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재단 조례 개정 논란 ‘점입가경’
4·3평화재단 조례 개정 논란 ‘점입가경’
  • 고경호·김동건·이창준 기자
  • 승인 2023.11.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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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범 “지사 독점 불가능한 도민 피의 역사” 반박
출자·출연기관 해제 ‘공방’에 지역사회 반발도 확산

제주4·3평화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을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도록 변경하기 위한 조례 개정 논란이 출자·출연기관 지정 해제 공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정계 등도 반발하는 등 제주특별자치도의 조례 개정 추진 논란이 점입가경의 난맥상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도는 2일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제주도는 재단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제주도지사가 직접 이사장을 임명하고, 기존의 이사회를 개편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의 조례 개정에 반대해 사의를 표명한 고희범 전 재단 이사장은 입법예고 당일인 2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은 제주도지사가 독점할 수 없는 제주도민의 피의 역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고 전 이사장은 “이사장과 이사를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이 책임경영 강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도) 제주도지사가 이사장 후보에 대해 결격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임명과 다름없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전 이사장은 출자·출연기관 지정 해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고 전 이사장에 따르면 재단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설립됐고, 이에 따라 사업비는 국비로, 운영비는 지방비로 지원받고 있다.

그러다 2013년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는 법적 근거가 없는 단체나 개인에게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이 바뀌었고, 이에 재단은 행정안전부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한시적으로 제주도의 출자·출연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이후 4·3특별법이 개정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단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재단은 출자·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제주도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현재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다른 출자·출연기관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재단 임원 선출 근거를 조례에 명시하려는 제주도의 시도에 대해 재단을 출자·출연기관 지정에서 해제하면 조례 개정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게 고 전 이사장의 주장이다.

고 전 이사장은 “국가 단위의 기관을 지방의 기관으로 격하하는 결과를 감수하면서도 제주도지사가 임명권을 갖겠다는 것은 4·3의 정의로운 해결,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부르짖어 온 구호와 동떨어진 일”이라며 “조례 개정을 강행하려는 (제주도의) 태도를 보면 독단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3의 정치화라는 불행하고 부끄러운 결과는 명약관화하다”고 피력했다.

고 전 이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발표한 제주도는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조례 개정은) 현행 법규 체계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개선 과정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제주도는 재단의 출자·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거부하고 있다는 고 전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4·3특별법 개정으로 사업비를 지방비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지만 운영비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제주도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정계는 조례 개정 철회를 촉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조례 개정은) 4·3에 대한 국가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4·3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재단에 제주도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힘 제주시갑 당원협의회 역시 “4·3을 정치에 예속시키려는 시도를 다른 누구도 아닌 현직 제주도지사가 자행하고 있다. 당장 조례 개정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이경용 전 제주도의회 의원도 논평을 통해 “제주도지사가 (재단 이사장을) 임명하면 조직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것에 동의할 도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고경호·김동건·이창준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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