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창작 뮤지컬, 자청비
첫번째 창작 뮤지컬, 자청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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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1999년 11월 18일(목)~19일(금) 오후 7시 30분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제주시립합창단과 교향악단이 합동으로 창작 뮤지컬 ‘자청비’(필자 작곡)의 공연이 펼쳐졌다.

그런데 제주의 농업의 신 ‘자청비’ 공연을 하기 위해 가사와 언어는 어떻게 배정하는가가 관건이었다. 제주에서 일어 난 뮤지컬인데 대사를 표준어가 아닌 제주어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었다. 당시에 나는 제주시립 합창단 지휘자였다. 단원들과 제주시의 근교에서 1박을 하면서 단원들과 대사에 관한 의견을 청취를 했다. 한참 동안 의견들을 교환 하더니 하늘나라 옥황상제와 왕자인 문도령에게는 표준어를, 나머지 역할에는 제주어를 사용하도록 결정을 했다.

이미 대본은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직하고 계시는 문성숙 교수에게 부탁을 했다. 나는 작곡 작업에 착수를 해서 밤낮으로 작곡에 최선을 다했다. 공연 3개월 전, 출연진 구성을 하고 연출가를 모셨다. 서울에서 연출을 하시는 장수동(오페라 앙상블 예술 감독) 선생을 모셨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것은 주인공 등 배역이 모두 출신이 제주사람들로만 구성이 됐다는 것이다. 제주도민으로도 충분히 창작 뮤지컬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싶었다. 나는 작곡자 겸 총 감독으로 공연의 많은 부분에 책임을 지고 있었다.

드디어 공연을 하는 날이 됐다. 객석은 어느덧 관객들로 꽉 채워졌다. 나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로비로 나갔다. 시장님께서도 도착을 하셔서 자리에 안내를 해 드리고 나도 옆 자리에 앉았다. 이제 막이 열리고 공연이 시작이 됐다. 교향악단의 서주부가 끝이 나고 합창단이 무대에 등장을 한다. 우렁찬 관현악과 어우러진 합창의 울림이 충분히 관객들을 감동하기에 충분했다. 시장님께서 미소로 나를 쳐다보면서 나의 오른쪽 다리를 꽉 주무르신다.

주인공인 ‘문도령(옥황상제의 아들)’은 표준어를 사용을 하고 탐라국(제주도) 사람들(자청비와 출연한 모든 인물들)은 제주도민이다. 당연히 제주어로 대사와 노래들이 제주어로 되어 있다. 제주사회에서 처음 있는 뮤지컬 공연, 그것도 제주어로 노래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이 제주도민들인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제주어로 뮤지컬을 감상을 하니 신기한가 보다. 시장님께서는 자리에 앉아 계속 무대를 바라본다. 이전 같으면 바쁜 일정 때문에 잠깐 자리에 앉았다가 퇴장하는 것이 일상인데 오늘은 끝까지 앉아서 공연 감상을 하셨다. 공연이 끝나 시장님께서 단상 위로 올라 가셔서 단원들을 격려를 해 주셨다.

다음날도 공연이 계속 됐다. 다음날 공연은 더 많은 관객들이 객석을 채워 주셨다. 공연은 대 성공이었다. 두 차례의 공연이 모두 성공을 하고 단원들은 일주일간 휴가를 보냈다. 나는 공연 다음날 제주시를 방문해 사표를 제출하여 8년간의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표를 제출하기 위해서 오랫동안을 고민했다. 뮤지컬을 끝내고 처리하고픈 생각이 있었다.

내가 평소에 간직한 합창단의 면모 즉 단원들이 모두 성악 전공자로 구성하고 적당한 수준의 보수,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연습 장소 확보, 원활한 조직 체계, 적정한 수준의 공연활동 보장, 오페라, 뮤지컬 공연을 할 수 있는 합창단의 능력과 수준 등이 갖추어졌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떠나야 한다. 더 이상 지휘자로 있으려 한다면 그것은 욕심이다. 나 보다 더 유능한 지휘자를 모셔 와야 한다. 길고 긴 합창단 지휘자로 합창단을 떠나면서 나의 발걸음은 홀가분하고 상쾌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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