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해안절벽-다도해 환상적인 풍경 ‘웅장한 감동’
깎아지른 해안절벽-다도해 환상적인 풍경 ‘웅장한 감동’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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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과 절벽,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金鰲島) - 2
숲 구지 전망대와 막개 전망대 사이 아름다운 해안절경.
숲 구지 전망대와 막개 전망대 사이 아름다운 해안절경.

#고려 말 왜구 침입 알리기 위해 지어졌다는 망산봉수대

짧은 시간에 비렁길 전 코스를 돌아보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장지마을에서 4코스로 이어지는 망산을 올라 심포까지 가기 위해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장지마을에서 망산까지는 예전에 마을 사람들이 다녔던 길을 조금 정비한 길로 1시간 정도 오르면 정상이고, 심포마을까지 가는 시간이 충분할 것 같다. 숲길은 가파르지만 돌아서면 전망이 좋지만 바쁜 마음에 헉헉거리며 산길을 오른다. 자연석을 깔기도 하고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니 넓은 벌판에 봉수대가 우뚝 서 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먼저 안도와 그 뒤로 연도가 보인다.

이 망산봉수대는 고려말 왜구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안내문에는 축조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말과 조선 초기, 왜구들이 잦은 침략과 삼별초의 위세에 눌려서 정부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된다. 왜구나 삼별초에게 근거지와 식량등의 제공을 차단할 목적으로 섬에 사는 주민들을 육지로 이주시키는 공도정책을 실시하였다. 동시에 외국과의 왕래와 교역을 금지시키고 해금정책을 실시하면서 섬의 방어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조선초기에 수군을 보강해 연안 지역 요지에 성을 쌓고 봉수대를 정비하면서 해안 방어체제에 나섰다. 망산은 조선 말기에 유배 온 이주회가 향수와 유배의 한을 달래가면서 이 산을 바라봤다 해서 명명되었다한다. - 이재언 ‘한국의 섬’

망산 봉수대는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오래 머물 시간이 없어 숲 구지 전망대로 향한다. 비렁길 5코스의 깍아지른 절벽에 뿌려진 시루떡 모양의 납작한 돌들이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을 느끼게 한다. 제주도 해안 절벽과는 다른 모습이다. 비렁길 따라 이어진 다도해의 환상적인 풍경과 웅장함은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나는 코스를 반대로 가고 있어 그런지 1코스부터 걸어온 사람들이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묻는다. “망산을 올라 심포로 가고 있다. 심포까지 얼마나 남았냐”물었더니 30분 정도 가야 한단다.

비렁길 전망대.
비렁길 전망대.

# 친환경으로 조성된 비렁길 탐방시설 눈길

길지 않은 비렁길을 걸으면서 느낀 것은 비렁길은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으로 자연을 훼손하지않고 있는 그대로 모습을 담아내자는 당초 계획이 성공적이란 평가다. 탐방객 편의시설이 자연을 그대로 살리면서 설치됐고 또한 시설이 주변환경과 어울리게 조성됐다는 비렁길을 돌아본 사람들이 남긴 말이다. 제주도 일부 해안지역 탐방시설은 너무 지나칠 정도의 시설이라는 평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여주면서 시설을 했으면 좋은데, 너무 지나친 시설은 역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수려한 자연만 파괴하는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개발과 보존은 같이 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다.

언젠가 함께 섬을 동행했던 선배와 그 섬의 산을 올랐다. 산은 높지는 않지만 꽤 힘든 길이다. 땀을 훔치며 쉬던 선배가 나를 보더니 ”느려야 보여, 젊었을 땐 그냥 바쁘게 걷다 보면 못보고 놓친게 많지만 이젠 좀 보이는 것 같지 않은가“ 아마도 내가 급하게 산행하는 것을 지켜보았던 선배가 이젠 천천히 걸으며 보고 다니라는 뜻인 듯싶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걸으며 많이 보고 많이 느끼자고 다짐하며 출발하지만, 조금 걸으면 잊어버리고 바쁘게 길을 재촉하는 버릇 고칠 수 없을까.

막개 전망대다. 이제 심포 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쉬어 가자 앉았는데 시 한편이 붙어 있다.

바람의 길도 있다/신선대 절벽위/벼랑길 하나만 내려가면/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데/길이 끝났다고 이내 돌아서는/곁으로 다시 길이 보인다/외딴 섬에도 길은 있고/결국 길이 닿는 곳이었다/사람들은 길을 찾지만/길은 사람에게로 나 있다/한번도 닿지 못할/너에게로 가는 길/거품 같은 바닷길도 있고/풍장(風葬)속으로 사라지는/섬과 섬 사이에도 길은 있다/지구의 한점 모퉁이에서/일생을 걸어 나에게로 가는 중/모든 길은/시방 너에게로 통한다 - 우동식 ‘나에게로 가는 길’

사람들은 길을 찾지만 길은 사람에게로 나 있다. 나는 맨날 길만 찾아 돌아다니고 있건만, 그것은 나에게로 가는 중일까. 시 구절 주절거리며 걷다 막개 고개 넘어서자 심포가 빤히 바라보인다. 깊은 바다의 포구라는 뜻인가? 목적지가 다 왔다 생각하며 뒤돌아보며 ‘그래 너에게로 가는 길’이구나.

심포 선착장에서 다시 드론을 띄웠다. 주변 산새가 높아 고도를 높였더니 갑자기 ‘삑삑-’ 경보음이 울린다. 베터리가 부족하다는 신호음이다. 사전 점검하지 않고 급하게 비행한 것이다. 그렇게 서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큰일이다. 다행히 무사히 착륙시켜 철수하고 직포 선착장으로 향했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망산 정상에 있는 망산봉수대.
망산 정상에 있는 망산봉수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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