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통제 ‘양날의 검’ 맞잡은 道-4·3재단
책임경영-통제 ‘양날의 검’ 맞잡은 道-4·3재단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3.11.0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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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도록 변경하기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서면서 ‘책임경영 강화’냐 ‘통제’냐를 두고 양 기관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도지사가 이사장 임명권을 행사할 경우 책임경영과 투명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제주도의 ‘기대’와  선거 공신 임명, 4·3 정치화, 줄 세우기 등의 ‘부작용’이 마치 ‘양날의 검’처럼 양립하고 있는 만큼 실제 조례가 개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도는 1일 브리핑을 통해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2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례 개정의 핵심은 4·3평화재단 이사회가 갖고 있던 이사장 임명 권한을 제주도지사가 행사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제주도지사가 이사장 임명 권한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제주도는 ‘책임경영 강화’를 제시했다.

브리핑에 나선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4·3 관련 정책과 실행에 대한 제주도정의 책임을 강화하고, 책임 있는 경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조례 개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책임경영 강화를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조례 개정은 사실상 이사장 임명 권한과 이사회 개편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 배경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브리핑 과정에서 빗발쳤다.

제주도는 이사장 임명 권한을 제주도지사가 행사하는 것에 대해 다른 출자출연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점까지 덧붙였지만 그동안 선거 공신들이 출자출연기관장으로 임명돼 온 전례가 이어져 온 만큼 ‘낙하산 인사’가 4·3평화재단 이사장 임명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를 이뤘다.

이에 더해 4·3이 정치화되는 것은 물론 선거 때마다 4·3 기관·단체와 유족 등을 줄 세우게 하는 등 4·3 내부를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조례보다 상위법인 4·3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4·3평화재단의 임원 선출 규정을 조례로 제도화하려는 시도와 4·3평화재단의 역사성 및 특수성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다른 출자출연기관과의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는 제주도의 방침에 대한 배경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우려되고 있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 역시 사실상 임원추천위원회의 공정성에만 의지하고 있는 점도 의문부호를 붙게 했다.

제주도의 조례 개정 추진에 대해 현직인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향후 입법 과정에서 행정당국과 4·3 기관·단체 간 갈등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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