시 비행기를 타니까 북한에 가는 줄 알았다. 내리고 나서 이곳이 제주라는 곳임을 알게 됐다”며 “걱정도 많고 불안했지만, 집에 가는 길에 바다도 보이고, 산도 보이는 풍경이 예뻐서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제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다. 국제가정문화원에서 5개월가량 한국어를 배웠지만, 막상 경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는 아는 말보다 모르는 말이 많았다. 제주어 특유의 억센 억양 또한 그를 힘들게 했다.

옥씨는 “처음에는 ‘이모, 이모’ 하는데 목소리가 높아서 왜 저 사람이 화가 났을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생각한 적이 많았다. 대부분 목소리가 높으니 처음에는 마음속에 오해가 많았다”며 “나중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 지역 사투리가 억양이 센 편이라는 걸 알게 됐고,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옥씨는 서투른 한국어를 더 배우기 위해 ‘검정고시’를 선택했다. 매일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세 시간동안 동려평생학교에서 초등학교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해 밤 10시가 넘어 귀가하고, 오전 6시에 출근하는 일정을 수 개월 동안 소화했다. 

이 무렵 첫째가 생기면서 일을 그만두게 된 그는 다시 국제가정문화원을 찾아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고, 검정고시를 통과한 것은 물론 2013 전국 다문화가정 말하기대회에서 한국어 분야 최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이뤘다. 옥씨는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님을 비롯해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한국어도 더욱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 ‘사회복지사’ 새로운 꿈 활짝…다함께 사는 제주사회 노력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옥씨는 중학교 검정고시도 곧이어 통과했고, 제주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재학한 후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진학하며 제주에서 ‘사회복지사’라는 새로운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10년가량의 학업에서 많은 어려움을 만났지만, 남편 양수철씨의 든든한 지원 덕에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현재 국제가정문화원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옥씨는 결혼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일에도 앞장서는 중이다. 다문화 2세의 이야기를 담은 KCTV 드라마 ‘공무원 나대기’, ‘하이퐁 세 가족’ 등에도 출연해 다문화 가정의 현실과 고충을 생생하게 연기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165번째 주자로 참여한 이력도 있다. 

옥씨는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초기 입국자들의 통역 지원이나 한국어 공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입국 초기부터 3년까지가 제주 정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결혼이민자들이 경제 활동과 언어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옥씨는 이어 “같은 결혼이민자여도 유럽이나 서양권 결혼 이민자와 동남아시아의 결혼 이민자를 조금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우리 모두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편견을 벗어나서 아름다운 제주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을 마쳤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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