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절벽·해안단구 따라 걷는 구불구불한 길에 많은 탐방객이 찾는 섬
해안절벽·해안단구 따라 걷는 구불구불한 길에 많은 탐방객이 찾는 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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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과 절벽,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金鰲島) - 1
안도 상공에서 바라본 금오도 전경.
안도 상공에서 바라본 금오도 전경.

# ‘명성황후가 사랑한 섬’ 별명 눈길

제주도의 올레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금오도(金鰲島)의 비렁길도 유명하다. 비렁은 순 우리말인 ‘벼랑’의 여수 사투리로 해안절벽과 해안단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말한다.

금오도는 전남 여수시 남면에 속한 섬으로 면적 26.999㎢, 해안선 길이 64.5㎞, 섬에 최고봉은 대부산으로 해발 382m고, 옥녀봉 (261m), 망산(347m)이 있어 기암과 절벽, 갯바위 해안이 아름다워 2010년 비렁길이 조성되자 매년 30만명의 탐방객이 몰려와 남해안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가 되고 있다.

섬의 생김새가 큰 자라와 같이 생겼다 하여 자라 오(鰲)자를 써 금오도라 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금오도에 입산벌체(入山伐採)를 금하는 봉산(封山)령을 내려 아껴뒀던 곳으로 특히 고종황제가 명례궁에 하사해 ‘명성황후가 사랑한 섬’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30여 개의 금오열도 중 가장 큰 섬 금오도, 북서쪽 해안가 기암절벽은 천태만상으로 형성되어 신들이 노는 곳이라 불린다.

금오도는 주변 섬에 비해 넓은 면적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고 있으나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옛날부터 황장봉산으로 지정된 섬이다. 궁궐을 새로 짓거나 보수할 때, 판옥선을 만드는 재료인 소나무를 가꾸던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되면 일반인의 나무 벌채와 입산은 금지된다. 출입을 금지한 것은 황장목(黃腸木) 관리를 위해서다. 조선 말엽 대원군이 경북궁을 중건할 당시 금오도 나무를 베어가 궁궐의 건축제로 이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왕이 금오도에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허락한 해는 1885년으로 개척 당시 권농관이 조정으로부터 파견되었다. 금오도 두모리 1367번지에 관사를 건축하고 섬사람들을 모아 방파제를 쌓으면서 가장 먼저 개척을 시작했다. 한때 공도정책 실시로 왜구침입이 잦아 이곳에 수군이 주둔하였다. - 이재언 ‘한국의 섬’

금오도 가는 길은 여수 연안여객터미널과 돌산 신기항, 백야도에서 차도선이 다니고 있으나 가장 가깝게 가는 길은 돌산 신기항, 이곳에서는 금오도 여천여객터미널까지 20분이면 도착한다. 다만 신기항까지 가는 버스 편이 자주 없어 차를 가지고 간다면 가장 쉽게 갈 수 있다.

금오도 여천여객터미널과 마을.
금오도 여천여객터미널과 마을.

# 온 섬이 숲으로 덮여있어 상쾌

이런저런 자료를 읽다 보니 금오도 여천항에 도착했다. 우선 금오도 해안도로를 따라 장지마을로 향했다. 등산로와 비렁길 트레킹에 앞서 해안도로를 돌며 섬에 모습을 먼저 보기 위해서다. 해안 가까이 크고 작은 섬들이 눈길을 끈다. 온 섬이 숲으로 덮여 숲길을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구불구불 산길을 달리면서 문득 제주도 5·16도로 숲 터널을 연상케 한다.

지금은 섬마다 숲이 우거졌지만 1960~70년대 나무로 집을 짓고 배를 만들고 땔감으로 사용하던 시절에는 이런 숲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금오도야 옛날부터 숲이 우거져 나라에서 봉산령(封山令)을 내려 보호한 섬이라 그런지 곳곳에 아름드리나무가 남아있고, 마을에도 보호수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20여 분 달려 남면 우학리에 도착했다. 면사무소와 남면여객터미널이 있는 금오도 면 소재지다. 깊은 만에 형성된 남면 항은 천혜의 자연으로 이뤄진 항구이자, 비렁길 4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돌아올 때 자세히 보려고 우선 섬 서쪽 끝 지점을 향해 달렸다.

망산이 있는 심장리로 들어서 몇 고비를 돌자 멀리 안도 대교가 보인다. 처음가는 길은 왜 멀게만 보이는지, 금오도 여천항에 도착하여 30분 정도 달려 왔는데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꽤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안도 대교에서 내려다본 정지마을, 뒤로 높은 망산 자락에 아늑한 어촌모습이 그림 같다. 대교를 걸어가면서 멀리 대부도와 서고지 마을을 잇는 교량이 보인다. 높은 대교 위에서 내려다 본 주변 섬들 모습을 손가락 액자 속에 담아 본다.

서고지 선착장 부근에서 드론을 띄워 금오도 전경을 촬영하면 좋은 듯싶어 바쁘게 달렸다. 캠핑온 사람들이 낚시하며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제면 저렇게 한가히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해 볼 수 있을까” 맨난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이 즐기는 시간을 가져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하기야 일이란 이유가 없으면 이 고생하면서 섬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지는 않겠지만, 카메라 배낭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방파제를 급하게 걸어가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앉아 쉬던 노인이 천천히 다니라 말한다.

드론을 높이 띄워 금오도 전경을 촬영하려 했으나 생각보다 금오도가 넓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방으로 비행하며 촬영을 마치고 급하게 정지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으면 비렁길 전 코스를 돌아볼 수 없을 것 같다. 마음만 급하지 몸은 따라주지 않는데 괜한 욕심인 듯 싶다. 정지마을 옛 포구에 마을 아주머니들이 모여 갈치를 다듬고 있다. “이 포구가 정지마을 옛 포구입니까” “그러지요. 이 마을 생길 때 만든 것이니 오래된 포구요. 지금은 많이 변했어, 저쪽으로 길 넓히면서 매립하여 작아졌지만 원래는 이보다 더 컸었지요. 밖에 큰 항구를 만들어 작은 배나 세우고 마을에서 보호하고 있답니다” 어는 섬에 가든 옛 포구들을 보존하고 있구나.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금오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장자마을.
금오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장자마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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