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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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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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살면서 후회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후회하기도 한다.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의 조문을 다녀왔다. 평소에도 잔병이 있던 분이라 ‘골골백세’로 적어도 인간 수명으로는 나보다 더 길게 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프다고 듣고 찾아간 문병이 결국 장례식까지 함께 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짐작하는 시간만큼은 적어도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겠거니’하고 나 혼자 마음대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내가 지금 바로 해야 하는 일보다는 늘 뒷전이었고 언제나 그런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치열하게 지금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그렇게 늘 자신을 다독였던 나에게도 이번의 경험은 내게는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내가 안부 문자라도 보내려고 했던 그때 왜 바로 보내지 않았는지. 직장에서 승진한 후에 이것이 모두 그대 덕분이었다고 감사 인사라도 전하려던 것이 뭐 그리 세상 살기 바쁘다고 못했는지. 시간 되면 찾아 뵙고 차분히 인사드릴 시간이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가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반드시 후회할 때가 있다는 뜻으로, 지극히 존귀한 지위에 올라간 자가 조심하고 겸손할 줄 모르면 반드시 실패함을 비유하는 말로 ‘항용유회(亢龍有悔)’라는 성어가 있다. 주역(周易) 건괘(乾卦)의 육효(六爻)의 뜻을 설명한 효사(爻辭)에 나오는 말이다. 용을 세 단계로 비유하고 있다. 그 첫 단계가 잠룡(潛龍)이다. 연못 깊숙이 잠복해 있는 용은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으므로 덕을 쌓으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다음은 현룡(現龍)이다. 땅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어 덕을 천하에 펴서 군주의 신임을 받게 되니, 곧 때를 얻어 정당한 지위에 있으면서 중용의 도와 선을 행하며 덕을 널리 펴서 백성을 감화시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비룡(飛龍)이다. 하늘을 힘차게 나는 용은 주역에서 해당 괘의 극치로서 제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여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이 바로 항룡이다.

이 세 단계를 거치는 용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에 대한 겸손과 지혜에 대한 가치를 배우게 된다. 후회는 인생 여정에서 피할 수 없으며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도록 상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회를 줄이기 위해 모든 일을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겪을 필요는 없다. 간접적으로라도 그것을 깨닫는 지혜만 있으면 된다.

부모님이 살아 있는 사람들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효도를 좀 더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리라는 것을 안다. ‘자식이 효도하려고 해도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진리가 있지 않은가. 당신은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후회하지 않을 효도를 하고 있는지 본인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지금부터라도 감사한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 보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을 보낸 후에야 눈물겨운 후회를 하는 경험은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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