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서양화가가 쓰고 그린 한라산이 수록된 등산잡지
日 서양화가가 쓰고 그린 한라산이 수록된 등산잡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1.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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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山小屋) 제41호(1935)
‘산장(山小屋)’ 제41호(朋文堂 1935) 표지.
‘산장(山小屋)’ 제41호(朋文堂 1935) 표지.

몇 해 전부터 도내에선 독서나 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도(道)나 시(市) 등 각급 기관들의 주최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행사는 우리 같은 작은 동네 책방들에게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크고 작은 기회가 되기에 우리 책방도 될 수 있는 한 적극 참여하고 있다. 어떤 때는 가져간 책들이 행사 콘셉트와 맞아서 매출이 좀 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독자들과 함께 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그에 만족하고 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그런지 지난 10월 한 달 동안에는 불러주시는 곳이 많아서 우리 책방이 참여한 크고 작은 행사가 무려 다섯 군데나 되는 무리수를 던졌다. ‘불러만 주시면…’을 모토로 하다 보니 집안 사정으로 서울행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겹치기 출연(?)까지 감행했기에 가능했던 숫자였다. 

마지막 행사가 끝난 날에는 간만에 푹 잘 수 있을 정도로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마음 한 구석엔 나름 소박한 뿌듯함이 자리하기도 했던 나날들이었다.

요즘은 단순히 책을 전시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또 다른 볼거리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을 우선하다 보니 최근에는 아름다운 장정(裝幀)이나 드로잉 등 소위 ‘있어 보이는 책들’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책의 내용은 물론이요, 그림이나 사진 등 비주얼이 함께 하는 책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한 결과다. 오늘은 최근에 만날 수 있었던 소박하지만 그런 예술과 함께 한 책 한 권을 소개해 보련다.

‘산장’에 수록된 쯔루타 고로(鶴田吾郞)의 ‘제주도의 산(濟州島の山)’ 첫 부분.
‘산장’에 수록된 쯔루타 고로(鶴田吾郞)의 ‘제주도의 산(濟州島の山)’ 첫 부분.

바로 1935년에 나온 월간지 ‘산장(山小屋)’ 제41호(朋文堂)이다. 묵은 일본 등산잡지가 무에 그리 관심 가는 일일까 싶으실 테지만 이 잡지에는 일본의 서양화가인 쯔루타 고로(鶴田吾郞)가 쓰고 그린 ‘제주도의 산(濟州島の山)’이 수록돼 있어 주목되는 바이다.

제주도와 한라산을 소개하는 짧은 글과 함께 당시 태평양미술학교(太平洋美術學校) 교수로 있으면서 드로잉으로 유명했던 그가 그린 갈치를 손에 들고 올레 길을 가는 제주도 아낙의 뒷모습과 까마귀 몇 마리가 날고 있는 한라산을 묘사한 작품 두 점이 수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그는 제주행 배편과 운임, 소요시간 등과 함께 한라산 등반에 위험성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산중에는 표고버섯 재배하는 곳이 산재해 있어 숙박하기에 편리하다는 가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팁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한라산의 식생(植生)이 풍부하고 약초류가 많은 것에 주목하여 채집을 권하기도 하고 해발 고도 차이에 따른 다양한 식물 가운데 주목(朱木)이 많은 것과 5~6월에 피는 철쭉의 아름다움도 언급하면서, 한라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제주도 전경과 이를 통해서 ‘통절(痛切)’하게 느낄 수 있는 ‘천지의 유구함’(天地悠久)을 고백하고 있다.

서두에서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몽환적 고도(夢幻的孤島)’라고 소개할 만큼 우리 제주도에 애정이 깊었던 그의 글이 지면 관계상 짧게 소개된 게 그저 아쉬울 뿐이다.

한 가지 광고말씀을 드린다. 오는 11월 6일(월)부터 15일(수)까지 열흘 간 우리 책방 2층 전시장에서 ‘120년 전 그림엽서의 세계’라는 주제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한다. 아름다운 옛 유럽 그림엽서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관람과 참여를 바란다. 입장료는 저의 소박한 뿌듯함으로 대신하오니 부담 없이 왕림해 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쯔루타 고로의 드로잉 작품(한라산).
쯔루타 고로의 드로잉 작품(한라산).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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