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섬들 붉게 물들이는 낙조 감탄 자아내
주변 섬들 붉게 물들이는 낙조 감탄 자아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0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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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과 절벽,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金鰲島) - 3
함구미 마을 선착장. 해가 저물어가자 밤낚시를 하고 있다.
함구미 마을 선착장. 해가 저물어가자 밤낚시를 하고 있다.

# 비렁길로 매년 섬 찾는 트레킹꾼 늘어나 

금오도 비렁길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름 휴가지로 추천하면서 전국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비렁길이 생기기 전에는 금오도를 찾는 사람들은 낚시꾼과 등산객이 전부였으나 비렁길이 생기고 난 다음부터 매년 금오도를 찾는 트레킹을 즐기는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배편도 늘었다. 돌산 신기항과 함구미항과 직포항으로 새로운 뱃길이 개설되면서 금오도 찾기가 쉬워졌다.

심포에서 우학리를 거쳐 직포항에 도착했을 땐 산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항구를 덮고 있다. 여름 해가 길다고 하지만 서둘지 않으면 초포까지 돌아보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 서둘렀다.

두포마을이라고도 부르는 초포는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곳이라 하여 ‘첫개’라 하였다. 사슴목장으로 이용되었던 금오도에 사슴사냥을 위해 내려오는 관청 소속의 포수들이 처음으로 도착한 마을이란 뜻을 한자로 바꾸어 초포(初浦)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두포란 이름으로 바꿨다. 마을 주민들은 1985년 금오도 개척 100주년을 맞아 ‘금오도 개척 100주년 기념비’를 세우고 자축 행사를 가졌다.

장지마을에서 망산을 거쳐 심포, 직포, 초포를 돌아 비렁길이 시작되는 함구미 마을로 향했다. 바다에는 고기잡이 나가는 어선들이 어느 바다로 가는지 바쁘게 달려가고 있다. 금오도 서쪽 끝에 자리 잡은 함구미 마을 바다 건너 개도와 월호도, 화태도가 이웃하고 선착장 주변과 산비탈에 마을이 들어서 있다.

새벽 선착장에서 배에 불을 밝히고 낚시하는 모습.
새벽 선착장에서 배에 불을 밝히고 낚시하는 모습.

# 비렁길 완주 못 해…다음 기약하며 아쉬움 안고 발길 돌려

‘정든 내고향, 부모님 품안 함구미 마을’이란 커다란 마을 표지석이 반긴다. 함구미 마을은 주변 섬들이 둘러싸고 크게 만을 이루고 있어 한구미라 부르던 것을 한자로 바꾸면선 함구미(含九味)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선착장 안쪽에 이 마을이 들어설 때 축조했다는 옛 포구가 아담하게 자리 잡아 보존되고 있다. 여기서부터 비렁길 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우선 민박집을 찾아 짐을 풀고 식당을 찾았으나 “여기는 식당이 없으니 여천선착장 가야 식당이 있지만, 지금 시간에 식사가 안될 수도 있으니 여기서 라면 끓여 먹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서서히 어두워가면서 주변 섬들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얼른 카메라를 들고나와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오랜만에 낙조를 촬영했다.

어제 무더위 속에 산을 오를 때 1시간 걸으며 땀을 흠뻑 흘렸더니 그냥 잠이들었던 모양이다. 요란스런 새소리에 깨어보니 어스름하다. 섬은 새소리로 잠에서 깨어난다. 지난번 어느 섬에 갔을 때도 그랬는데,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가보니 새벽 낚시를 하는 배가 불을 훤히 밝혀 있다. 멀리 동쪽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 온다. 비렁길 1코스를 따라 언덕 위에 올라서자 밤새 고기잡이 나갔던 배 한 척이 만선의 기쁨을 않고 포구로 달려오고 있다.

새벽 갯내음 맡으며 걷다 보니 용머리, 옛 송광사 절터가 나온다. 기록에 보면 이곳은 고려 명종 25년에 보조국사 지눌이 세운 송광사라는 전설속의 절터란다. 지눌은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해 모후산 정상에서 기러기 세 마리를 날려 보내고 기러기가 내려앉은 곳을 찾으니 순천 조계산과, 고흥 거금도 적대봉, 그리고 이곳 금오도 용머리 소나무에 자리 잡으니 세 곳 모두에 암자를 짓고 송광암이라 하였다. 이를 삼송광 이라 부른다. 지금 조계산 송광암은 명찰이 되어 송광사가 되었고, 거금도 송광암도 그대로 남아서 전해지고 있지만 금오도 송광암은 절터만 남아있다.

아쉽게도 비렁길 5코스를 완주할 수 없어 다음을 기약하며 개도로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 섬에서 만난 사람 / 강용수 할아버지

비렁길 시작점인 함구미 선착장에 내리면 바로 눈앞에 섬마을 슈퍼가 있다. 주인은 이곳에서 3대째 살고있는 강용수 할아버지를 만났다. 
● 혼자서 슈퍼와 민박집을 운영하십니까=집사람이 작년에 먼저 가버려 이렇게 혼자 지키고 있지요. 비렁길 갈려고 왔소.

● 예. 섬도 돌아보고, 비렁길도 걸어 볼까 합니다. 함구미 마을 이야기나 들려주세요=우리 마을도 한참 때는 100세대가 살았고, 당시 학교 학생수가 70~80명이었지요. 나도 학교에서 기능직으로 30년 넘게 재직하다 IMF때 그만뒀어요. 그후 13년 동안 마을 이장하며 마을발전을 위해 애를 쓴다고 했는디. 풋보리 뜯어다 먹던 시절도 있었지만, 살만한 섬입니다.

● 옛날하고 지금 교통편은 달라졌습니까=예, 많이 달라졌지요. 옛날엔 여수 한번 갔다 오려면 3~4일 걸렸었지. 그래서 섬 사람중에 여수 한번 못 가보고 죽은 이도 많았고요. 비렁길 때문에 배편이 많아 지금이야 좋지요.

● 이 마을에는 뭐가 유명합니까=주로 방풍을 많이 재배하여 막걸리와 음식도 만들고 전복양식으로 수입을 올립니다.

● 섬에 가장 시급한 일이 뭡니까=이것저것 많지만 화태도와 대우리도-금오도를 잇는 다리가 건설됐으면 좋겠네요. 노인들이 많아 응급환자 발생하면 고생스럽지요. 바로 코앞인데.

● 금오도 해역에선 무슨 고기가 많이 잡힙니까=감성돔, 농어, 문어가 많이 잡힙니다. 제주도에 우리 금오도 비렁길 널리 알려주시면 고맙겠네요.

백야도 에서 오는 배가 들어오자 ‘조심히 가라’며 자리서 일어난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함구미 마을 표지석.
함구미 마을 표지석.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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