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vs 문신
눈썹 vs 문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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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숨비 회장·논설위원

평생을 남아 떠돌 그 운명의 각인처럼/영속됨을 두려워하는 현대인을 비웃듯/그러나 그 어눌한 고집이 약삭빠른 패션에/빗겨나/“우정”, “의리”, “사랑”/시퍼런 가슴에 든 멍만큼 그렇게 피부를, 가슴을/운명을/짓무르게 하더라.

이 시는 필자가 30년 전, 치기어린 마음으로 한 신문사 신춘문예 공모에 응모한 ‘문신’이라는 시이다. 문학적 가치를 떠나 동시대를 살았던 필자의 시를 통해 당시 문신의 사회적 인식을 엿볼 수 있어 옛 기억을 소환해 보았다.

문신은 사람의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고 색깔이 있는 먹이나 잉크를 진피 속에 집어 넣어,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것을 말한다. 동양에서 문신(文身)은 ‘먹을 사용한다’ 해서 입묵(入墨), 글자나 문양을 새겨 넣는다고 해서 자문(刺文)이라고도 불리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문신이라는 단어보다는 트렌디한 타투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타투라는 단어는 대영제국 해양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1769년 폴리네시아 군도를 탐험할 때, 동행한 박물학자 조세프 뱅크스가 쓴 ‘타히티 탐험일지’에서 유래되었다. 그 책에서 타히티섬 원주민 마오이족의 용맹함을 상징하기 위한 전통 문신 타타우(tatau타이티어)’를 소개하였고,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며 변형되어 지금의 타투(Tattoo)라는 용어로 일반화되었다.

현재 국내 타투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 정도이다. 타투를 새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타투이스트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타투이스트는 2만명 정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인을 비롯해 사회적 공인들도 스스럼 없이 받고 있는 눈썹문신을 포함한 반영구화장시장의 규모까지 합친다면 문신의 시장규모는 수 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리고 전국 1만개의 미용실을 감안해 헤아려 합해 본다면 문신업 총 종사자 수도 십 수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판단한 이후, 현재까지 의료 면허 없이 눈썹문신이나 타투를 시술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최근 몇몇 의사가 흉터나 홍반, 백반증을 가리기 위한 메디컬 타투를 전문적으로 시술하고 있으니 그 외 대부분의 문신업 종사자들은 불법이라는 사각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도 잘 아는 한 젊은이의 ‘타투이스트를 꿈꾸고 상경했다가 불법이라는 벽을 느끼고 꿈을 접었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으니 말이다.

국회에는 현재 ‘문신과 반영구화장의 합법화’를 위한 11개의 법안이 발의되어있다. 하지만 과거부터 ‘문신이 아무리 가벼운 의료행위라 해도 감염과 위급상황 발생의 위험성이 있어 보건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합법화를 미뤄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미 대한민국 국민 중 문신 경험자가 1300만명을 넘어섰다. 진정 국민의 건강을 우려한다면 불법 시술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재의 환경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재정비하고 제도화하여 위생 및 안전교육과 자격 및 면허제도를 통해 국가가 관리 감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일 듯하다.

과거 문신에 대해 우리나라와 같은 기조였던 일본이 최근 문신을 합법화함에 따라 이제 세계적으로 타투가 불법인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뿐이다. 이제 타투는 과거의 어둡고 무거웠던 문신의 이미지가 아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고, 타투이스트도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이런 빠른 변화의 세상에 상식이 통하는 유연한 법치주의가 국민의 준법정신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생각에, 오늘은 뜬금없이 타투 이야기를 늘어놓아 보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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