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의정활동의 꽃’···제주도의회 행감 ‘엉망’
못다 핀 ‘의정활동의 꽃’···제주도의회 행감 ‘엉망’
  • 김동건 기자
  • 승인 2023.10.24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 11~23일 제주도·교육청 대상 행정사무감사 종료
부지사에 상임위 소관 업무 벗어난 질의 등 취지 무색
행정구역 설정 연구용역 부실 지적 등 일부 성과 달성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행정사무감사가 봉우리를 활짝 피우지 못하고 졌다.

24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의회운영·행정자치·보건복지·환경도시·문화관광체육·농수축경제·교육)에서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을 상대로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행감이 이날 마무리됐다.

각 상임위는 23일 환도위를 시작으로 이날 회의를 열고 행감 결과 강평 및 감사 종료를 선언했다.

올해 행감은 제12대 제주도의회 개원 후 두 번째 열린 감사로,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100여 일 만에 진행되면서 업무 파악 등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첫 행감과 달리 지역 현안에 대해 의원들이 날카롭게 파고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이번 행감에서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과 관련해 연구 용역진이 행정구역 설정 보고서를 엉터리로 썼다는 지적과 국제학교 NLCS jeju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주특별법에 근거가 있음에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땅을 무상 양여한 제주도 간의 협의가 미흡하다는 비판, 서귀포의료원의 약품 관리 등 운영이 부실하다는 지적 등이 나오며 일부 성과를 냈다.

그러나 기존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반복되는가 하면 특정 현안에 질의가 쏠리면서 세밀한 분석과 날카로운 질의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새로운 쟁점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맹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가 오전에만 출석한다는 이유로 질의 상당 시간을 소관 업무와 관련이 없는 제안 등으로 낭비하면서 행감의 취지를 훼손했다.

환도위에서는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과 ‘공공기관 미술품 보존·관리’, 문광위에서는 ‘도심항공교통(UAM)’, 복지위에서는 ‘전기자동차’ 등 관련한 질의가 나왔다.

또 서귀포시를 감사한 한 상임위는 오전에 감사를 마쳐버렸고, 다른 상임위도 행정시를 감사하면서 오후 4시 이전에 끝내는 등 질의를 끊임없이 이어가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감사 기간 중 질문을 던진 피감기관의 관계자와 함께 점심을 먹는 등 집행부를 견제해야 하는 역할을 무색하게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행감이 기대와 달리 ‘맹탕’을 넘어 ‘엉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이유다.

A의원은 “감사 기간 공부가 부족해 헛다리를 짚거나 상임위 소관 업무와 상관없는 질의를 하는 의원들을 보며 같은 동료 선후배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각 상임위는 이날 문광위와 교육위를 시작으로 오는 30일까지 조례안 등 안건 심사를 진행한다.

김동건 기자  kdg@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